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도미 같은, 막두

: 시대를 꿋꿋이 살아낸 생명력

by 내이름은빨강

금요일, 한 권의 그림책입니다.



오늘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막두 할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표지를 한번 볼까요?

온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날 것만 같죠?


딱 봐도 시장에서 생선파는 아지매로 보이는

막두 할매가 팔뚝만 한 도미를 한 마리 들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할매는 부산의 명물이자 상징 자갈치 시장에서

정통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며

생선을 팝니다.




사지는 않고 도미를 평가하는 손님에게는

우악스럽게 비늘을 날리며 불뚝거리지만


근심이 있는 단골손님에겐

광어에 덤으로 도미를 얹어 주기도 하는

거칠게 보여도 마음만은 따스한 막두 할매.


시장통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60년을 보낸 할매는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하지만

토박이 부산 사람은 아닙니다.



할매가 열 살 때 나라에서는 전쟁이 났고

피란 통에 헤어진 엄마의 말을 듣고

영도 다리까지 왔지만 그 자리에는 엄마를 대신해

거대한 벽 같은 괴물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죠.


작은 소녀는 숨이 멎을 것 같이 무서웠지만

아바이, 어머니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거대한 벽이 너무나도 무서워

그것이 올라갈 징조인 종소리만 울려도

달아나듯 자리를 피한 막두.


오랜 세월이 흘러도 끝내

부모님을 찾지 못한 막두는

이곳 자갈치에서 아지매가 되었고

그렇게 할매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막두할매는 TV에서

영도 다리가 다시 올라간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어린 시절 두려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는 그곳에 가 보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6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할매는 그 거대한 벽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뒷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 주시고요.





코로나-19로 매월 한번씩 열던

작은 그림책 모임을 어쩔 수 없이

잠시 중단했습니다.


모임은 하지 않아도 그림책은 읽었고

개인 SNS에 매주 한권씩 그림책 소개를 했어요.


하지만 좋은 그림책을 소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소개를 위한 소개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멈춤이

예상을 훌쩍 넘어 길어지며

힘이 빠지기도 했고 울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 이야기를

잠시 쉬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모임을 진행하고 있고

어른이 보아야 할 그림책도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그림책의 최우선 독자는 역시 유아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정서적 감응을 주면서

어른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누리게 해주는 작품을

좋은 그림책이라고 여깁니다.


막두는 시끌시끌한 자갈치 시장 바닥에서

생선을 파는 아지매 답게

거친 느낌에 색깔도 알록달록 화려한 그림책입니다.


세련되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외면받기 딱 좋지요.


하지만 강렬하고 생생한 사투리와 거침없는 표현,

시대를 관통하여 살아온

막두할매가 체득한 생명력은

이야기 전체에 흐르며 몰입과 감동을 줍니다.


아이들은 막두 할매의 거친 말투 속에 담긴

정과 생명력, 회복력의 힘을 금세 간파해냅니다.



코로나-19로 불투명한 시기를 살아가며

각종 전문가들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닥쳐온다며

준비를 해야 한다며 경고를 해대고 있습니다.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답답하고 무기력감이 나를 사로잡을 때,

싱싱한 도미보다 더 싱싱한 막두 할매의

생명력과 회복력을 수혈하고 싶어 집니다.



원래 사투리파는 전공을 살려서,

그렇지 않은 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막두 할매를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까르르 웃음소리가 가득한

즐거운 한때를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엉덩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꽃이 주는 감동도 덤으로 얻고요.



주말 잘 보내세요.




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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