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술을 마셨다.
왜, 그런 학생들 있지않았나.
피부가 뽀얗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손가락으로
쉬는 시간만 되면 과자를 집어먹는 친구.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뺏어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들고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내가 그런 학생이었다. 피부가 뽀얗지는 않았고,
홍조가 심했다.
통통하다는 표현보단 퉁퉁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운동의 운 자도 모르던 그 때 그 시절,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차임'이었다.
좋아하던 여자애에게 수줍게 고백을 했지만
보기 좋게 차였던 그 시절의 나.
아니 차이지도 않았다.
차일 레벨도 아니었기에.
우연히 여자애와 친구의 대화를 엿듣다
그녀가 나를 벌레 취급한다는 걸 알게 됐고,
충격을 받아 시작했던 다이어트.
삼촌, 저 살 빼고 싶어요.
옆집에 살던, 친구의 삼촌이었지만 내가 말을 곧잘 듣고 예의 바르다는 이유로 날 더 좋아하던 가짜 삼촌.
머리는 좀 벗겨졌지만, 삼촌은 35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뱃살 없는 근육질의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옥의 다이어트.
새벽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어둑어둑한 창밖으로
'민창아~' 라는 소리가 들렸고,
난 눈꼽을 손으로 비비며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렇게 산에 올라가 운동장을 10바퀴씩 뛰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작 4km였는데, 그 땐 그게
왜 그렇게 힘들고 싫었던지.
8바퀴쯤 돌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땀이 비오듯 흐르고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래도 이 악물고 10바퀴를 채우고 힘 없이 터덜터덜
산을 내려올 때, 뭔가 개운하고 가벼워진듯한 그 느낌이
원동력이 됐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났을까, 더 이상 난 예전의 권민창이
아니었고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더 이상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 느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종아리가 시큰거리며,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소리만 고요하게 울려퍼지는)이 너무 좋아,
지금까지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건강해지는 느낌, 젊어지는 느낌, 살아있는 느낌.
전 날 술을 마셨다.
찌뿌둥한 몸.
11km 되는 출근거리를 달렸다.
흠뻑 젖은 채로 일찍 직장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앉아 5분 동안 눈을 붙인다.
찌뿌둥함은 사라지고 개운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