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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5. 2018

한밤의 이사

작은 행복

내가 사는 건물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왔나보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끙끙대며 엘리베이터 근처로 짐을 옮긴다.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현관문을 열어야된다. 그 현관문은 비밀번호가 있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

왼 손과 오른 무릎으로, 라면박스에 가득 채운 짐을 힘겹게 지탱하며 오른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한다.

얼른 가서, 버튼을 눌러주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감사합니다.’

현관문이 열리자, 짐을 다시 두 손으로 안정적으로 지탱한 후, 엘리베이터 근처에 ‘툭’하고 내려놓는다. 그 순간만은 참 기뻤으리라.

짐이 꽤 많은지, 다시 현관문 밖으로 나간다. 분명, 다시 힘겹게 비밀번호를 누르겠지.

예전에 내가 이사할 때도 그랬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건물에서 1층까지 혼자 몇 십번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비 오듯 땀을 흘렸던.

고정시킨 노끈에 손가락이 눌려, 붉게 퉁퉁 부었던 고된 기억.

우리네 삶의 고된 순간은 예기치 못한 순간 일어난다.
엘리베이터 앞의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는 현관문 같이, 4층까지 계단을 통해 올려야되는 꽉 채워진, 노끈으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상자같이.

하지만, 그 고된 순간속에서도 분명 행복은 존재한다.
‘툭’ 짐을 놓는 순간 느껴지는 해방감. 그리고, 현관문 앞에서 우연한 조력자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

그 작은 행복에 감사를 느끼고, 그 감사를 작은 기쁨으로 나눠주는 것. 내가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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