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삶 : 크리스마스가 전하는 주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가치
안녕하세요?
금요일의 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오늘 제가 가지고 온 그림책은
글 없는 그림책의 거장이라 불리는
피터 콜링턴의 <작은 기적>이어요.
글자가 하나도 없어서
그림을 더 자세하게 보게되는 그림책이지요.
한 할머니가 좁은 공간에서
잠을 깹니다.
화로에 불씨 하나 남아 있지 않고
먹을 것도 하나 없고
비상금을 넣어둔 상자를 열어보지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식에
손으로 입을 막습니다.
할머니는 서둘러 초록 코트를 입고
낡은 갈색 장화를 신고
아코디언을 둘러매고
집을 나서요.
사람들이 분주히 오고가는 길,
카페의 창 옆에서
열심히 연주를 하지만
아무도 할머니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발길을 재촉할 뿐입니다.
할머니는 섰다가 앉았다가 이내 좌절합니다.
그 사이 카페 창안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은
네번 바뀌었네요.
창을 두고 바로 앞, 누군가가 한끼를 위해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지만
그들에겐 할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는
자신의 왼쪽에 있는
골동품 가게에서
'물건 삽니다.'란 문구를 발견하죠.
가지고 있던 유일한 물건인
아코디언을 내놓고
지폐 한장을 소중히 받아들어
상자에 넣습니다.
그리고 아코디언에 키스를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가게를 나섬과 동시에
그 아프고 소중한 돈을
날치기 당합니다.
그게 어떤 돈인데요.
지치고 아픈 마음으로 등까지 굽어 돌아가던 길,
마을로 오며 지나쳤던 교회의 모금함을 터는
그 날치기 도둑을 마주쳐요.
아까의 일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할머니는 온 힘을 다해 모금함을 뻇고
교회 안으로 뛰어들어 문을 잠급니다.
마을로 가기 전 보았던
크리스마스 성상들이
도둑의 손길에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죠.
모든 걸 제자리에 정성스레 돌려놓고
마지막으로 아기 예수를 받들고
모금함도 그대로 제자리에 놓습니다.
교회를 나선 할머니는 먼 집으로 돌아가다
지쳐 쓰러집니다.
쓰러진 할머니 위로 눈이 내려 쌓입니다.
하루종일 뭐 하나 먹지 못하고
밥줄이자 하나뿐인 소중한 물건인
아코디언도 없어졌고
돈까지 도둑맞은 할머니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힌트 하나만 드리죠.
할머니에게 기적이 일어나요.
아주 훈훈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작은 기적이요.
꼭 책으로 확인해 주시고요!
이 책은 그야말로 크리스마스를 위한
크리스마스의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기 예수의 탄생에 함께 했던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그렇고요.
피터 콜링턴의
세심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장면장면을 따라가다보면
할머니의 처지에 공감하고
그녀가 마주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에
함께 박수를 치게 됩니다.
세심하게 그려진 인물과 배경은
글씨 하나 없는데도
화면의 전환과 이동이 생생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인물의 미묘한 표정이나 행동은
담고 있는 메시지에도
어딘가 유머러스해서 자꾸 미소 짓게 되고요.
가난하고 힘들지만
자신의 존엄을 지킬 줄 알았던
한 존재의 하루를 따라가다
눈밭에 쓰러진 할머니가 맞딱뜨리는
기적은 깊은 감동으로 이어지지요.
현실적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힘든 상황에서라도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동시에
선물과 이벤트, 파티로 채워지는
크리스마스에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이
지금도 바로 우리 곁에 있고
아주 작은 우리의 관심만으로도
그들에겐 '커다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어린이의 세계> 김소영 작가님이
모든 어린이들이 같은 상황을 누릴 수 없으니
어린이날에 상투적으로 건네는 인삿말에
조금 더 세심해지자고 했듯이
세상의 모두에게 크리스마스가
행복하고 즐거운 날인 것만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아주 작은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면,
다시 정신을 차린 할머니가
자신의 오두막에 일어난 기적에
아이처럼 기뻐하고
차려진 크리스마스 성찬을 맛나게 먹고
되찾은 아코디언으로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는 일이
그림책 속의 일만은 아닐 겁니다.
크리스마스는 그런 날임을
피터 콜링턴은 마지막 장면에 온기 가득
아름답고 세심한 그림으로 전합니다.
하늘엔 별이 환히 빛나고
그 아래 따뜻한 연기가 새어나오는
작은 오두막의 창안으로는 트리가 보입니다.
눈밭에 길게 난 발자국은
지금 할머니가 누리는 크리스마스가
한낮 꿈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그 곁에 노란 불빛으로 눈밭에 비친 것은
무엇일까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래요.
크리스마스의 존재 이유며 정신을
작가는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전합니다.
어디서 누구와 어떤 크리스마스를 맞으셨던
오늘 하루만은 가지고 계신 사랑을
한껏 표현하는 하루 되시길 바라며
메리 크리스마스!
내 이름은 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