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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이름은빨강 Nov 12. 2020

내겐 너무 얄미운 그녀

내 마음 같지 않은 직장 인간관계

  이번 주, 중요 행사 의전 때문에 일찍 출근을 했다. 셋이 함께 준비를 맡았는데 막내는 집이 멀다고 아예 일찍 오지 않겠다고 해서 의전을 책임지는 동료와 둘이서 하기로 했다. 처음 그녀가 내게 자기가 먼저 와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 7 50분까지만  달라는  혼자 하는 것이 마음이 쓰여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사무실에 7 반에 도착하려면 엄마는 6 20분까지 집에 오셔야 한다. 요즘 행사 앞두고 내가 퇴근이 늦어져서 퇴근도 못하시거나 늦게 집에 가시고는 했다. 죄송한 마음과 피곤한 몸으로 부랴부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커피를 간절하게 떠올리며 출근했다. 중간 환승지점에서 택시로 갈아타며 승강장 앞에 불을 밝히고 있는 던킨도너츠에서 동료 몫까지 커피를 사 갈까 하다가 늦을까 봐 바로 차에 올랐다.

  입구를 통과하니 7 20. 반갑게 맞아주는 안내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에 짐을 두고 다른 층에 있을 동료에게 도착했으니 함께 준비를 하자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더니 아직 도착 전이라면서 먼저  해달라고 넌지시 부탁했다. 다 같이 하는 일이기도 하고 먼저 왔으니 슬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다던 시간에도 동료는 나타나지 않고 메시지로 이런저런 지시만 했다. 결국 동료는 막내보다 늦은 시간에 왔다. 커피  왔으면  식었을 뻔. 

  솔직히  혼자 너무 오버했나 싶기도 했다. 혼자 준비하면서 힘들까 새벽같이 바삐 움직이며 커피를 사 갈까 썼던 마음이 무색했다. 준비를 마무리하고 행사장에 준비한 것들과 음료 등을 들고 가 세팅을 완료하고 대기했다가 중간중간 지원하면서 행사 1일 차는 별일 없이 지나갔다.

  1일 차 행사가 끝나 행사장을 치우고 내일을 위한 세팅을 하러 다 같이 올라갔다. 2일 차는 다행히 20 늦은 시간에 시작된다고 해서 우리도 조금 늦은 8시까지로 준비시간을 잡았다. 그러자 막내가
" 일찍 와야 해요? 너무 힘들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같은 시간에 올게요."라고 말하는  아닌가.


  순간, '뭐니?'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짜증이 나려는데 행사 준비는  일이 아니라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나이 든 여직원이 
"그래, 고생했다. 내일은  가까운 내가 올게."라고 했다. ​ 순간 나도 모르게 
"나도 일찍 오려면 엄마까지 일찍 출근시켜야 하는데 3 연속은 저도 그러네요. 금요일은 두 분이  맡아주세요."라고 해버렸다.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막내는 말속에 담긴 나의 감정을 느낀 것인지 기분 상한 표정을 지으며 불편하게  있었다.

   친구와는 지난 5년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혼자서 부서 전화  땡겨받는게 안타까워 같이 전화를 받았더니 어느 순간 전화를 안 받기 시작했다. 설거지도 마찬가지였다.  필요할  슬쩍 다가와서 뭔가를 가져가지만 막상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챙기지 않았다. 얼마  인사 관련 개인평가자료를 작성할 때도 고민하며 이야기하기에 아이디어를 주었는데 검토는 남자 직원들에게 가서 받는  보고 서운했었다. 뭔가 나누고 챙기고픈 마음을 모르고 즉물적이고 본능적으로 나를 쓰며 대하는 그녀에게 무수히 많이 서운함을 느꼈고 지금은 적당한 기대와 거리를 두며 지낸다.

  내겐 오랜 '관계의 갈급함' 있다. 아마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에서 미처 채워지지 않았던 욕구가 성장을  오면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책도 읽고 상담도 받으면서 그것을 스스로 달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그것 때문에 힘이 들고는 한다. 어린 시절의 친구 몇몇은 그런 나의 욕구와 타고난 성향을 본능적으로 이용할  알았다. 내가 가진 물건이나 능력을  쓰고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소외시키는 일을 두어 번 인상 깊게 겪고  ,  것의 본전을 생각하지 않을  없게 되었다.  맘 같은  알고  퍼주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일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내가 싫어지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처는 중학교와 대학교의 친구들과 지내면서 잊혔다가 취직을   이해관계 중심의 직장생활에서 다시 불거졌다. 지금 부서의 막내도 본능적으로 그런 나의 성향을  활용해서 아쉬울   쓰고 평소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회사에서의 얕은 관계에 마음을 그리  필요가 없다는  알면서도 가끔 스스로 상처입지 않기 위해 그어둔 선을 굳이 넘어갔다가 후퇴한다.

  그냥 하루  일찍 오는 일이  그리 힘들다고 속좁게 굳이  집어서 '나머지는 네가 해라!'라고 했을까? 후회와 얄미움으로 도무지 펴지지 않는 얼굴을 마스크가 가려줘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행사장을 정리하다 생각을 바꿨다. 내가  관계에서 계속해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기에 여전히 고민스러운  아닐까? 그런 관계는 회사 말고 다른 데서 찾으면  일이었다.

   좁긴 하지만 얕지만은 안은 작은 그릇 안의 말랑말랑하고 따스한  모습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기로.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편안함을 누리거나 이득에 쓰는 사람에게까지 나눠주기엔 모자란 마음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역시나 늦어버린 퇴근길 몸과 마음이 지친 나를 위로했다. 어느새 날이 풀려 따스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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