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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Aug 03. 2022

[작심(作心)3일] 5편. '정(情)'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정성이 정(情)을 키운다

한성근     


정성(精誠)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다.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모든 것에 정(精)을 더하는 것 같다. 정이 더해지니 애정으로 나아간다. 정성을 다하는 삶이 시간과 노력이 들어 힘들어진다면 사소한 일에 정성을 다하는 삶은 소원해질 것이다. 정성은 시간과 노력이 아니라 태도와 마음의 요소로 봐야 할 것이다.      


강의를 시작할 때 톨스토이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이야기하곤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며,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며,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앞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강의를 시작한다.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오롯이 공감해주고,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장점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나와 관계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나와 관계하는 사람과 나누는 수많은 대화가 들음에서 나고, 듣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해주고 싶은 언어들이 생성된다. 이 생성한 언어들이 때로는 오해가 되고, 갈등도 가져온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관계는 나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므로 정성의 관점에서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찾아 성찰하고, 대처하면 좋을 것이다.      


사람 이외의 것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그의 존재 이유를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함께하는 과정이다. 역할과 관련한 것은 선택이 필요할 수 있다. 내게만 좋은 선택은 피하고, 내게도 좋고 모두에게 좋다면 무조건 해도 좋을 것이다. 내게는 손해지만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면 전적으로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글을 쓰고 보니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무엇인가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 정이 쌓여가는 과정이리라. 이 과정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쌓여 사랑이 된다. 내 인생은 항상 정성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픔도 아쉬움도 많다. 그래서 마음이 쓰리다. 이 경험을 성찰하며, 더 좋은 관계 맺기를 위해 노력하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살며, 사랑하며, 기도하자!




퍼스널 컬러처럼 정에도 웜톤과 쿨톤이 있을까?

권창숙     

 

한창 유행했던 성격 유형 검사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무로 검사를 해 봤을 법 한데 바로 MBTI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요즘 자신을 E 또는 I로 외향성 정도를 표현한다. INTJ인 나는  내향형이다. 조금 더 세분화된 검사를 실시하면 각 유형의 점수분포도 알 수 있다. 양쪽 극에 있는 사람도 있고 중앙에 가까운 사람도 있다. 또한 이 유형도 자신의 살아온 세월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즉, 세상에 불변하고 고정적인 것,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정이 많다. 정이 없다. 냉정하다 라는 말이 있다. 실제 정이 없을 수는 없다. 정은 사람의 마음이기에 어떤 감정이라도 느낀다. 그걸 어떤 빈도로 느끼느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그 사람을 다정다감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냉정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나를 수직선 위 어느 한 곳에 올려야 한다면 어디쯤일까?


다정다감하다고 하면 우리는 따뜻하다는 느낌과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반면에 냉정하다고 하면 차가운 느낌과 함께 약간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언어의 힘은 참 무시무시하다. 그 사람의 이미지를 단어에 싣게 되면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되어버린다. 세상에 늘 따뜻하고 늘 차가운 사람이 있을까.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열정도 필요하지만 그 열정 과다함이 때로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냉정함이 한없이 차가워서 누군가를 움츠려 들게 하거나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할지 모르지만 이성적인 판단과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수직선 아래 양쪽 끝에 웜톤과 쿨톤이라 적어본다. 오른쪽에는 웜톤, 왼쪽에는 쿨톤. 웜톤은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황금 들판 이미지가, 쿨톤은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이 떠오른다. 그러나 두 이미지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음...나는 쿨톤 어딘가인 것 같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쿨톤에서 0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포시 나를 올려본다. 여기가 맞나. 여전히 사람의 감정에 민감한 나는 나의 보호색을 입은 것일까. 쿨한 척. 쿨내 진동~. 아니다. 사람의 감정을 잘 읽으나 그 감정의 이유를 조금 더 냉정히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표현이 조금 느려 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웜톤과 쿨톤 사이에서 고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웜톤으로 세상 따뜻한 사람이었다가 어느 때는 모든 이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쿨톤의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정이 많은 사람이나 정이 없는 사람이란 말에 갇히지 말고 나만의 퍼스널 칼라같은 정(情)의 색감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배움으로 나누는 정(情)

최정연     

  

애틋하고 끈끈함이 느껴지는 복잡다단한 감정과 관계를 사람들에게 한 단어로 일깨워준 광고가 있었다. 조그만 초코빵 포장에 커다랗게 적힌 ‘정(情)’이라는 글자는 본래의 이름보다 더 친근하게 우리에게 각인되었고, 따뜻한 정이 필요한 순간이면 무심한 듯 쓱 내밀어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 되곤 했다.      

  

그런데, 이 ‘정’이라는 것은 슬기롭게 다루기가 참 어려운 감정인듯하다.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은 그 대상과는 무관하게 나 혼자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부부는 애정으로 맺어진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애증으로 변한 자신들의 관계를 정으로 산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또, 서로 의견이 엇갈려 자주 싸우다 오히려 정이 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정은 애정과 애증, 다툼의 모습으로 눈에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이다. 지금 여러분은 누구와 정을 나누고 있는가.      

  

평생학습은 사람들을 서로 만나게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강사와 눈을 맞추고, 동료학습자와 마음을 털어놓는다. 부부나 연인처럼 사랑의 감정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공통의 관심사로 이야기 나누고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뭔가 색다른 정이 샘솟는다. 잠이 쏟아지는 오후 시간에는 초코빵 대신 사탕이나 커피를 건네기도 하고, 가족과 오랜 지인에게는 쉽게 털어놓지 못하던 고민을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된 채 술술 털어놓기도 한다. 함께 수다를 떨고, 탐탁지 않은 일에는 함께 분개하기도 하며 동문수학의 정을 소복하게 쌓아간다.      


애정이 깊으면 상대에게 기대하는 마음도 덩달아 커진다.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면 서운함이 몰려와 오히려 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하지만, 배움으로 함께하는 지인이라면 애정과는 또 다른 정을 조금은 덜 부담스럽고 현명하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배움으로 나누는 정은 초코빵만큼이나 쫀득하고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평생학습이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정(情)은 그냥 따뜻함

전하영     


말에 온도가 있다면 ‘정(情)’이라는 말은 참 따뜻한 말이다. ‘열정’과 같은 뜨거움을 누그러뜨리고 ‘냉정’과 같은 차가움도 포근하게 만들어 줄 듯하다. 그리고 정(情)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 중 ‘사랑’, ‘미움’ 등 특정 대상에게 어울리는 표현들이 있는데 반해 정(情)은 모두에게 써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나라를 ‘정(情)이 참 많은 나라’라고 소개할 때의 그 느낌, ‘참 정감이 가는 사람이야’라고 누군가를 떠올리며 말할 때 그 느낌, ‘사랑 없으면 정으로 살지’라며 눙치며 던지는 그 말의 느낌 등 정(情)과 관련된 우리들의 표현은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도 않고 훅 들어온 듯 하지만 거리감을 유지하는 참 묘한 매력과 따뜻함을 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없다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것도 정(情)이다. 간혹 업무와 관련한 경쟁 관계 속에서도 어느 순간 정(情)이 쌓이면 상대를 통해 나를 바라보고 나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물론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情)은 오랫동안 숙성되어야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마냥 좋은 것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인내해야 하고 때로는 감내해야 할 수많은 감정들이 서로 부딪히고  치이면서 닳고 또 닳아 정제된 된 후 상대를 오롯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정(情)이 생긴다.     


그래서 정(情)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오래도록 따뜻함을 유지한다. 정(情)이 쌓이면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작은 배려에도 감동을 느낀다. 그러면 다시 정(情)이 또 한 겹 쌓이게 된다. 지금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하는 이들처럼.




정이란 무엇일까?

김동희


정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불렀던 유행가 가사이다.


받을 땐 꿈속 같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나이 들어 이제는 알 것 같다.

받는 것에도 책임이 따른다 는 걸.


더군다나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정은 더더욱 부담스럽고 힘겨웁다.

이제야 이런 걸 알아차리다니...

그래서 요즘엔 정을 주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이렇게 정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안주는 것도 아닌,

받는 것도 받지 않는 것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관계를 나는 견딜 수 없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런 어정쩡한 관계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덕이라 칭하는 것 같다

정을 주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하는 건 참으로 바보스러운 것 같다.


지금부터의 나의 삶은

그 어려운 정 나누기를 잘해 보려 한다.

더욱더 세심하게 정을 나누며 살아보련다.

느낌이 서로 닿는다면.....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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