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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j Aug 30. 2021

'임신하고 바람맞아 새출발?' 무료게임 광고유감

유해광고 안 보렵니다


'냥냥 고양이리조트'라는 무료 모바일게임을 하고 있다. 이 게임은 과금 없이도 고양이 털을 줍고 쓰담쓰담해주고 하다 보면 돈을 벌어서 섬을 확장하고 시설을 짓고 새로운 고양이를 초대할 수 있는 착한 게임이다. 내 섬이 많이 커져서 이제는 고양이를 한 번 쓰다듬는 데 연봉만치의 돈이 벌린다(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물론 대개 이런 게임이 그렇듯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광고들을 끊임없이 봐야 한다. 게임에 관대한 남편은 이 정도 즐길 정도면 몇천원 쓰고 그냥 광고를 없애는 건 어떻냐고 한다. 광고는 심지어 유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탐구해볼만한 대상이기도 하다.


내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광고는 Merge Mansion과 Matchington Mansion 이라는 게임인데 아마 같은 게임인 것 같고 수십가지의 광고 배리에이션이 있는 듯 하다.


떠나야지


1. 임신한 여자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다 → Leave or Endure? → 떠난다 → 다 쓰러져가는 Grandma's Old House로 갓난애기를 데리고 들어간다 → 눈보라가 들이치는 집을 고치며 꾸미며 살아간다


2. 여자가 임신을 하고 싶어서 임테기에 스스로 빨간 줄을 두개 긋고 남편한테 보여줬더니 남편이 식겁을 한다 → Leave or Endure? → 이하동일


3. 여자가 임신을 하고 싶어서 남편을 설득했는데 남편이 극구 반대한다. 그런데 남편이 다른 여자의 부른 배를 쓰다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 Leave or Endure? → 이하동일

 

계속 이런 내용이 반복돼 변주된다. 그런데 급기야 오늘은 새로운 시나리오가 등장해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4. 여의사와 진료를 받으러 온 임산부의 다정한 백허그 광경을 남편이 목격 → Leave or Live with him → 둘은 그랜마의 올드 하우스로 간다 → 비바람에 서로를 껴안고 체온을 나눈다 → 그래도 집은 고치며 꾸미며 살아간다


핵반전

어떤 시선으로 봐도 나을 게 하나 없는 시나리오다. 임신한 여자가 남편한테 배신당하는 불편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보다가, 임신한 여자가 여자랑 바람난 시나리오를 봤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오 얘네 봐라 이렇게 생각한 나도 좀... 도대체 집 고치기 꾸미기 류의 게임을 홍보하는 데 이런 류의 서사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맨션 고치기류 이외에도 자주 뜨는 게임 광고는 TPO에 맞는 옷을 선택하라는 류다.  


1. "누구와 데이트하시겠습니까?" → 유럽 남자랑 일본 남자 중 하나 선택 → 무도회나 자선 행사 등 상황을 주고 옷을 고르라 함 → 옷을 잘못 고름  "당신 정말 창피하군요"라는 말을 들으며 바람맞는다 → 주저앉아서 우는 장면 → 이제 당신이 직접 선택해 보세요 (타임프린세스)


2. "너 어제 황귀비로 승극했다며" → 또 옷을 고른다 → 옷을 잘못 고르면 시어머니한테 혼난다 → 소박맞을 가능성도 있다 → 그치만 옷을 잘 고르면 황귀비가 됨 (후궁의 법칙)


3. "비즈니스 미팅에 맞는 옷 입고 나와" → 여러 가지 트라이를 한다 → 미친 조합으로 옷을 입고 나간 캐릭터는 "You look like rainbow"라는 핀잔을 듣는다 → 성공하기 위해선 옷을 잘 입어야 한다 (포켓 스타일러)


4. 꾀죄죄한 몰골의 여자. 멋진 차에 기대 있는 남자를 보고 "He's too cool" 하면서 절망 → 방에 데리고 가서 씻겨도 보고 옷을 이리저리 입혀보고 머리도 하지만 잘못된 선택의 연속으로 결국 남자가 도망간다 → 너가 직접 해보면 낫겠지 함 해봐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휴....


남편과 이야기해본 결과 그에게는 이런 맨션고치기류, 옷입히기류의 게임 광고는 거의 안 뜬다고 한다. 좀비게임 광고가 대다수라고. 


신 같은 알고리즘 휴... 물론 플레이하는 게임에 따라 노출시키는 광고가 다를 수는 있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 정말 보고싶지 않은 광고들이 아닐 수 없다.


냥냥 리조트 그만해야 되나. 남편 말대로 광고 스킵 티켓 현질해야 하나. 누구에게 좋은 일인가 싶어서 구냥 조용히 냥냥 리조트를 지우고 말았다... 내 귀여운 고양이들아 안녕...ㅠㅠ 앞으로 무료 겜은 안 해야겠다 다짐하며... 지난 주말엔 스타크래프트를 배웠다(무슨 결론이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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