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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Feb 03. 2024

[작심(作心)3일] 23편. '기다림'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기다림이 많아 좋아

전하영


최근 나의 중요한 기다림은 매일매일 똑같은 패턴으로 존재하고 있다. 두 달 동안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의 소식이 매일 저녁에 전해져 오기에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에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함으로 가득 차 소식이 전해져 오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기다림이란 지금 오지 않은 시간이나 사람 또는 그 무엇! 그러나 반드시 올 것이라 기대하는 시간이나 사람 또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물론 막연한 기다림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대부분의 기다림은 이뤄짐이 존재하고 있다. 매일 저녁 아들의 소식을 접하듯 기다림의 끝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항상 시와 때를 기다려 이뤄내고, 누군가를 기다려 만남으로 이어지고 무언가를 기다리며 얻게 되는 삶의 연속이 쌓여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다. 기다림 속에 기대가 담겨 있고 그 기대가 이뤄질 때 한 단계 성장하고 또 다른 기다림이 시작되고 또 다른 기대와 성취의 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부정보다 긍정이 많다.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많고 기다림의 결과가 반대로 나타나 낙담한 순간도 있었지만 많은 성취를 이뤄왔기에 제법 괜찮은 삶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앞으로도 더 많은 기다림의 순간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또 많은 성장의 지점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수많은 기다림의 끝이 성취로 이어져 왔던 좋은 경험과 기억 때문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참 많은 기다림이 나의 마음속에 가득하다. 그래서 오늘도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크고 작은 수많은 기다림의 마음으로 행복한 나를 만들고 있다.




기다림에 대한 성찰

한성근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기다림은 ‘만남을 기대하는 바람’을 의미한다. 기다린다는 건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지나고 있거나 훨씬 지나버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기다림은 반드시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한다면, 기다림의 본성이 만남을 기대하는데, 꼭 만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이 어떻게 해석될까? 첫째는 약속의 대상이 오지 않아 만남을 체념한 상태로 약속한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 용서와 다음에 대한 기대를 넣은 심리적 합의로 해석된다. 둘째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 즉 약속의 대상이 오겠다는 확답을 못 했음에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꼭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셋째는 기다림이란 기다림으로 족하다는 기다림의 해탈을 경험한 사람의 자기 고백적 성찰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일시와 장소를 정하고 만나는 것이 약속이다. 약속이 정해지면 기다림이 시작된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계획을 잡는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무엇을 먹을까?, 뭐 하고 놀까?, 시간이 다가오면,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타고 갈까?, 등을 정해야 한다. 약속은 누구를 만나는가?, 왜 만나는가?, 등에 따라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신경 쓸 일이 많은 약속은 부담스럽다. 그런데 부담이 즐거운 약속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은 기다림이 길게만 느껴진다. 준비하는 것도 즐겁다. 만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헤어지기가 싫어 늦어지기 일쑤다. 결혼은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도 했던가! 사람들의 심리적 시간은 물리적인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면 기다림은 지옥이다. 기다림이 즐거울 때는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이 있거나, 조건이 너무 좋아서 일 것이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다림, 내가 갖고 싶은 것(컴퓨터, 자동차, 핸드폰 등)을 만나는 기다림, 내가 하고 싶은 일, 바라던 일 등이 잡히면 매우 기다려진다. 평생교육을 업으로 하는 나는 학습자들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에 몰두한다. 그래서 이분들의 성장과 변화의 시점을 기획하고 기다린다. 가장 큰 행복은 바로 교육이, 학습이, 공동체적 삶이 주는 변화에 대한 기다림이다. 이 기다림이 감지될 때 가장 기쁘다.   

   

교육이, 학습이, 공동체적 삶이 반드시 성장과 변화를 몰고 오지 않는다고 결코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말자! 이번 생에 볼 수 없는 세상을 꿈꾸고 살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기다림은 반드시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좋다!’ 약속한 대상이 오지 않아 체념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대상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기다림으로 족하다. 아마도 나는 세 번째 의미를 쫓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다림 만으로도 만족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기다림을 선택했습니다.

권창숙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이동 수단을 확인하고, 걸리는 시간도 확인한다. 무엇을 입고 갈지도 생각한다.

‘오늘 날씨는 어떻지?’

바깥 날씨를 확인해 본다. 파란 하늘이 보인다. 맑다. 약속 장소와 오늘의 분위기에 맞추어 옷자림을 정한다. 약속 시간에 맞춰 준비를 끝내고 길을 나선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동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떠올려본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한번 훑어본다. 아직 안 온 것 같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 도로가 한산해서인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자리를 잡고 앉는다.

‘도착했다는 연락이라도 남길까?’

폰을 들었다가 제자리에 둔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한 건 나인데, 도착했다는 연락을 보내면 괜히 상대를 서두르게 할 것 같다.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 폰만 만지작거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가 자꾸 문 쪽으로 돌아간다. 다시 폰을 한번 본다. 또 문이 열린다. 아! 왔다. 드디어 아는 얼굴이 들어온다. 손을 들어 흔든다. 반가운 마음인지, 여기라는 알림인지 모르겠지만 자동차에 놓여있는 고개 흔드는 인형처럼 마구 손을 흔든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면 아마도 기다림 속의 기대라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기다림은 기대의 또 다른 표현이다. 기대가 있기에 기다린다. 아주 작은 기대라도 있기에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림이 나의 능동적인 선택일 때 기다릴 수 있다.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들인 봉숭아 꽃물이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 봉숭아 꽃물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첫눈이 오기만을 그렇게 기다렸다.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논술(나는 본고사 세대다)을 치고 난 후 수험표를 들고 결과발표날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왜 그렇게 더디기만 했을까? 합격이라는 단어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내내 그렇게 기다리는 날들은 길기만 했다. 교사가 된 후 매년 처음 만나게 되는 반 아이들을 궁금해하면서 개학날을 기다렸고 두근거리는 맘을 안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던 그 순간, 그리고 마주하는 기대에 찬 아이들의 눈빛들. 이제는 다양한 강의 현장에서 오늘은 어떤 분들을 만날까?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강의 시간을 기다릴 때의 가슴 두근거림.

기다림에는 기대뿐만 아니라 설렘, 걱정, 불안 등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있다.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서 걱정, 불안이 더 클 수도 있고 기대나 설렘이 더 클 수도 있다. 어떤 기다림은 5분일 수도 있지만 어떤 기다림은 십여 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글로 적으니 십여 년의 시간이 어떻게 전해질지 모르나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다. 결과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불확실한 시간. 그렇기에 기다림은 나 스스로가 선택했을 때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만약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라면 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낼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 돌보기에 애써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는 중일까?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는 중인가?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기다림

김진아     


2024년 새해를 맞이한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벌써 2월이라니.. 시간의 속도는 현재 디지털사회 속도처럼 쏜살같이 지나간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는 건 반갑지 않지만 매월 초 진행되는 작심삼일은 마냥 반갑다. 이번달 키워드는 "기다림"인데 2월이 빨리 오는 건 기다리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작심삼일은 빨리 오기를 내심 기다렸나 보다.      

모든 일에는 장, 단점이 존재하는데 이 "기다림"이란 단어도 그런 것 같다.

설레는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기다림.     

불과 며칠 전에 이 두 가지의 기다림을 다 겪었다.

최근에 몸이 너무 안 좋아 탈진을 하고 말았다. 내 몸과 마음에 휴식이 간절히 필요했는지 하루, 이틀이면 회복될 줄 알았는데 쉽사리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내가 필요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몸이 약해지니 금세 마음도 약해졌다. 어느새 내 마음의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동굴이었는데 이 동굴 속에서 편안한 쉼이 아닌 갇혀있는 느낌이 들어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몸과 마음의 실행 버튼을 계속 눌러보았지만 좀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연결되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남동생이었다. 나와 연락이 닿지 않자 남편한테 전화를 한 것이다. 현재 졸업까지 한 학기만 남겨놓은 대학생인데 인턴 면접을 앞두고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명문대학교 수시면접을 내가 도와줬던 적이 있다. 그때처럼 밀착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소 잘 표현하는 나완 달리 다소 표현에 서툰 동생이다 보니 내게 내민 손을 바로 잡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동굴 속에 갇혀 있던 내가 이 전화 한 통으로 한 방에 탈출할 수 있었다. 인내가 필요한 기다림은 바로 설레는 기다림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단 며칠새에 지옥과 천국을 경험한 듯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에 따라 같은 공간이라도 그곳은 지옥이 될 수도, 천국이 될 수도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 인생의 파도타기의 연속이고, 인생의 롤러코스터의 연속인 순간들 속에서 희로애락은 모두 필요한 시간들인 것 같다. 이번에 내가 경험한 인내가 필요한 기다림도, 설레는 기다림도 그러하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인내가 필요한 기다림의 시간들을 거쳐 설레는 기다림이 가득한 일상들. 올해도 나는 희로애락을 즐기며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설레는 기다림들이 더 가득했으면 좋겠다.




기다림, 작전개시!

최정연


바로 지금! 기온과 습도, 나의 기분이 맞아떨어지는 하나를 고른다. 겉면을 둘러싼 비닐을 벗겨내고 조심스럽게 덮개를 뜯어낸 후. 마법 가루를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린다. 완성되면 맛있게 먹는다. 멀쩡한 손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완성할 수 있는 컵라면의 조리법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이 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한 젓가락 뺏고 싶은 모양새가 있는가 하면 안타까움이 앞서는 라면도 있다. 이 간단한 컵라면의 조리법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너무 단순해서 놓치는 실수가 결과물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먼저, 선을 잘 지켜야 한다. 아주 조그맣게 표시된 선에 맞춰 덮개를 뜯지 않으면 수프를 골고루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붓기가 어렵다. 반대로 선을 넘으면 뜨거운 김이 틈새로 새어 면이 설익는다. 이 요리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급히 주변의 물건을 활용해 임시 뚜껑을 찾아 덮는 수고를 해야 한다. 특히, 뜨거운 물을 부을 때는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데 라면회사에서 제안한 선에 맞추면 가장 일반적인 맛을 보장할 수 있지만 그 쉬운 선을 지키지 못해 가끔 낭패를 보기도 한다.      


다음은, 내 기호의 파악이다. 물만 부으면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면의 양은 정해져 있지만 동봉된 첨가물과 물의 양은 얼마든지 개인이 결정할 수 있다. 싱겁게 먹는 사람은 수프를 반만 넣기도 하고 건더기보다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을 더 부어 각자의 입맛에 맞추기도 한다. 결정된 양이 변화되면 맛은 천양지차로 달라지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나만의 기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원하는 맛을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타이밍이다. 컵라면의 덮개나 옆면에는 추천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물을 부은 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개발자가 당당히 제시한 이 시간은 용기의 크기와 면의 종류를 고려하여 찾아낸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다. 그걸 알면서도 가끔은 실수한다. 마음이 급해서 설익은 면을 젓가락으로 휘젓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더 기다리거나, 신경 쓰지 않고 딴 일을 하다 퉁퉁 불어버린 면을 만날 때도 있다. 마음을 쓰고 기다려야만 내가 원하는 라면을 만날 수 있다. 이 짧은 시간의 기다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맛있는 라면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까지 지긋이 지켜보고 기다리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연습이 충분했다면, 이제 작전을 개시해 볼까!!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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