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가는구나.
야, 프사 좀 바꿔라. 우째 사는지 궁금타.
몇 달 전, 어머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시냐는 말과 밥은 잘 먹고 다니냐는 으레적인 대화의 핑퐁이 오고 갔고,
어머니가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해 언급하셔서
약간 텐션이 올라올때쯤이었다.
'민창아, 카카오톡 프사 좀 바꿔라. 우째 사는지 보게.'
생각해보면, 난 날 모르는 불특정다수앞에 나를 드러내길 전혀 꺼려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인스타그램에 모르는 사람의 좋아요나 댓글, 그리고 팔로우 신청이 오면 신기하고 기분이 좋고 막 더 관심 받고 싶고 그렇다.(진정한 #관종 에 #소통 충인가보다.)
그런데 오히려 나와 '연락처'를 주고 받은(이라고 쓰고 얇은 인연의 끈이라도 연결되어 있는 이라고 읽는다.)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건 그다지 탐탁치 않다.
그래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1년에 한 번 정도
변경한다.
2016년에는 귀여운 돼지 사진,
2017년에는 출판한 책 사진,
올해는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사진.
어머니와 전화를 끊고, 카카오톡을 켜서 쭉 내렸다.
프로필 사진 왼쪽 위에 빨간 점이 떠 있는 사람들은
최근에 사진을 변경한 사람들.
하나 하나 클릭하고 그들이 올렸던 사진들을 확인했다.
이름이 가물가물하거나, 전혀 기억 안나는 사람도 있다.
연락처를 저장하면 정말 안 좋게 헤어진
전 여자친구나 얼굴 보기도 싫은 사람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지우지 않는 편이다.
20대 초반 헌팅술집에서 번호를 받았던,
아주 찰나의 순간 스쳐간 사람일 수도 있겠고,
어떤 모임에서 만나 명함을 주고 받고 통성명까지
했지만 나와 큰 연결고리가 없어
잊혀진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2시간 정도, ㄱ에서 z까지 하나 하나 확인했다.
택배 아저씨부터, 잠깐 다녔던 교회 담당 구역장,
날 인터뷰하러 왔던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리던 대학생,
제주도에서 친해졌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까지.
더럽게도 말 안듣는 사촌 누나의 조카 주찬이는 동생이
생겼고, 평생 결혼 안 할거 같던 재무는
어느덧 애기 아빠가 되었다.
공부하느라 죽겠다고 하소연하던
규현이는 경찰이 되었고,
2년 전, 강릉에서 나와 썸을 탔던 친구는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
모두 다 나름대로 살고 있구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우리도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구나.
행복했다.
시간의 흔적을 잠시나마 좇아갈 수 있어서,
드문드문 남겨진 그들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