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F 기획수다 특별판 '국제적으로 한술 더 떠' 늦은 3탄
대만 배움 여행을 기획하면서 두 가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었다. 첫째, 먹거리다. 워낙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하고 유명한 야시장이 많다 보니 4박 5일의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 수 있을까를 엄청 고민했다. 둘째, 이동 동선과 교통수단이다. 타이베이를 중심에 두고 가볼 만한 곳을 정리했고, 타이베이 인근 지역 탐방까지 고려하다 보니 동선을 짜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동선이 어느 정도 정해진 다음에는 교통수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고민되었다. 대만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으니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가고 싶은 곳이 많아 잘 구상해야 했다.
몇 차례의 변경을 거쳐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일정이 완성되었다. 주로 정해진 대로 움직였지만 현장에서 상황에 맞춰 조금씩 달라진 점은 예측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1일 차 : 점심때 대만 도착 - (MRT) - 숙소 - 시먼역 근처 늦은 점심식사 - (지하철) - 중정기념당 교대식 관람 - (지하철) - 스린야시장 - (지하철) - 숙소(수다타임)
사전에 가장 많이 변경된 일정이다. 처음에는 '국립고궁박물원 - 스린야시장'이었는데 '중정기념당 - 라오허제야시장'으로 바뀌었다가 '중정기념당 - 샹산공원'으로 또 바뀌고, 결국 도착 전날에 '중정기념당 - 스린야시장'으로 결정했다. 국립고궁박물원이 오후 5시에 문을 닫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기에 시간이 맞지 않았고, 라오허제야시장은 다음날 투어 마지막 일정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그러나, 결국 못감)이었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걷기에 딱 좋은 기온이었기에 중정기념당까지 소풍 가듯 걸으며 놀며 사진 찍으며 교대식까지 알차게 구경하고 나왔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스린야시장에 지파이, 치즈감자, 고구마튀김, 우유튀김 등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맛집들을 무서운 기세로 돌아다니며 맛의 향연에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2일 차(예스폭지 버스 투어) : 시먼역 버스 탑승 - 예류지질공원 - 스펀 - 스펀폭포 - 지우펀 - 시먼역
타이베이 쪽으로 여행을 가면 꼭 가봐야 한다는 투어 코스가 '예스폭지', '예스진지', '예스폭진지'다. 우리는 사전에 '예스폭지' 버스투어를 예매해 놨기에 부담 없이 하루를 관광으로 즐길 수 있었다. 45인승 대형 버스에 40명 정도가 함께 했고, 제시라는 한국인 가이드의 능숙 능란한 진행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버스 이동시간이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예류지질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의 기암이 절경이다. 수많은 인파들이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쉴 새 없이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별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유명한 여왕머리 바위는 역시 줄이 가장 길다. 오랜 세월 동안 햇빛과 비바람으로 목이 점점 가늘어지고 있어 언젠가는 부러질 것이라 하니 자연의 섭리라 어쩔 수 없지만 아쉬움이 생긴다.
스펀역은 석탄 운송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폐광이 된 후 버려진 장소였는데 지금은 관광 열차 운영, 천등 날리기 등으로 인해 사랑받는 관광지가 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옛 정취가 가득하지만 투어프로그램은 쏜살같이 진행되기에 정신줄 잘 잡고 있어야 한다. 버스 안에서 천등과 땅콩아이스크림을 사전에 주문하고는 도착하자마자 커다란 천등 네 개의 면에 소원을 적는다. 우리는 알록달록 천등을 구매했기에 노랑(돈), 빨강(건강), 파랑(사업), 분홍(행복), 보라(학업) 등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바라는 글을 쓰고 휘리릭 날렸다. 높이 높이 날아가는 천등을 바라보며 속으로 소원도 빌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출렁다리 잠깐 건넌 후 다시 버스에 후다닥 타고 이동과 휴식~~^^
불을 피워 날리는 천등은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화재의 위험은 거의 없다. 다만, 불이 꺼지면 산 능선에 추락하게 되는데 흉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3일 정도 마을 어르신들이 떨어진 천등을 수거하면 개당 20원을 준다 하니 마을 사업이자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일자리 사업이기도 하다.
마지막 코스인 지우펀은 영화 '비정성시'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꽃보다 할배'로 더 유명해졌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펼쳐진 상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업화된 곳이지만 뷰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야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가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3일 차(타이중 렌터카 투어) : 심계심촌 - 무지개마을 - 고미(가오메이)습지 - 펑지아야시장
처음 계획에서는 없던 일정이었다. 나혼산 팜유즈 덕분에 타이중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팜유즈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9인승 차를 빌렸다. 2시간 여 달려 도착한 곳은 팜유즈가 먹었던 족발덮밥집. 게눈 감추듯 후다닥 먹고 심계심촌으로 가니 우리나라 플리마켓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산책하듯 즐긴 후 무지개마을로 갔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화려한 벽화들이 눈길을 확 끌었다. 그림을 그렸던 할아버지는 올해 초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언맨 가면을 쓰고 버스킹과 사진촬영을 해주는 멋진 분이 계신다. 우리는 운 좋게 그와 함께 사진도 찍고 공연도 관람했다. 또 하나의 행운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강조 역으로 출연했던 이원종 배우를 만났다는 것. 나에게는 '야인시대' '구마적'으로 더 기억에 남아있다.
해 질 녘에 고미습지에 도착했다. 순천만과 느낌이 비슷했다. 아쉽게도 구름이 가득해 아름다운 일몰은 볼 수 없었지만, 우리의 컨셉 '엉거주춤'을 엉거주춤하게 진행도 하고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낸 후 펑지아야시장으로 갔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엄청난 인파에 쓸려 다닐 판이었다. 다양한 먹거리와 신기한 먹거리로 가득했지만 고미습지에서 이미 배를 채웠기에 구경 위주로 시간을 보냈다.
오전 9시에 숙소에서 출발했던 타이중 투어는 밤 12시가 다되어 숙소에 도착한 것으로 마무리했다. 숙소에서는 우리의 수다타임이 결국 밤을 샐 기세로 새벽까지 이어졌다.
4일 차(자유투어) : 각자 가고 싶은 곳 가기(16시까지) - 샹산 공원 - 딘타이펑
온종일 즐기는 마지막 날이다. '국제적으로 한술 더 떠'의 핵심 컨셉인 '헤쳐 모여'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번 컨셉의 키워드는 "방황". 각자 발길 닿는 곳으로 다니며 방황하다 만나기로 했다. 나는 대만에 오기 전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베이터우 온천'과 '지열곡'으로 갔다. 가는 길에 온천 할인티켓을 구매하고 베이터우 역에서 셔틀버스로 온천까지 이동해 노천온천을 즐긴 후 지열곡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끽했다. 베이터우 맛집을 찾아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우육면'을 먹고 샹산공원으로 이동했다.
흩어졌던 동료들을 만나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샹산공원 전망대까지 계단을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왔음에도 정말 계단 지옥에 빠지는 기분으로 오르고 또 올랐다. 대만에 도착한 날부터 계속 날이 흐렸기에 오늘도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는 없었지만 야경은 눈부시도록 이뻤다. 힘겹게 올라온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딘타이펑에서 이번 여정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늦은 시간 숙소에 도착한 후 마지막 수다타임은 컨셉 '방황'처럼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들 지칠만한 일정의 끝자락이었기에 몇 명만 남아 수다타임 명맥을 이어가며 또 새벽까지 뜬눈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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