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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e Pens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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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Name Is Friday Feb 10. 2024

01. 데카르트

Le Penseur: 생각을 지키는 사람들

인간의 역사는, 사유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간다.

경험컨데, 반드시 그럴 것이다.


진혁은 미뤄둔 교양 에세이 과제를 마무리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그에게 에세이를 쓰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속으로 '과거엔 어떻게 이런 에세이를 생성형 AI도 없이 써댔던 것인지' 라고 생각하며 다소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OPEN AI에 로그인을 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2년전부터 시행된 [2030 고등교육과정 전면 개편 계획안]의 영향으로, 철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문학은 특정 대학을 제외하고는 사라지거나 교양과목으로만 남게 되었다. 명분은 명확했다. 많은 기업들이 공학 전공을 필수로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렇지 않은 업무 영역마저도 생성형 AI가 대부분 업무 프로세스를 대체하면서 이를 이용할 줄 아는사람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지게 되었으니. AI를 다룰 수 있는 녀석만이 사회에서 일 좀 할줄 아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면서, 너도나도 AI를 교육과정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그들이 채택한 것은 AI의 본질적인 영역은 아니었다. AI가 무엇인지, AI 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였다. 마치 20년전 SNS가 유행하면서 인스타그램 컨텐츠 만드는방법 등이 쏟아졌던 것처럼 말이다.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면서 툴을 다루는 법을 내내 가르쳤다. 설계를 하는 법 보다는 이용하는 법을 알려줬다.

몇몇 AI 선구자들은 AI가 익숙치 않은 후발주자들에게 질문하는 법이 중요하다고 가르쳤지만, 정작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수업료'를 낸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제공했다.


진혁은 생각했다. '에세이는 인문학 교수들의 마지막 자존심 아닌가? 대충 써서 내자'

이내 그는 챗 GPT 9.0 에게 질문했다.

'데카르트적 사고에 대해 설명해줘'


'데카르트적 사고는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사상에 기초한 것으로, 현대 서양 철학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간의 의식과 이성이 실존의 근거임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데카르트적 사고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혁에게 데카르트가 누구인지, 데카르트의 사상이 왜 필요한지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질문할 뿐이었다.

짧게 반복된 질문과 대답 속에 진혁의 과제는 금방 끝이 났다. 종종 생성형 AI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_가짜 정보를 진짜인것 처럼 제공하는 오류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 업데이트된 최신 시스템이라면 괜찮겠지' 하며 넘겼다.


다음날 교수는 수업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 대해 설명했다.

교수는 젊고 열정이 많았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쭉 철학만을 고수해온 전통 철학자다.

그는 AI 시대에 필요한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몇 안되는 철학자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처럼 떠들어대는 저 따분한 교수에게는 관심이 없다


수업이 지루해진 진혁은 '생각은 누구나 하는 거 아닌가 뭐' 라고 생각하며 건너편 자리에 앉은 민지를 바라봤다. 민지는 웃는게 예쁜 아이다. 공부도 곧 잘해서 주변에 늘 친구들이 많았다.

그녀는 진혁과 같은 인공지능 전공이었는데, 그와는 다르게 이 교양수업에서 질문이 많은 학생에 속한다.

사실 진혁은 <AI로 만드는 이미지> 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바람에 이 수업을 듣게 되었지만, 민지는 아닌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가 진혁과 민지를 불렀다. 먼저 교수는 민지와 이야기했다. 뭔가 좋은 소식이 있는 것 같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 두근거림은 교수의 단호한 한마디와 함께 깨져버렸다.


"과제말인데, 진혁군에겐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네요"

"어떤 것 때문인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AI로 데카르트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해할 수는 없어요"


진혁은 얼굴이 빨개졌다. 당연히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딘가 할루시네이션이 있었나보다.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어서 교수가 이야기했다.


"설명엔 오류가 없었어요. 데카르트 책을 그대로 요약해놓은 것처럼 설명은 완벽했죠. 하지만 그곳엔

진혁군의 생각이 없었어요. 진혁군이 데카르트를 이해하기를 바라고 낸 과제였는데,

이 과제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없네요."


"저도 고민.."


진혁의 말을 끊고 교수가 이야기했다.

"진혁군, 제가 제안 하나 하죠 "



* Le Penseur : '생각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

* 이 글의 모든 내용은 소설의 전개를 위해 설계된 픽션입니다.

* 이 글은 AI가 아닌 사람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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