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을 지나

영화 <불한당>

총은 대상과 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줌으로써 살인의 죄책감을 줄여 준다.

현수는 재호의 모든 호흡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최대한의 죄책감을 짊어지고 죽였다. 재호가 현수를 사랑하기에 죽어 준 것처럼, 현수도 재호를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스로가 아픈 방법을 택했다.

그게 미처 사랑인지도 모르고.

조현수와 한재호는 서로에게 비겁한 만큼 잃어 갔고, 결국 서로를 완전히 잃고서야 이야기가 끝났다. 영화 비하인드에서 설경구는 애초부터 '재호는 현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임시완은 몰랐다는 것을 보면... 재호와 현수는 사랑했던 게 확실하다만 이런 둘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적어 낸다면 너무 간단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의 모든 행동의 이유 끝에 사랑해서, 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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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한당>은 언더커버 경찰 현수가 마약 조직 간부 재호를 만나 벌어지는 일이다.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못 받았는데, 단순히 퀴어 요소 때문만이 아니라 미장센도 예쁘고 배우들 연기도 좋아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언더커버 경찰물은 항상 신분을 들키는 때가 오는데, 불한당에서는 당당하게 "형, 나 경찰이야."라고 먼저 밝힌다. 누구는 이걸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했는데... 둘의 관계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돌파구였다. 사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둘의 사랑 이야기인지 몰랐다. 그냥 찐~한 느와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계속 생각나고 여운이 남았던 영화라 두 번, 세 번 보다가 그 유명한 파아란 팬 무비까지 보고 불한당에 빠져 버렸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너무 많은 걸 맡겨 두고 떠났다. 원래 영화라는 게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는 게 맞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나 느와르틱한 미장센을 걷어 내면 그 외의 인물들의 서사가 약간 아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