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作心)3일] 11편. '여행'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by 삶과앎

설레임과 긴장감

권창숙


“네네, 11시 30분이요! 장소는 연희동쪽 어떠세요?”

초등학교 교사 시절의 제자 아이와 톡으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 두 사람이 만나기 편한 장소로 연희동 방면을 이야기했다. 그러자고 답장을 보냈다. 기대감이 올라온다. 햇수로 4년 만에 만나기도 하지만 장소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연희동쪽에는 처음 가본다. 다음 달에 며칠 서울에 갈 계획을 세우면서 연락을 했는데 마침 시간이 비어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실은 방송국에서 일하는 제자아이가 평일엔 직장일로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일요일을 여행 일정에 넣었다.


여행을 갈 준비를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새로운 곳으로 갈 때면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에 대한 설레임, 궁금증, 기대감이 올라온다.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올라오면서 긴장감을 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가면 지금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의 도전이 되면서 나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반대로 나는 이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경우도 많다. 여수는 벌써 3번을 갔다. 특별히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주 가게 된다. 전남 쪽 여행을 가게 될 때 여수에 꼭 들러서 가다 보니 횟수가 늘어난다. 그 외에도 이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전에 갔던 곳을 방문할 때면 익숙한 것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기쁨과 함께 이전의 추억, 그리고 그 당시의 나와 만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이전의 장소에 다시 가면 가게들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방문한 계절에 따라 거리의 풍경, 온도, 공기, 냄새, 그리고 나 또한 그 당시의 나와는 다른 나이니 늘 새로운 여행지에 오는 것 같으면서도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나름의 좋은 점이 있다.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여행을 가는 이유는 다양한다.

힐링이나 쉼, 새로운 에너지, 나의 새로운 면의 발견, 자신감 회복, 새로운 시각으로 접하는 세상, 인연들과의 만남.


이번 서울 여행의 목적은 ‘인연’이다. 인연들을 만남으로써 덕분에 힐링이 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나게 되면 여행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

이번 여행을 하며 나는 무엇을 내려놓고 돌아올까? 무엇을 가지고 올까? 무엇을 발견할까? 무엇을 만날까?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행이 하라카네!

한성근


여행은 익숙한 것들을 두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만나는 행동이다. 일상을 떠나 낯선 장소, 새로운 음식, 불편한 잠자리 등을 접하는 여행은 일상의 편안함과 불편함을 일깨워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다양한 취향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습관을 만들게 한다.


계절에 따라 떠나는 여행은 온도, 색감, 맛, 냄새, 소리 등이 주는 변화를 체험하게 해준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사계절의 변화는 오감의 자극을 통해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살아 있음을 자각한다. 여행은 자연의 일부인 내가 좀 더 자연스러운 삶을 살라고 한다.


연말과 연초 등 시기에 따라 떠나는 여행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관계를 돌아보며, 해야 할 것들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운전하고, 산책하고, 이야길 하고, 글을 쓰며 고찰과 성찰 그리고 통찰의 즐거움을 준다. 여행은 지금의 삶이 어디쯤인지 삶의 좌표를 알려주며 이유와 가치가 있는 삶을 살라고 한다.


지인들과 떠나는 여행은 역할, 대화, 놀이 등을 통해 관계의 돈독함을 다진다. 새로운 사람과의 여행은 단시간에 친해지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고, 오랜 벗과의 여행은 그간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처세를 배우기도 한다. 여행은 인연에 관한 확인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라고 한다.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통해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한다. 여행은 변하는 것을 접하면서 변하지 않게 해준다. 여행은 불편한 것들을 접하면서 편안함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여행은 사람과의 인연을 살펴 이로움을 알게 해준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일상을 바라보게 해준다.


앞으로 내 인생이 여행을 통해 무슨 일들이 생길지 기대된다. 여행이 하라카는 대로 해볼 생각이다.




여행의 참맛

전하영


바쁜 일상을 보내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경험 등 이 모든 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어느 누가 여행을 마다하겠는가? 사람들과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자 로망이기도 하다.


여행은 떠나는 그 순간도 무척 설레지만,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설렘은 시작된다.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정한 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즐겁다.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어도 조만간 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그 생각만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을 잊게 해준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힐링 여행,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탐방하는 여행,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곳저곳 관광과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 등 일상을 벗어나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즐겁다.


여기에 더해 사랑하는 사람 또는 가족과 떠나거나, 친한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 단체로 떠나는 여행 등 누구와 여행을 함께 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멋과 맛이 달라지지만 그 또한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여행은 나쁜 것이 없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 꽤나 고생을 해도 돌아올 때는 그저 아쉽기만 한 것만 봐도 여행은 행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행지에서 안 좋은 일을 겪는다면 때론 여행이 지옥 같을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사고나 사건 없이 무탈하게만 다닌다면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이유가 뭘까? 살짝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겪는 나의 삶이 행복으로만 가득 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일들이 쌓여있고 갈등과 난관 등 녹록지 않기 일상을 보내기에 잠시라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고생조차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음.. 여행의 참맛은 무엇일까?

누구나 꿈꾸는 것이겠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게 아닐까 한다. 삶의 질곡으로 점철된 우리의 한 평생도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찰나의 순간이자 그저 잠시 지구에 머물다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일상을 조금은 여행자로서의 삶으로 만들어가도 좋지 않을까? 다행히 지금의 나의 삶이 조금은 그러하니 좋다.




대략난감해도 좋아

최정연


시작은 늘 막막하다. 무작정 가자고 내지르기는 했지만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내 앞에 등장하는 순간 선택의 쓰나미에 빠진다. 분명 목적지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와 기차, 자차이동을 다시 고민하게 되고, 남부럽지 않은 호캉스를 꿈꾸며 이번엔 돈 좀 써보겠노라 다짐해도 비용을 계산하다 보면 어느새 가성비가 더 좋은 숙소에 눈이 머문다. 고심 끝에 겨우 잠자리를 해결하고 나면 이제는 먹거리와 볼거리, 놀 거리도 고민이다. 어렵사리 하나를 정하고 나면 수정해야 할 것들이 굴비 엮듯 줄줄이 보인다. 푸념이 절로 나올 때 즈음 문득 깨닫는다. ‘이게 뭐야? 이 여행, 도대체 왜 가는 거야!’


요즘 혼자 하는 여행이 흔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하는 여행도 많다. 그럴 때면, 누군가는 앞장서서 여행을 준비하게 되는데 소규모 여행일수록 만만치 않다. 특히, 가족이라는 의무감에 싫어도 따라나서야 하고, 집에서도 그랬듯이 먹거리와 잡다한 일을 챙기는 누군가는 수발드는 일에서 벗어나기 힘드니 지친다. 얼굴만 봐도 까르르 웃음 터지던 동창들도 육아에서 벗어나 함께 여행할 때쯤 되면, 이미 서로가 너무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는 하지만, 사실은 지금까지 낸 회비가 아까워 억지 춘향 노릇을 할 때도 있다. 어차피 떠나기로 했으니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마무리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내 주장은 잠시 고이 접어 넣어 보지만 나도 이 여행에 기대하는 욕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가족이든 친구든 언뜻 보기에는 여행에 한 결인 듯해도 각자의 마음은 다르기가 예사다. 관광을 기대하는 사람, 휴양과 힐링을 원하는 사람, 다양한 액티비티와 현지체험이 우선인 사람도 있고, 먹거리가 우선인 사람도 있다. 이토록 다양한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그저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로 두루뭉술 뭉치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사공이 많으니 당연히 배는 산으로 간다. 앞장서서 열심히 준비한 누군가의 노고가 고맙기는 해도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다음 여행은 왠지 일이 바쁘거나 집에 큰일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빠지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고 떠나자. 정작 여행에 필요한 것은 예약과 회비가 아니라 동행들의 다양한 기대를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그 무언가이다. 여행의 목적, 가치, 방향, 컨셉 등 다양한 언어로 표현되는 그 무언가를 정했다면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는지’ 보다 ‘누구와 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런 여행이라면 그 어떤 대략난감한 상황이 온다 해도 행복할 것이 분명하다.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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