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잘 지내고 있나요?

<노인의 꿈> 백원달 글 그림, 북플레저

당신의 꿈은 잘 지내고 있나요?


2025년 부천의 책으로 선정된 책 4권(아동 1권, 성인 1권, 만화 1권, 부천 작가의 책 1권)이 현재 각 도서관에서 릴레이 도서로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나는 작년 10월에 ‘2025년 부천의 책 선정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선정위원회에 참가하면서 후보 도서들을 먼저 만나보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만화 부분 『노인의 꿈』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최종 선정토론회에 필요한 발제를 준비하고자, 나는 한밤중에 두툼한 『노인의 꿈』을 펼쳐 들었다.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심히 펼쳐 든 만화책은 나를 뜨거운 감동으로 여러 번 이끌면서 뜨거운 눈물을 연신 흘러내리게 했다. 다양한 세대 구성원들이 씨실 날실로 촘촘하게 엮인 주인공들의 애잔하면서도 따뜻한 삶의 이야기는, 마치 아침 이슬을 머금어 찬란하게 빛나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느 세대의 자리에서 책을 읽더라도 함께 사는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게 하는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에 대한 감탄과 궁금증이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이 책을 쓰고 그린 백원달 작가는 학창 시절에는 시인을 꿈꾸었다가, 화가를 꿈꾸었다가 결국에는 자신에게 꼭 맞는 방식의 웹툰 작가로 성공했다. 『노인의 꿈』도 네이버 웹툰에 연재했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앞으로도 상업성 짙은 작품보다는 자신만의 흔적이 담긴, 잔잔하면서도 공감 가득한 만화를 그리는 것이 꿈이라는 작가의 『노인의 꿈』은 혼탁한 진흙 속에서도 맑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향기롭다. 삶의 차갑고 힘든 고난의 연속에서도, 책 속 주인공들은 서로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끊임없이 상대의 속마음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혼을 향해 걷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오래된 건물에서 작은 미술 학원을 운영하는 윤봄희는 점차 줄어드는 수강생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지는 50대의 중년 여성이다. 건너편 새로운 건물에 큰 미술 학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던 윤봄희 앞에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온다. 자신의 영정 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다는, 삶의 마지막 꿈을 가진 81세의 심춘애 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오래된 건물의 낡은 미술 학원에 늙은 어르신과 늙어가는 선생이 있다”는, 연꽃 같은 향기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는 최근에 찍은 자신의 영정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웃으려고 해도 웃음이 지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의 영정 사진으로 세상 사람들과 이별하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주름도 없애고 무뚝뚝한 모습도 웃는 모습으로 수정할 수 있는 그림으로 직접 영정 사진을 그리고 싶다는 꿈이 생겨났다. 남들이 비웃을 수도 있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할머니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미술 학원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마지막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품성의 윤봄희를 만나게 된다. 할머니는 자신의 소원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자화상을 완성하게 된다. 어쩌면 자화상을 그리는 시간이, 심춘애 할머니의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 할머니에게 남은 삶의 시간은 3개월 여정도. 그 소중한 시간에 ‘늙은 어르신’과 ‘늙어가는 선생’이 기적처럼 만나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면서 서로의 삶을 빛나게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할머니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화상을 고쳐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작년에 논문을 쓰면서 공부했던 ‘이야기 치료’가 떠올랐다. 독서치료의 한 분야인 이야기 치료는 자기 인생의 부정적인 삶의 기억을, 긍정적인 새로운 삶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기 삶을 긍정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자아통합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할머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자신의 무뚝뚝한 영정 사진을 보면서, 평생 웃음 한번 환하게 웃지 못하며 살아온 팍팍했던 지난 삶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그린, 환히 웃고 있는 영정 사진’으로 사람들과 잘 이별하고 싶다는 간절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웃으려고 해도 웃어지지 않던 무표정한 얼굴을 수정하고 싶었던 것처럼, 그 무표정한 얼굴 밑에 겹겹이 쌓여있을, 힘겨웠던 여러 삶의 순간 중에서 어떤 시간을 가장 애달파하면서 바꾸고 싶어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준비 없이, 꿈을 이뤄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다가올 노년이 두려웠던 50대의 윤봄희는, 나이에 지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뤄내는 심춘애 할머니를 보면서 잊고 지냈던 자신의 지난 꿈을 생각해 내게 된다. 그러면서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용기도 얻게 된다.

나도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내 꿈을 조용히 불러보았다. “잘 있니?”


좋아하는 것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하다 보면, 살아온 시간들이 모여 언젠가 내 삶에 새로운 길을 비춰주지 않을까. 그런 믿음으로 오늘도 시간을 차곡차곡 쌓는다.” 373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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