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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는 사랑을 싣고

<아기 판다 푸바오>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글 / 시공주니어

행복을 주는 보물 용인 푸씨, 푸바오는 사랑을 싣고


나는 가톨릭 신자로, 23년 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고자 세례명을 프란치스카로 선택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동물을 포함한, 세상 모든 존재를 사랑한 ‘생태계(동물)의 수호성인’이다. 예전에 성인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새들에게도 겸손한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으며, 그 모습은 항상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나도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세상 모든 존재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소망 덕분인지, 그 후로 우연히 나는 집 근처의 길고양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입양하고, 그 존재의 무해한 아름다움에 눈뜨면서 자연스럽게 동물권을 옹호하는,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도 하는 사람으로 변화했다.


 작년 봄이었을까? 유튜브를 보다가 금방이라도 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곰과 너구리의 특성을 모두 지닌 귀엽게 생긴 곰 한 마리가, 붉은 고기도 아닌 금방이라도 바스락거릴 거 같은 바람 소리가 깃들인 초록 대나무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그 무해한 모습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푸바오 옆에는 항상  판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가 있었다. 가끔 영상에서 클로즈업되는, 푸바오를 바라보는  강철원 사육사의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책임감과 걱정이 교차하는 듯한 진지한 표정은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어떤 진솔함이 있었다. 사람 할아버지와 곰 손녀가, 서로 다른 종의 간격을 뛰어넘어 따뜻하게 교감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로 모르게 웃음 짓게 하거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힘이 있었다.


그런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의 요람에서부터 한 살까지의 성장 모습이 담긴 <아기 판다 푸바오>라는 성장 포토 에세이를, 푸바오의 한 살 생일에 맞춰 2021년 7월 20일에 출간했다.

“판다라는 신비하고 놀라운 생명체를 만나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금 고개가 숙여집니다.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기 힘듭니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길 것들을 생각합니다.” 사육사 강철원


영상으로만 접하던 푸바오를,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 지난 8월의 어느 날 아침, 나는 일찍  집을 나섰다. 그날은 유난히도 하늘이 땅에 가깝게 내려앉은,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흐린 날씨였다. 에버랜드에 도착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판다 월드에는 꽤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었다. 영상으로 꽤 넓어 보이던 실내 방사장은  생각보다 왜소해서 처음에는 좀 실망스러웠다. 입구로 막 들어서니, 소리에 예민한 판다 가족들을 위해 관람객들에게 조용히 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정말 꽤 많은 사람이 입장해 있었는데도, 동물원이 맞는가 싶을 만큼 조용했다. 나무 위에는 푸바오가 잠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푸바오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최소한의 행동과 소리로 그 공간을 정숙하게 지켜내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푸바오는 잠에서 깨어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나무 원두막에 앉아, 그 바람 소리가 깃들여 있을 거 같은 초록 대나무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마치 커다란 미어캣이나 된 듯, 움직이지도 소리 내지도 않고, 단체로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푸바오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사람들 속에 섞여,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푸바오를 아끼는지, 그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  에너지에 감염되어 한참이나 그 안에서 푸바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오면서 그 공간을 가득 채우던 그 강렬한 에너지는 무엇이었을까? 한참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치유 에너지였다. 사람들은 푸바오라는 무해한 아름다운 동물을 바라보면서, 자기 안에 번잡스럽게 서성이는 감정들을 가라앉히면서 정화하고 있었다. 왜 푸바오가 ‘행복을 주는 보물’ 인지, 그 공간을 통해 비로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전시되는 동물’로서의 푸바오의 삶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푸바오의 바오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치유의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의 가족과 다름없는 바오 가족의 일상을 보면서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종 차별을 많이 걷어내는 계 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게 되었다. 사람과 동물의 마음을 따뜻하게 연결하는 행복 전도사, 푸바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초록 지구를 더 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줘.


 “동물은 인간과 다름없는 감수성을 지녔기 때문에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피터 싱어(실천윤리학자)

 감수성은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 자아실현의 욕망, 죽음에 대한 공포, 강제된 삶의 조건에  대한 저항, 즐거움, 협력의 의지,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 모두를 포함한다.

<동물주의 선언 / 코린 펠뤼숑 글, 책공장더불어> 65p.    


초록 새싹들이 찬란해지는 올 4월에 멸종취약종인 푸바오는 종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간다. 국민 곰 손녀로 등극한 푸바오와의 이별을 벌써부터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도 걱정이다. 푸바오가 사랑하는 가족과 사육사 할아버지들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할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걱정에 빠져들다 보면 눈물이 맺히곤 한다.


그럴 때면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의 판다 부모를 2016년에 우리나라로  데려오면서, 고향 쓰촨성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노란 유채꽃을, 판다들이 새롭게 지내게  될 방사장에 심으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도록 했다는, 세심한 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푸바오도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보고 자란 노란 유채꽃을 기억하면서, 새 삶의 터전이 될 중국 쓰촨성에 흐드러지게 피어날 노란 유채꽃밭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되어 있을 푸바오를 보기 위해, 낯선 중국 땅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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