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까지
드디어 기록 시작!
아이슬란드를 어떤 계기로 여행 버킷리스트에 넣었는지 생각해 보다가… 역시 친구의 말 한마디로 기억이 모아졌다. 인터스텔라인지 마션인지, 월터의 상상의 현실이 된다였는지, 다 임팩트가 있었지만. 나에겐 먼저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친구의 말이 가장 강력했다.
“차를 운전해서 가는데, 저 앞에 구름이 있네? 하고 가보면 비가 와. 그리고 저쪽에 구름이 없네 하면 거긴 쨍한 거지.”
아 미칠듯한 인구밀도 속에 살아야만 하는 서울사람으로서 이보다 달콤한 말이 있었을까 싶다. 원래도 도시보다 자연파인 본인의 뇌리에 깊이 박혀버린 이 한마디…!
2년 전 코로나 시국에 결혼했고, 당시엔 울릉도로 신행을 떠났었다. 이후 한풀이 신행으로 작년 7월에는 하와이에 다녀왔다. 같은 해 11월 가볍게(?) 푸켓도 다녀왔다.
그러고는 (나중에 언젠가 가고 싶다는 많은 목적지들을 미뤄두고서) 이제 아이슬란드 하나 남았다고 생각했고 올초 비행기를 끊었다.
오타쿠인 남편 주요 덕질 대상 중 하나인 아스널이 아직 EPL 우승을 꿈꾸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역사에 남을 마지막 경기를 보자며 런던도 들르기로 했다.
나와 남편은 직장에서 눈치 안 보고 휴가 쓸 수 있는 적당한 짬이 생겼고 아직 대단한 책임이 주어지지는 않은 아주 알맞은 연차라 2주 휴가를 질렀다.
가기 전에 아이슬란드 나오는 영상을 보고 또 봤다.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꽃보다 청춘은 물론, 유튜브 4K 풍경 영상 섭렵, 무수한 유튜버들의 여행브이로그까지…
여행 책을 두 권 샀고, 하루 날 잡아 집 앞 구립도서관에 가서 아이슬란드 책을 모두 훑음.
아이슬란드 여행 카페까지 가입해서(커뮤니티의 ㅋ자도 안 하는 사람인데)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그랬다. 질문 글도 엄청 올렸다. 댓글 달아주는 모두가 따듯했다.
다들 천국 가시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천국일 걸까? 기대감이 높아지고… 출근해서 네모난 책상 앞에 있는 내가 그 카페에 접속(!)하면 뭔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아이슬란드에 대한 거면 다 좋아 다 재밌어…….이런 상태. 나중에는 이렇게 기대하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너무 영상을 많이 봤나 하는 걱정이 들기까지 했다.
일정은 총 6박7일로 계획했다. 원래 링로드 완주를 희망했으나 시간에 쫓기듯 한 바퀴 도는 게 목적이 되는 게 싫어서 남부만 돌기로 했다. 한 바퀴 돌아본 사람들은 북부 미바튼을 적극 추천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미 다녀온 한 선배는 “아이슬란드는 뭘 하나 더 보려고 해서 채워지는 곳이 아니다” 랬다. 로드트립이라는 점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여유롭게 길을 눈에 담으라고. 다녀온 지금은, 너무나 맞말!! 조금 더 여유롭게 움직일 걸 싶다. 5월, 해도 길었는데..
물가가 너무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비상식량을 잔뜩 사 가기로 했다. 날 잡고 이마트에 가서 종류별 컵라면, 비비고 컵밥, 볶음김치, 고추참치, 장조림, 김, 동결건조 북엇국 등을 사서 캐리어에 바리바리 쟁였다.
이것은 아주 잘 한 선택.. 매일같이, 차에서 컵라면 한입씩 했는데 소올찍히 제일 재밌었다.
기록을 위해 미러리스 하나, 고프로 하나를 챙겼다.(브이로그 언젠가 완성하리..) 일회용 필름 카메라도 컬러 하나, 흑백 하나 준비했는데 뜯지도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가져간 책은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의 <글자 풍경>이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5월21일!!
28인치 캐리어 하나, 기내용 캐리어 하나 들고, 각자 몸만한 배낭 하나씩을 메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