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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페스트와 코로나19

『페스트』 알베르 카뮈, 문학동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항상 읽고자 했으나, 중간을 다 못 넘기고 덮어버리곤 했던 책이다. 그런 책을 이번 도서관 시민학교 <독서토론 리더> 강좌에서 선정도서 중 한 권으로 만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몰입하면서 읽었다. 전염병 ‘페스트’로 완전히 폐쇄되었던 알제리의 작은 해변 도시 ‘오랑’에, 현재의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지구인의 현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노벨문학상 작가로 잘 알려진 알베르 카뮈는 1913년 알제리에서 프랑스계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카뮈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였으며, 편집자로서 전후 상황을 보도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활동했다. 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으면서 인간의 선과 악, 부조리함을 직접 경험한 것이 <페스트>를 쓰게 된 계기였다고도 하며, 이 책 발간으로 1947년에 비평가상을 받았다.     


비둘기도 나무도 공원도 없는 삭막한 도시 오랑에서, 주인공 의사 리외가 병원 복도에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연한 죽음으로 보였던 쥐는 곧 도시의 모든 곳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오랑 시가 ‘페스트’를 ‘페스트’라 부르기를 주저하는 사이에, 피를 토하고 죽은 쥐처럼 처절한 고통을 받으며 시민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시는 드디어 현실을 직시하고 페스트를 공포한다.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p.82) 도시가 폐쇄되자 사람들은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고,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현실적으로 그 누구도 오랑을 벗어날 수 없다. 운 없으면 누구라도 ‘죄 없는 사형선고’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직업의식이 투철한 의사 리외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의사로서 ‘치료되지 않는 사람들’을 묵묵히 치료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원보건대’를 조직해서 함께 ‘페스트’에 저항하는 동료 타루도 만나게 된다. 기나긴 페스트와의 싸움에서 승리로 끝나갈 즈음, 타루는 리외에게 우정을 남기고 페스트에 걸려 죽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의사 리외가 오랑 시민들이 어떻게 페스트와의 지난한 싸움을 이겨냈는지에 대한 과정을 기록한 연대기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되지 않으며(……) 또한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가 쥐들을 다시 깨우고, 그 쥐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내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p.360) 연대기를 정리하는 리외의 마지막 글이다. 

리외의 생각처럼 ‘페스트균’은 80년이 지나 2019년 현실의 우리 삶에 ‘코로나균’으로 되살아났다. 다만 ‘코로나 19’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환경 파괴에서 발생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지구인’이라는 공동체로 ‘기후 위기’에 맞서는 행동들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온 지구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지 않았다면, 이 책이 이렇게 나를 몰입으로 이끌지는 않았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언제든지 ‘오늘,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내’가 아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우리는 이 고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될 것이다. 


                                                                                                                      2021년 12월 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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