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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Name Is Friday Feb 20. 2024

02. 편지

Le Penseur: 생각을 지키는 사람들

연구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마치 방금 사람이 있었다 나간 것 처럼 온기가 남아있었다. 진혁은 옆자리에 앉은 민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 교수는 우리를 여기 앉혀놓은걸까’

‘학점에 대한 설교라도 하려는 거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던 찰나에 교수가 말을 걸어왔다.


“차는 페라리, 아우디, 녹차 이렇게 있는데 뭐가 좋니?“

교수의 개그는 최악이었다. 60대라는 나이가 이를 반증하는 듯 했다.

”저는 페라리요~“

”오케이 페라리같은 녹차로 한잔. 사실 녹차 뿐이야“

페라리같은 녹차라니. 뭐가 재미있는지 민지와 교수는 한바탕 웃었다. 이내 교수는 진혁의 의사는 크게 물어보지 않고, 민지와 진혁의 앞에 차 한잔씩을 내어주었다.


교수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먼지가 쌓여있긴했지만 꽤 정리정돈된 책상이었다. 교수와 대화할 때면 다른 60대와는 다르다는걸 종종 느낀다. 대체로 자유로워보였다.


교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희 뉴스보니? 학생은 뉴스를 봐야돼.“

‘갑자기 웬 뉴스’ 진혁은 속으로 꿍얼거렸다.

“어..최근에 말이야.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죽은 일 들어봤나?“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진혁은 기사를 통해 이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네이버뉴스 즈음에서 본 것 같았는데-사실 어디서 봤는지는 진혁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어쨌거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살을 한다는 기사였다. 어느 시점부턴가 언론은 그날 누가 죽었는지에 대한 소식들로 도배되었다. 대부분 복사+붙여넣기 수준의 기사였는데, 자살 소식 자체가 충격적이었을 뿐 그 전달 방식이 신선할만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


잠시 우리 대답을 기다린듯 했던 교수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음, 일각에서는 연속성이 인정된다느니 동기가 비슷하다느니 연쇄살인이니 뭐니 이야기하는데 말이야. 타살인지 자살인지 모르겠고, 분명 큰 문제야. 그래 그런데 말이지, 난 좀 이게 이상해. 음.. 어 뭐랄까 좀 이상한 상황? 아무튼 좀 이상해.“


교수는 계속 이상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최근에 어떤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본인이 누군지는 알려줄 수는 없다며.. 같이 연구 하나 하고 싶다고 말이야. 사실 처음엔 예산도 부족해보이고, 무슨일인지 잘 설명도 안해주길래 고사했는데, 이후에 편지 하나를 보내면서, 내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군.“


교수는 편지를 진혁과 민지 앞으로 내밀었다. 편지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교수님께, 제 소개를 자세히 드리긴 어려운 점 다시 한번 양해말씀 드립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연락드린 이유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연쇄적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교수님의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략) .. 아시다시피 상황이 많이 심각합니다.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예산이 많이 없어서 연구자들을 꾸리기에도, 다른 전문가를 구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생각해보니 어쩌면 학생들에게 좋은 실습기회가 될까 싶어 이렇게 불러봤지”


잠시 잊고 있었는데, 교수는 몇 남지 않은 인문학 권위자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쓴 사람은 수소문해서 교수를 찾은 모양이다.


교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한 10초정도의 정적.

교수가 마침내 입을 뗐다.


“오랜만에 살아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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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 Penseur : '생각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

*등장하는 인물, 지역명은 모두 소설을 위해 설계된 허구입니다.

*이 소설은 AI가 아닌 사람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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