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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연한삶 Sep 09. 2022

날 수 없다면 뛰어갈래. 그것도 어렵다면 걸어가지 뭐.

나를 가슴 뛰게 한 말들

명언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것이 누가 보아도 유명한 이의 한 마디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갈 법했지만 귀에 꽂힌 노랫말 한 줄이나 누가 했는지도 모를 sns 상의 글 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싸이월드 감성이 뿜 뿜 했던 시절 내 프로필에 항상 걸려 있던 문장이 있었다.



'날 수 없다면 뛰어갈래'



김완선의 'seventeen' 중 나오는 가사이다. 그 당시 어떤 생각으로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때부터도 자유를 꿈꾸는 청소년이었나. 혹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기보단 나의 속도대로라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었나.




거울 속에 너를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울고 있었지

날 수 없다면 뛰어갈래 저 하늘까지

내가 만든 세상 속에서

이제 자유로운 별이 되고 싶어​


seventeen 돌아가기 싫은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seventeen 그때의 널 만나서 안아 줄래

이제 너를 날게 할게

거울 속에 너를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울었지

날 수 없다면 뛰어갈래 저 하늘까지

자유롭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seventeen 만들어진 인형은 싫었지만

seventeen 돌아가기 싫은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seventeen 그때의 널 만나서 안아 줄래

우리 다시 날아보자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최근 몇 년간 나는 꾸준히 나에게 맞는 그 속도를 찾아가는 실험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아이를 낳고 2년 여간 다니던 첫 회사를 그만둔 후 6개월 만에 재입사를 했었다.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혼자 A부터 Z까지 해내야 하는 작은 회사에서 세상에 나 혼자 멈추어 있다는 생각이 많이 하곤 했다.

그때 알게 되었던 회사가 '그로잉 맘'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면접을 보게 되었고, 입사가 무산된 후에도 스타트업 행사에서 2번 정도 더 뵙게 된 그로잉 맘의 공동 창업자 이혜린 님의 워킹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늘 어떤 집단에 소속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대학교.. 그리고 직장인. 물론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일을 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보통은 구직 활동을 거쳐 평범하게 직장인이 되거나 전문직이나 창업을 목표로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한 수순을 거치는 일생의 과정 동안 그 어느 것으로도 정의될 수 없는 구간이 있기도 하다.


누구나 하는 것 같은 결혼, 출산을 거쳐 아이를 기르게 되는 기간.


엄마, 혹은 주부라고 지칭되긴 한다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시간.


요즘 말로는 경단녀라 불리기도 한다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그 기간이 6개월로 꽤나 짧았다.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많지 않은, 자유로울 것 같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무언의 그 틀을 나는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시간을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흘려버리는 듯한 느낌은 그렇게 나오고 싶었던 일터로 나를 다시 내몰았다.


멈춘다는 것은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남들의 삶이 문제가 아닌, 과거의 나와의 끊임없는 비교.​


내가 버는 돈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사고, 일하는 시간만큼은 아이에게서 떨어져 독립적인 나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쁨도 잠시. 어찌 됐든 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약간의 죄책감, 자의와 상관없이 육아에 복귀하기 위한 칼퇴근 등의 일상생활은 나를 다시 힘들게 했다.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은 잠시다.


결국엔, 그것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다.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조금 더 욕심내어 볼 것인가. 그렇게, 그저 그렇게 일상을 버티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더욱 제대로 일하고 싶어서 다시 여러 가지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나의 속도로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당신의 선택, 당신의 속도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가지라도 했나요?

'그로잉 맘'의 명함에 적혀있던 한 줄이었다.




만약 아무리 기다려도

바라던 행복이나 의미가 오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이 만들어낼 때가 됐다는 겁니다.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2020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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