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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ba Nov 28. 2016

무화과나무와 싸울 텐가?

'화'에 대한 단상

11월 말 어느 휴일의 저녁

스타벅스 카페 안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커플, 친구, 공부하는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사람, 그리고 한 무더기의 젊은 부부 모임이 있다.

물론 아기부터 네댓 살 된 아이들도 함께 데려 나와 친목을 다지고 있다.


부모의 품이 필요한 아기를 제외한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과 같이 (그들에게는 충분히 넓디넓은) 카페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꺄르르'웃기도 하고, 뭐가 그리 서러운지 '우와앙'울기도 한다.


어른들은 불문율처럼 저마다 나름의 영역을 설정하여 그것을 유지한 채 행동하는 반면,

아이들은 시시각각 바뀌는 시선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바꾸어 버린다.


잠시 후,

한 가족이 들어와 내 옆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중년의 부부와 청소년 즈음된 딸로 구성된 세 식구이다.

자리에 앉은 후 딸은 이내 스마트폰과의 소통에 열중하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주변의 상황에 열을 낸다.

마구 뛰어다니는 어린 꼬마들과 이를 내버려두는 젊은 부모들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아저씨는 여차하면 다그칠 모양으로 자꾸만 투덜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휙휙 고개를 돌려 쏘아본다.

아주머니는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신경이 쓰이지만 그보다 씩씩 거리는 당신의 남편이 더 불안한지 아저씨를 단도리한다.


끝내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고 한마디 소리친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기에 여념이 없어 아저씨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아주머니는 어수선한 아이들도 소리치는 아저씨도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아이들 외에도 떠드는 사람은 많다.

시끄럽기로 따지자면 사실 아이들보다 더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아저씨는 화를 토해내고도 여전히 씩씩 거린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부부모임이 끝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도 버찌가 열리지 않는대서, 무화과나무와 싸우지는 않겠지


나도 시시때때로 내 맘 같지가 않은 상황과 사람들을 보며 서운해하고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입안의 혀도 마음대로 하지 못 해 무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남이 내 맘과 같지 않다고 화를 낸들 무슨 이득이 있겠나?' 라며 스스로 부끄러워한다.


정말 화를 내어야 할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상황이 아닐까?

우물에서 숭늉을 못 찾았다고 화를 낸다면 얼마나 부끄러운가?


화가 난다고 무조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였는가를 차분하게 살펴본다면, 우리는 좀 더 많은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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