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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Sep 03. 2022

[작심(作心)3일] 6편. '쉼'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쉼은 에너지다!

한성근


쉼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이번 작심삼일을 쉬는 거냐고 물었더니 8월은 푹 쉬고 다음 달에 쓰란다. 8월 건 벌써 썼는데 말이다. 위로인 듯 위로 아닌 위로 같은 답을 뒤로하고 책상에 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내 삶을 뒤돌아본다.


10대 때는 학교에 가고, 숙제하고, 나머진 그냥 재미나게 놀았다. 그다지 공부에 흥미도 없었고, 책도 읽기 싫어했다. 오직 친구들과 노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때때로 경쟁하듯 책을 읽고 뒤지기 싫어 시험공부를 했다. 그 당시의 쉼이란 친구들과 노는 것인 듯하다.


20대는 대단히 짧은 시기다. 군 생활이 절반 이상인듯하다.  그때의 휴가란 꿀맛 같았다. 내 맘대로 내 시간을 쓴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 휴가다. 20여 개가 넘는 아르바이트 했다. 벌어서 알차게 썼다. 10대와 달리 노는 범위가 달랐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걷고, 자전거 타고 참 많이도 쏘다닌 시기다. 20대의 쉼이란 내 맘대로 하는 것이었다.


30대는 학원을 운영했다. 거의 24시간을 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전엔 출근해서 학부모 상담, 오후엔 초등수업, 저녁엔 중등수업, 새벽에 귀가하는 일정으로 쉴 틈이 없었다. 휴가에는 학생들과 캠핑하러 다녔다. 그것도 학년별로 다녔으니 30대는 슈퍼맨처럼 살았다. 30대의 쉼이란 열정을 분출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열정!


40대는 평생교육의 가치에 올인한다. 지역에서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일에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인생에서 40대는 챙기다가 끝나는 시기다. 일에서 집에서 모든 관계에서 솔선해 챙겨야 하는 그런 시기를 보냈다. 돈도 참 많이 든다. 40대의 쉼이란 타인을 챙기는 것이었다.


50대의 나는 여유롭다. 이 여유를 즐기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 큰 어려움 없이 이 시기를 이렇게 즐기는 것이 그래도 되나 반문하며 그냥 즐기고 있다. 지금은 쉬어도 된다고 말하며 이런 글도 쓰고, 수다도 떨고, 맘이 맞는 사람들과 재미나게 의미 있게 즐기는 것이 전부다. 30~40대의 열정과 챙김의 경험이 주는 노하우를 즐기며 좀 더 쉬어 보려고 한다. 지금 50대인 나의 쉼은 여유로움이다.


내 인생에서 늘 무엇인가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부하가 걸리고 쉬는 날은 매우 아팠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일했다. 글을 쓰는 오늘도 컨디션이 매우 좋다. 며칠 몸살로 땀을 쭉 빼며 잠을 푹 잤더니 맑은 기분이 찾아온다.


내 삶의 쉼은 노는 것, 내 맘대로 하는 것, 열정, 챙김, 여유로 이야기될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쉼을 통해 더 많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또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지만 살아내기 위해 또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살아내면 그뿐! 쉼은 삶을 살아내게 하는 에너지가 아닐까!




약이 필요한 걸까요?

아뇨, 쉬어갈 때입니다

권창숙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체기를 만난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으나 이 정체기에 들어서면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물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해지고 초조해진다. 노력의 결과물이 보이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은 거기서 주저앉기도 하고, 지금을 유지하고자 지금까지의 노력을 꾸준히 계속하기도 하고, 뛰어넘고자 더 힘을 내어 보기도 한다. 이 정체기는 왜 있는 걸까?


‘투자’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투자 없는 보상은 없는 것이니 투자와 노력은 참 중요하다. 큰 보상을 원한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요즘은 작은 투자 대비 많은 보상을 원하는 이들이 많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들과 유튜버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없이 보상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워라밸’은 일과 삶을 따로 보았다. 여기서 일은 직업을 의미한다. 금전적 보상이 따른 활동이다. 라이프는 삶, 자신을 위한 생활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위한 생활을 하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정신적 보상이 따르는 활동이라 하더라도 또한 오로지 자신을 위한 활동들에도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가 투자된다. 어떠한 활동이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들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이때 우리에겐 정체기가 온다. 기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으나 우리에게 한 번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벤치에 앉아서 머릿속을 비우고 왔던 길을 돌아보라고,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지 점검하라고 한다. 그리고 지친 몸이 내는 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너무 힘들게 나를 혹사시켜가며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고개를 숙이고 내 아래를 보면 작은 부분만 보이게 된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쉼은 좋다. 웃음은 사람을 치유시킨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으며 웃을 수 있다면 자연 치유제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혼자만의 쉼을 추천한다. 나에게 집중해 보자. SNS는 잠시 참는다. 멍 때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쉼을 통해 보게 된 것, 느끼게 된 것들을 간직해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해도 좋다.


나를 위해 나 자신에게 진짜 휴식을 선물하자.




일하다 쉬는 삶이 아닌 쉬다 일하는 삶!

전하영


30대 초반에 친구와 10km 달리기를 자주 한 적이 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달리다가 잠시 멈춰 쉬면 몸을 휘감으며 지나가는 바람에 의해 뜨거운 땀이 식어가는 찰나의 느낌이 소름 돋듯 서늘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때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찬 기운이 더해져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이토록 달콤함 ‘쉼’의 시간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쉼’은 달리다 힘들면 멈출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달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쉬었음에도 쉬었는지 조차 모르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흔한 말로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비록 한 때 10km 달리기를 가끔 한 일천한 경험뿐이라 긴 호흡이 필요한 인생과 비유되는 마라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정정해진 목적지로 향해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시간과의 싸움인 마라톤에 비해 인생은 정해진 목적지와 코스가 아닌 내가 정한 목적지를 향해 내가 정한 코스를 꾸준히 달리는 인생은 수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때로는 목적지를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코스를 바꾸기도 한다. 심지어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아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그에 맞춰 시간을 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변화무쌍한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고 또 달려 땀에 흠뻑 젖은 내 삶에 시원한 바람과 차가운 물을 맞이할 ‘쉼’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지치고 쓰러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쉬어야 한다.


이제 막 50살이 되었다. 주변에서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자주 묻는다. 딱히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다만, 50살을 맞이할 즈음 부쩍 많이 든 생각하는 ‘나’에 대한 돌봄이다. 혈기왕성한 시절이 저물고 체력적인 부침을 가끔씩 느끼는 시기인 듯하다. 어느 때보다 더 잘 쉬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고의 홈런타자였던 야구 선수 중 한 명인 이승엽 선수가 은퇴를 앞두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어느 순간 홈런을 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라 했다. 예전에는 홈런 치면 ‘이승엽이 이승엽 했네’라는 덤덤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홈런 치면 너무나 기분 좋아하는 자신을 보면서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몸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적인 한계들이 나타나기에 더 잘 쉬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나온 시간들 돌아보면 나이와 상관없이도 잘 쉬어야 한다. 일하다 쉬는 삶이 아니라 쉬다가 일하는 삶이 더 매력적이게 때문이다. 오늘도 나를 쉬어주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최정연

 

오래전 이맘때면, 신나게 노느라 쌓인 방학 숙제를 한 번에 해치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밀린 일기를 쓰는 게 다소 지루했고 지나간 날씨를 지금처럼 검색할 수가 없어서 난감하긴 했지만, 몇 가지 아이템을 찾아 3~4일 주기로 번갈아 쓰면 못해낼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글쓰기가 백배는 더 어렵고 힘든 숙제였다. 그 시절엔 한글 워드로 쓰고 지우기를 쉽게 할 수도 없었고, 남들이 써 놓은 글을 슬쩍 베껴서 화려한 편집기술로 눈가림을 할 수도 없었다. 특히, 글짓기는 사용법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200자 원고지에 작성해야 했으니, 창작의 고통과 함께 원고지 사용법까지도 겸비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단락이 시작되는 문장의 시작은 첫 칸을 비워야 하고 대화는 큰따옴표, 혼잣말이나 생각 등은 작은따옴표로 구분해야 한다. 느낌표와 물음표, 쉼표, 마침표도 한 칸을 할애해야 한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 몇 가지 규칙이 그때는 왜 그리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을까. 지금처럼 한 달에 한 편이라도 꾸준히 글을 썼다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매달 3일이면 글을 한 편씩 써서 브런치에 올려보자는 「작심(作心)3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하루에 한 편도 아니고 한 달에 한 편인데 한 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겁 없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마음처럼 쉽지 않으며, 말과도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다섯 번 현실을 자각하고 보니 어느덧 여섯 번 글이 되었지만, 여전히 난 마감일을 꼭꼭 채워 꾸역꾸역 써내는 밀린 방학 숙제 글짓기를 하는 초등학생의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음과 모음으로 조합해내는 글만으로 이 여백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광활하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200칸이나 되는 원고지 한 장에는 다양한 문장부호들이 꽤 많은 칸을 채우고 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원고지를 채우는 일이 겁나서 마냥 미루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다 바쁘다.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어쩌다 어른이 되었으니 가정도 돌봐야 한다. 사는데 쫓겨 팍팍해진 마음을 달래려면 휴식도 일부러 작정하고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하니 24시간이 모자란다. 틈틈이 200자 원고지를 조금씩 채우면 힘들지 않겠지만, 결국엔 긴긴 방학 동안 미뤄두기만 한 숙제처럼 힘듦이 목까지 차올라서야 일부러 쉼표를 찍는다. 이제는 원고지 대신 한글 워드로 글을 쓴다. 온갖 문장부호를 억지로 끌어다 쓰지 않아도 띄어쓰기 여백, 글자 크기와 자간, 줄 간격으로 온갖 잔재주를 부려 얼마든지 한 장을 채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또, 좀 비어 보이면 어떤가. 글 속의 여백은 어쩌면 글쓴이의 ‘쉼’이 차지한 한 칸일지도 모른다.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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