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딩굴딩굴공작소 Dec 03. 2022

[작심(作心)3일] 9편. '합'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합을 맞춰 봅시다^^

전하영


“통찰력을 가진 리더가 전체를 조망하며 프로세스를 그려내고 분석력을 가진 팀원이 현재의 상태와 원인을 파악한 다음 창의력을 가진 팀원이 대안을 마련하고 설득력을 가진 팀원이 계획을 수립하면 한 편의 멋진 기획서가 완성됩니다.”


기획 강의 때 늘 하는 표현이다. 이를 한마디로 하면 “각자의 뛰어난 역량으로 합을 맞추면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다.”라고 할 수 있다. 합을 맞춘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복수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고 각자가 갖고 있는 역량을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함께 그리는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합을 맞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을 맞출 때는 그 기대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다. 즉, 합을 맞추는 사람들과의 충분한 신뢰가 전제된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서로 연계하고 융합하는 것이다.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일들을 수많은 사람들과 합을 맞춰가며 일을 해왔다. 때로는 결과가 좋지 않아 각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있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합이 잘 맞아 함께 하는 이들도 있고 결과가 너무나 좋아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몸으로 마음으로 겪으며 지속적으로 함께 하는 이들은 과정도 결과도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 온 동반자들이다.


이제는 혼자 하기보다 합이 맞는 삶들과 합을 맞춰 일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임을 충분히 느끼며 살고 있다. 합을 맞추는 것은 각자의 역량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되는 것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며, 내가 다소 부족해도 이들을 믿고 얼마든지 새로운 작당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올 한 해도 혼자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합을 맞춰가며 해왔다. 그래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내년이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내년에도 우리! 합 한번 신명 나게 맞춰 봅시다!!




합의 매력

최정연


 성인이 될 때까지는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일상의 많은 일이 첫 아이를 키우면서 새삼스러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소풍 가는 날이면 새벽부터 부산스레 준비한 엄마 옆에 앉아 김밥 꼬투리를 집어 먹고 예쁘게 담긴 도시락을 들고 나서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 더는 그런 호사가 허락되지 않았다. 특히, 나에게 부모로서의 모든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한 가헌이의 유치원 소풍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저 아이가 먹을 꼬마김밥 몇 줄 준비하면 될 줄 알았는데,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숲 놀이 프로그램이니 가족별로 도시락을 준비 해오라는 공지가 전달되었다. 순간, 어린 시절 학교 운동회날 운동장에 펼쳐지던 가지각색의 도시락의 향연이 연상되었다. 아무도 나에게 도시락에 대한 부담을 준 이는 없었지만, 괜히 나는 잘해보고 싶었다. 아마도, 예쁘고 탄성이 나오는 도시락이 왠지 내 아이의 기를 드높여 줄 것이라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준비해 올 소풍의 대표 메뉴인 김밥을 과감히 포기하고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꽤 거창하게 생긴 ‘3단 찬합(饌盒)’을 구한 후 도시락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네모난 찬합의 뚜껑을 여니 칸칸이 나눠진 공간이 보였다. 꽤 큼직한 칸, 기다란 칸과 더불어 한구석에는 작은 정사각형이 옹기종기 모여 있기도 했는데 그 모양이 층마다 달랐다. 처음의 호기와는 달리 칸이 좀 적게 질러진 찬합을 샀어야 했다는 후회가 뚜껑을 열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칸의 숫자는 곧 내가 채워 넣어야 음식의 수였고 준비해야 할 재료의 수는 그보다 몇 배는 더 많다는 것을 그제 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뒤늦은 후회와 더불어 이것저것 재료를 장보고 다듬어서 음식 같은 음식으로 탄생시키느라 꽤 진땀을 뺐는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만들어진 음식을 담다 보니 1단의 큰 칸에 담는 것이 나을지, 3단의 아기자기한 칸에 담을지가 더 어려웠다. 메인 식사와 간단한 반찬은 그래도 나누기가 쉬웠는데, 마른 음식과 물기가 있는 음식을 같은 단에 둘 수 없었다. 차가운 과일을 맨 위 칸에 두면 따뜻한 음식의 온기에 신선함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아랫단으로 옮기고 나니, 이제는 외부의 냉기 때문에 밥과 고기가 식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그릇에 담고 비우기를 수도 없이 해대다 그저 아무렇게나 대충 담아서 3단을 쌓아 다녀온 소풍을 끝으로 그 대단한 찬합은 그릇장으로 들어가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합(合)을 이룬다는 것은 각각으로 존재하는 무언가가 서로 해하지 않고 어우러져야만 조화롭다. 찬합(饌盒)을 채울 때도 재료의 크기와 속성, 음식의 온기와 형태에 따라 많은 고민을 하고 순서도 지켜야 한다. 뜨거운 것은 한 김 식혀 그 위를 쌓아야 하고, 차가운 것은 마지막에 담아야 하듯이 말이다. 화합(和合)에 대한 이 깊은 깨달음을 나는 찬합(饌盒)을 통해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봄이 오면, 훌쩍 자라 성인이 될 가헌이와 함께 오래 잠자고 있던 3단 찬합을 꺼내 소풍 한 번 다녀와야겠다. 합(合)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마법의 숫자 1

권창숙


일본에 여행을 가서 식당에 들어가면 一人前(いちにんまえ)라고 적힌 글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말로는 ‘1인분’이라는 말이다. 이 一人前를 사용하여 一人前になる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성인이 되다’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게 되다’라는 뜻을 가진다.

일본에 살면서 一人前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그렇게 되고자 애썼고, 또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자 한다.


나에게 1이라는 숫자는 온전함, 안정감, 충만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팀으로 일을 할 때는 one team으로서 전체가 1이 되는 것을 중시한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메워서 전체가 1이 되도록 하자고 생각하지만 전체가 1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얼마 전 처음으로 나와 동료, 이렇게 둘이서 일을 함께 하게 되었다. 상대의 일 추진방법과 대처방법을 알지 못하는지라 나에게는 어디서 힘을 더하고 어디서 힘을 빼야 할지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엔 혼자서 일을 할 때와는 다른 피로감이 따른다. 상대 역시 자신과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 협의, 배려, 소통이라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 과정을 몇 번 거치면 아마도 1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팀 전체가 1이 되는 것과 함께 내가 한 사람의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마음은 늘 나를 성찰하게 한다.

강의를 끝내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니 내 강의의 보완점으로 합해진다. 다음에 이런 경우가 있을 때는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의 힘도 생긴다.


사람은 늘 미완성의 존재다. 늘 노력하고 돌아보지만 부족한 부분은 또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나를 돌아보며 합할 것, 뺄 것, 곱할 것, 나눌 것들을 생각해본다. 인생을 살아가려면 주제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칙연산도 잘해야 할 것 같다. 국어, 수학, 사회 등 다양한 내용을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다시 배우고 실천하고, 복습하고, 비 내리는 시험지를 받아 들고 한숨을 푹 내쉬며 울기도 하는, 삶 속의 실습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평생교육에서 숨 쉬고 있나 보다. 합이라는 걸 배우고 실천해 보려고. 마법의 숫자 1에 가까워지려고.




합심하여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회고

한성근


 합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른 말이 ‘합심하여 선을 이루다.’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누군가와 힘을 합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는 누군가의 생각에 동의해야 하고 그에 대한 방향성을 공유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선한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평생교육이 평생학습이 구현된 모습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그 모습을 상상하며 평생학습마을 만들기를 구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함께 자발적으로 참여해 학습하는 학습동아리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고민도 했다. 이런 일들을 이루기 위해 기획이란 것을 하고 실행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들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치는 것인가도 꼼꼼히 살피면서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마을리더들의 모임, 학습동아리들의 모임, 네트워크 기관들의 모임 등 평생학습도시를 이끌어가는 3개의 중요한 사업은 합심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도였다.


합심은 서로의 장점을 발휘하는 것에서 가능하고 생각된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장점이 잘 드러나도록 합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선한 영향력으로 가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지난 경험에서 배웠다. 지금 많은 도시에서 마을 관계자, 학습동아리, 실무자, 강사, 학습자 들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강의는 학습자와 만나는 합의 시간이다. 나는 학습자들의 상황과 경험을 토대로 강의하는 것을 즐긴다. 그들의 경험이 상상될 때 강의 빠져드는 학습자들의 눈을 마주하며 나도 빠져든다. 내가 경험한 평생교육과 학습에 대한 경험이 학습자와 만날 때 합을 느낀다.


합의 탄생! 그렇게 많이 고민한 단어는 아니지만, 합을 이루기 위해 늘 노력했던 것 같다. 삶에서 함께하는 동지들과 소통하며 합을 이루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 과연 앞으로 어떤 합을 이루게 될까? 어떤 영향력을 만들게 될까? 기대된다.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이전 09화 [작심(作心)3일] 8편. '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