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입학 예비 소집
어제는 아이의 초등 입학 예비소집일이었다. 주민센터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아이와 동반해서 방문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한 달간 이곳의 확진자 증가 추세가 다이내믹해서 방역 차원에서 재원증명서와 부모만 방문하는 것으로 문자 안내를 받았다. 하루 연차를 내고 필요한 서류를 챙겨 집을 나섰다. 영하로 떨어질 일 별로 없는 이곳이지만 재난문자로 주의를 요할 만큼 매서운 날씨였다.
아직 배정 전인 학생들의 명단을 보니 이름만 아는 아이의 유치원 같은 반 친구들이 몇 명 보였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디 학교생활만은 가까운 곳에 친구들이 있어서 방과 후에 함께 같이 뛰어놀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보았다. 동선에 따라 안내를 받고 열감지 카메라를 통과해서 지정된 곳으로 찾아갔다. 이것저것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친절하게 안내도 해 주시고 방과 후 과정 신청에 대한 서류도 받아서 왔다.
방학 중인 아이가 부탁한 마법 천자문을 반납하고 다시 몇 권 대출해 돌아왔다. 점심 먹고 같이 방과 후 과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의논해 보았다. 제일 처음 고른 것은 한자 수업. 마법 천자문의 영향 때문이다. 예상이랑 다를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해 보고 싶다고 해서 신청하기로 하고 과학탐구, 요리교실, 음악줄넘기, 영어를 골라두었다. 축구교실과 미술은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희망한 수업료를 다 합해보니 학원비 2군데 다닐 수준이 나왔다.
꼭 참가했으면 싶은 교실 일부는 학년별로 시간대가 고정되어 있는데 일부 과목의 시작시간과 겹쳐 담당 선생님께 전화로 문의를 드려보니 10분 정도 겹치는 것은 교실에서 알아서 그 시간만큼 진도를 조정해준다고 한다. 일단 3,4월의 과정이니 해 보고 또 맞지 않거나 생각과 다른 것들은 그다음 달에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이건 좋고 이건 별로고 넣고 빼고 실랑이를 하면서 시간표를 짜 보았다. 과목은 많은데 시간은 여유롭다.
초등학교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는 데다 물어볼 곳도 없어 다소 막막한 기분이다. 여태까지는 별 아쉬움 없이 잘 지내왔는데 학교를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하게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마음도 나눌 수 있는 '언니'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육아 초기도 그랬던 것 같다. 막막해서 자꾸 다른 데다 물어보고 확인하고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다 좋아 보이고. 또 고집은 있어서 그대로 하고 싶진 않았던 좌충우돌 그 시기.
지나고 보면 지금도 마찬가질 것이다. 돌아보면 못해주었던 많은 것들이 종종 짙은 후회를 남기겠지만 이것저것 알아가다 보면 지금의 막막함도 '그땐 그랬지.'하고 추억의 상자함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방과 후 과정을 의논하며 많이 알고 척척 제시해주는 엄마는 못되지만 자주 의견도 주고받고 부족한 데서 또 채워나가는 엄마가 되어보자고 살포시 마음먹었다. 처음 학생이 되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처음 학부모가 된 나는 여태껏 그랬듯 서로를 의지하며 또 잘해나갈 것임을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