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소비 장부
하염없이 푹 꺼지는 하루가 있다. 단순히 한 주의 시작이라서, 또 새로운 일주일을 꾸역꾸역 살아 가야 해서라기에는 좀 더 짙고 깊은 구덩이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이런 날이면 하루 종일 내가 뱉은 모든 말, 나의 모든 행동이 후회된다. 사실 그렇게 큰 행동도 아니었을 뿐더러 그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확률이 더 크다. 그럼에도 그 속에 매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깊은 후회 속으로 이끌려 간다. 어차피 바뀌는 건 없고 세상 사람 나에게 큰 관심 없으니 잊어라, 하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
감정에 매몰되고 후회에 잠식한 도태 인자. 그것이 오늘밤 나의 종족이며 내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다. 세상으로부터 끝없이 멀어지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자신을 미워하고, 나를 멀리하는 세상을 혐오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증오한다. 세상과 단절되고자 결심하면서도 세상이 나를 찾아주길 바란다. 사실 도태 인자는 그 누구보다 세상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다. 희미한 신호조차 결국 세상은 나를 원한다며 멋대로 받아들여야만 살 수 있다. 난 결국 새로운 매몰점을 찾아야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상이 바라는 가면을 쥐어들고 세상으로 나간다. 거짓된 삶일지라도, 우월함을 모방하는 삶일지라도, 도태 인자의 끈덕진 삶보다는 낫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