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평범함_나의 임신, 출산 이야기

열한번째. 다시 병원으로

by 김빵떡

- 재택근무 준비.

폭풍같았던 30일의 유사산휴가도 끝나가고, 이제 복귀를 준비해야지. 회사에서 보내준 누워서 PC를 볼 수 있는 거치대도 도착했고, 복귀 이틀전에는 미리 설치를 해야겠구나. 인수인계는 어떻게 할지, 업무 분장은 어떻게 할지 조금 고민해보고 팀과 이야기했다. 12월은 며칠 안남았으니 남은 휴가를 좀 쓰고 1월은 재택근무 하면서 오전 단축근무로 인수인계를 천천히 하면서 넘긴 업무를 같이 체크하면서 보내고 2월부터 휴직을 하는것으로 하고 회사에 메일을 보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해야할텐데. 걱정이네.



- 출혈.

회사 복귀하기 이틀 전. 크리스마스도 앞두고 있고 연말이니 둘이 보내는 마지막 연말이구나 하면서 집에서 맛있는거나 배송시켜먹자 하면서 침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외래 다녀온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즈음 샤워한지도 그 정도 되어서 남편 도움을 받아 오래간만에 개운하게 씻고 잘 준비를 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화장실이 꽤 추워져서 재빠르게 씻고 나왔는데도 조금 썰렁해서 이불을 턱끝까지 올리고 있었다. 이제 열두시가 거의 다 되었나? 넘었나? 생각하고 있는데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났다. 불길한 느낌이었다. 바로 화장실로 갔는데 맙소사. 피였다.

소파에서 TV를 보다 잠들락말락하는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

“어떡해 피나! 병원가자!”



- 다시 병원.

옷을 대충 주워입고 점퍼를 몸에 두르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차안에서도 너무 추워서 이가 덜덜 떨렸다.

“별거 아니겠지? 아닐거야. 괜찮을거야.”

중얼거리면서 몸을 웅크렸다. 밤시간이라 병원 가는길에 차는 거의 없었다. 신속하게 주차를 하고 빠르지만 조심조심한 걸음으로 산부인과 병동으로 향했다. 산부인과의 응급실인 분만장은 입구옆에 전화기가 있는데, 수화기를 들면 안에 있는 당직의와 통화할 수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여기서 진료 받는 산모인데요, 출혈이 있어서 왔어요.”

이내 문이 열리고 지난달 그날처럼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입던 옷을 쇼핑백에 챙겼다. 지난번 보다는 조금 짧았던 문진이 끝나고 소변 채취를 위해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하는 와중에도 출혈이 조금씩 느껴졌다. 콸콸 쏟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임신 중에 일어나는 출혈은 양이 얼마든간에 좋지는 않은 신호일테니 더 긴장이 되었다. 하물며 나의 자궁은 이미 환급이를 밀어낸 후라 이게 어떤 싸인일지 알 수 없었다.

소변 채취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힘을 주니 피가 더 흘러내렸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문진할때까지는 손바닥 반만큼 살짝 적신 정도였는데 양이 계속되어서 당직의 선생님에게 한번 더 이야기하고 베드에 누웠다. 천장이 잿빛이었다.

분만장 밖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남편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켜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내 이것저것 검사가 시작됐다. 아마 니트라진 검사를 했던 것 같다.

“양수가 터진 것 같아요.”

“아아…….”

눈앞이 하얘졌다.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초음파 검사가 계속됐다. 그런데 양수의 양도 많고 양막이 터진 곳이 초음파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양수가 터진거라면 이 정도 출혈로 끝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양수가 터졌다고? 출혈때문에 의양성이 나온건 아닐까? 암튼 그래도 걱정되는건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교수님과 함께 나를 담당해주었던 레지던트쌤을 다시 만났다.

“이렇게 빨리 다시 뵙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러게요..”

검사가 길어지자 남편도 초조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그렇게 걱정을 나누고 있는데 선생님이 말했다.

“양수가 터진건 아닌 것 같아요. 제 가설인데, 첫째가 나간 자리에 고여있던 피가 밀려나온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건가? 연말이, 정산이가 있는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건 아닌가본데.

“그런데 출혈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출혈이 왜 생긴건지가 문제예요. 수축때문에 그런거라면.”

아아.. 뭐 하나 쉽게 지나가는게 없구나.. 남편에게 일단 양수가 터진건 아니라고 메시지를 보내주고나니 간호사쌤이 주사 자리를 잡으러 왔다. 입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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