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作心)3일] 21편. '일상'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by 삶과앎

내가 좋아하는 나의 일상

전하영

요즘 참 바쁜 일상이다. 일정한 시간에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프리랜서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나의 일상은 1월과 2월은 거의 공식적인 일이 없다가 3월부터 서서히 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일들을 해나가다 보면, 10월에 이르러 정점으로 치닫는 듯 달려 12월까지 하루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게 된다. 그러다 새로운 1월이 되면 겨울잠 자는 곰처럼 세상과 잠시 담을 쌓고 휴식과 준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열두 달의 총량을 열 달만에 끝내고 나머지 두 달을 푹 쉬는 일상을 10년 이상 보내고 있다. 나름 매력적인 일상이다. 하반기 3개월이 다소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두 달 동안 쉴 수 있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다. 12월 지금도 밤 12시를 넘겨 작업을 했지만,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내년 1월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다시 생겨난다.

직장 생활을 할 때 가장 싫어했던 것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아침 일찍 눈을 떠 부스스한 모습으로 출근길에 오르고 도착하면 컴퓨터 켜고 어제 했던 일 점검과 오늘 할 일 정리하고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쉬고 자고 다시 일어나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기에 조금은 일찍 직장 세계를 떠났다. 강의와 컨설팅, 연구를 하면서 전국을 다니게 되고 늘 새로운 학습자, 새로운 동료, 새로운 주제를 만나니 물 만난 고기처럼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즐겁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일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그토록 싫어했던 반복이 지금의 삶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런데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지금도 즐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싫어했던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변화 없는 반복이었다. 직장 생활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성장이 느껴지지 않을 때 오는 권태가 싫었던 것이다. 지금의 일상은 하는 일마다 성장의 지점이 보인다. 성장을 위한 자극이 참 많다. 최근에는 참 오랜만에 부정적 자극을 두 번이나 받았다. 살짝 자존심도 상했지만, 이 또한 나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압박이기에 좋다.

오랜만에 찌릿한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내년은 더 달라질 듯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자 재충전의 시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좋은 자극을 받아서 잘 쓰지 않던 근육이 꿈틀거렸다. 이런 나의 일상을 내가 참 좋아하는 일상이라서 좋다.




반복된다는 것

한성근


아침에 눈을 뜨면 밝은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도 아닌 상황을 맞는다. 23층 거실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광경은 멀리 산들이 보이고 사이사이 건물들이 보이고 도로가 보이고 움직이는 차들과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마주하고 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점진적으로 더 큰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세수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메일을 켠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읽는다. 제목은 ‘그리움’ 내용은 ‘보고파라 보고파’이다. 토요일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를 배달해 준다. 그리운 이들이 떠오른다. 이들이 맞는 오늘 하루도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나의 일과 관련한 키워드를 검색어에 넣어본다. 새로운 소식과 일들을 살펴본다. 하루의 시작이다.


다시 거실의 창을 바라본다. 우리 집은 남서쪽이니 해가 뜨는 광경은 볼 수 없지만 햇빛이 비쳐오는 모습은 볼 수 있다. 둘러싼 산 주위가 밝은 빛에 선이 분명해진다. 이윽고 연붉은색이다가 노란빛을 띠다가 눈 부신 햇살이 비춘다. 건물들도 활기를 찾은 듯 햇살에 눈이 부시고 오가는 차들 소리도 제법 커진다. 멀리 경부선 철도에 기차가 지나간다.

일상(日常)을 생각하면 무수히 반복되는 일들이 떠오른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의 모습들이 매일 똑같은 모습이 아니다. 조금씩 아니 많이 다른 날들도 있다. 계절이 날씨가 기분이 소식이 컨디션이, 모든 상황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네게 맡겨진 일이 나의 일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언제, 어디에, 어떻게 존재할 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일이다. 일을 사랑하는 남자, 일에 진심인 사람, 일에 몰입하면 무아지경이 된다. 일도 같은 듯 다른 모습이다. 만나는 사람들의 조합이 어떤지에 따라 풀어가는 방법이 바뀐다. 어쩌면 본능적인 대응일 것이다. 아직은 사랑하는 일이 있어 살아있음을 느낀다.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리면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이 된다. 거실을 통해 본 산과 도시의 모습은 어둠과 빛이 어우러져 더 생동감 있어 보인다. 아마도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지금 내 마음처럼 자유로움을 잠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에서 돌아온 집사람과 하루의 일들을 이야기하면 하루가 끝난다. 비교적 같은 사람을 만나는 집사람의 직장 일도 매일매일이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반복된다는 것은 같은 것 같지만 같지 않은 일들의 반복이다. 시간은 늘 같은 양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아침, 점심,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 반복되는 기간이 주는 변화를 나열해 보니 반복되지 않는 사람의 일생이 눈에 들어온다. 반복이 만들어 내는 나의 삶이 단 한 번 사는 인생임을 깨닫게 해 준다. 반복된다는 것은 한 번밖에 없는 기회를 얻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상으로의 초대

권창숙

얼마 전 보고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교수님께서 보고서에 들어갈 단어를 한참 고심하시다가 의견을 물어보신다.


“일상학습이랑 생활학습이랑 둘 중에 어느 게 나은 것 같아?”

“음.. 일상학습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한참을 일상과 생활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상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

돌아오다, 반복되다, 편안하다, 숨 쉬듯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최소한 나에게는 일상이란 단어가 그랬다.

일상으로 초대하다

일상이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떠오르는 노래는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일상이라는 단어를 새삼 바라보게 된다.




일상과 이벤트

최정연


월요병이 생겼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뭔지 모를 걱정에 외식도 쇼핑도 마음이 편치 않아 즐기지 못했다. 그중 다행인 것은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과 월요일을 위해 조용히 궁리하는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가을부터 맡게 된 대학의 학부 수업 때문인데 이제는 일상이라 여겨왔던 강의에 대해 조금 다른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일은 올해로 만 8년째이다. 물론, 이전에도 성인교육과 관련한 일은 다양하게 해왔지만,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이던 시절은 아니라 나에게는 요즘의 교육 현장에 관한 배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대학원 평생교육학과에 지원서를 접수하고 떨리는 면접을 거쳐 진학하게 되었다. 과연 합격이 될까부터 시작해서 교육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서의 수업과 논문작성을 과연 내가 소화해 낼 수나 있을까를 걱정하며 개강을 맞이했는데, 그런 나의 긴장을 풀어준 사람은 엉뚱하게도 어린 학부생들이었다. 3월의 대학은 이제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들로 활기차 있었고 어딜 가나 그곳이 처음인 학생들이 넘쳐났다.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처음 본 학생들에게 인사를 받았다. 처음엔 ‘인사성이 바른 학생들이 참 많네’ 정도로 생각하다 문득 깨달았다. 그들의 눈에 나는 인사드려야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을. 아무튼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 덕에 그때의 학생들은 아닐지라도 지금 만나는 대학생들도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월요병이 생겼다.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내가 만나는 학습자들은 대부분이 평생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조금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이미 스스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주제나 이야기들도 ‘기-승-전-평생학습’으로 풀어내는 창조적 학습자에 가까운 분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대학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아직 평생학습 현장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경험했다 하더라도 일부일 수밖에 없고, 특히 평생교육, 청소년, 상담의 세부 전공이 함께 있는 우리 학교의 특성상 학과 내 모든 전공에 집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평생교육의 일상인가, 이벤트로서의 평생교육인가. 이미 현장을 경험한 학습자에게는 수많은 강의가 이벤트로 작용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대학생들에게는 어쩌면 한 학기 15주라는 긴 여정 동안 자신도 모르게 스며들 일상의 평생교육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이벤트의 강의 일상에 익숙한 내가 매주 월요일마다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그래서 조금 더 어렵고 고민되지는 않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제 좀 알아간다 싶을 때가 바로 끝날 때라더니 종강을 앞둔 지금이 딱 그러하다. 평생학습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배움이어야 한다를 다시금 되새기며 다음 학기에는 조금 더 즐거운 월요병을 기대해 본다.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이전 11화[작심(作心)3일] 20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