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여운과 예상치 못한 택시비

여행 둘째 날_에피소드 3

by 첨예하니

From Mom's Heart

뉴욕 여행에서 딸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던 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을 계획했다. 여행사를 통해 미동부 여행 상품을 알아볼 때도 뮤지컬 포함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했지만, 현지 가이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포기할 수 없어 뉴욕 일정 중 일부 오후와 저녁 시간을 자유시간으로 확보한 뒤, 당일 관람 가능한 뮤지컬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선택의 폭이 좁아 아쉬웠지만, 다행히 아이가 좋아할 만한 알라딘을 예매할 수 있었다. 센트럴파크에서 일행들과 헤어진 후, 딸아이와 함께 뉴욕 지하철을 타고 브로드웨이로 향하며 설렘을 가득 안고 극장을 찾았다.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 관람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극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감이 적어 공연에 몰입하기 쉬웠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섬세한 몸짓, 라이브로 전해지는 감동적인 노래가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반면, 한국의 대형 뮤지컬 공연장은 규모가 크고 웅장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연출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런 대형 공연장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지만, 배우들과의 거리감이 커지는 아쉬움도 있다. 관객이 배우의 표정이나 작은 몸짓을 가까이서 볼 수 없어 스크린을 통해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는 각 나라의 공연 문화와 시장 구조에서도 비롯된다. 브로드웨이는 뮤지컬이 오랜 역사를 지닌 대중적인 공연 예술로 자리 잡았으며, 많은 소규모 극장들이 오랜 시간 동안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하며 대형 공연 위주로 발전해 왔다. 이에 따라 스타 캐스팅, 대규모 무대 연출, 상업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브로드웨이의 친밀한 공연 방식은 몰입감을 극대화하지만, 한국의 대형 공연장은 웅장한 무대 기술과 장대한 연출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한국에서도 소규모 극장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면, 관객들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뮤지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두 눈은 반짝였고, 완전히 몰입한 표정이었다. 극장의 크기나 무대 연출의 차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과 이야기의 힘, 그리고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관객의 마음일 것이다. 딸아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순간, 이 감동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 관람은 딸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감동적인 연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음악과 조명은 우리가 그곳에 있는 동안 현실을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 마법 같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졌다.

극장 밖 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고, 각종 기념품을 팔거나 다른 공연을 홍보하는 사람들의 호객 행위가 정신없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감동의 여운을 방해하는 듯했다. 게다가 늦은 밤공기가 생각보다 싸늘하게 변해 있어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긴 하루의 여정 끝에 피로가 몰려오며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제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

뉴저지에 있는 호텔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간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우버 앱을 열어 택시를 호출했다. 뉴욕에서 뉴저지까지의 거리는 결코 가까운 편이 아니었지만, 이 밤중에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딸아이도 피곤해 보였고,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드디어 우버 택시가 도착했고, 따뜻한 차 안에서 편안하게 뉴저지를 향해 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맨해튼의 야경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이제는 감상할 여력이 없었다. 오늘 하루의 여운을 곱씹으며 딸아이와 나란히 앉아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레 피곤에 지쳐 말수가 줄어들었다.

호텔에 도착한 후, 나는 우버 앱에서 결제 금액을 확인하고 순간 얼어붙었다. 39만 원. 한 번 더 눈을 의심했다. 미국에서 우버를 이용하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순간 당황스러웠고,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볼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옆을 돌아보니 딸아이는 여전히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니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래, 오늘 하루는 값어치가 충분했다. 예상치 못한 출혈이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한 소중한 경험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딸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값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뉴욕의 밤은 비싸게 치러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값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Through Daughter's Eyes

다음으로는 뉴욕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곳, 센트럴 파크에 갔다. 센트럴 파크는 모로코보다도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센트럴 파크가 처음 만들어질 때 이렇게 넓은 공원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설립자는 "센트럴 파크를 짓지 않는다면 후에는 그보다 더 큰 정신병원을 짓게 될 것"이라며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센트럴 파크는 설립되었고, 현재는 뉴욕의 힐링의 상징이자 수많은 공원들의 모티브가 된 공간이다.

그동안 내 로망 속의 센트럴 파크는 푸른 잔디밭에 사람들이 여유롭게 누워 강아지와 함께 책을 읽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본 센트럴 파크는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대략 4~5시였고 공원의 색감은 산뜻한 연두라기보다는 진한 초록이었다. 오래된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서는 진한 풀 내음이 퍼졌고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공간이 많았다. 솔직히 내가 기대했던 센트럴 파크의 모습은 아니어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공원 안을 거닐다가 나의 시선을 끈 발걸음이 있었다. 자연 그 자체인 숲과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시가 한눈에 담기는 순간 느껴졌다. 이건 정말 뉴욕에서만, 뉴욕이기에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image01.jpg 센트럴파크에서 찍은 사진


센트럴 파크를 나와 우리는 푸드트럭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원 주변에는 여러 대의 푸드트럭이 즐비했는데, 모두 디자인이 비슷했고 파는 메뉴도 거의 같았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시지 샌드위치 두 개를 주문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음식의 맛은 최악이었다. 푸드트럭의 위생 상태나 조리 과정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소시지는 시중에서 파는 기성품이었고 빵도 흔한 제품이라 맛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입 먹는 순간, 덜 익은 소시지에서 나는 누린내와 이상한 소스의 조합이 최악이었다. 결국 버릴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 음식의 실패를 경험한 후,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브로드웨이로 향했다. 뉴욕의 지하철은 처음 타봐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더러웠다. 그래도 타임스퀘어, 브루클린 등 말로만 듣던 이름들이 지하철 역으로 불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브로드웨이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다. 사실 나는 뮤지컬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여행을 갔을 당시까지 어린이용을 제외하면 제대로 본 뮤지컬은 ‘아이다’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뉴욕에 왔으니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한 편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 예약할 수 있는 공연은 ‘알라딘’과 ‘라이온 킹’ 두 가지였다.

나는 ‘라이온 킹’의 대표적인 넘버인 ‘Circle of Life’를 무대에서 직접 보고 싶었지만, 라이온 킹의 스토리도 잘 모르고 동물 캐릭터에도 큰 흥미가 없었다. 반면 ‘알라딘’은 실사 영화로 본 적이 있어서 익숙했고, 영어로 대사를 들어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양탄자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지가 궁금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알라딘’을 선택했고 극장으로 갔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가지 의미로 놀랐다. 한국의 뮤지컬 극장에 비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라면 당연히 한국보다 훨씬 큰 극장을 떠올렸던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몇 년에 한 번씩 정해진 기간 동안만 공연이 열리는 한국과 달리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은 상시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태여 큰 극장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극장은 예상보다 작았지만, 관객석은 성처럼 화려했다.


image02.jpg 알라딘이 공연된 브로드웨이의 공연장


그리고 마침내 뮤지컬의 막이 올랐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영어로 진행되는 대사에도 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자꾸만 눈이 감겼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두 눈을 뜨고 보려 노력했다. 1막 중반쯤 지나면서 점점 극에 몰입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뮤지컬이 온전히 다가왔다. 이 작품은 중동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했다. 소품, 배경, 의상,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화려하고 세밀하게 꾸며져 있었다. 특히 배우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보정이 가능한 뮤지컬 영화를 제외한다면, 배우들의 성량은 훨씬 크고 노래 가사도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처음부터 기대했던 양탄자 장면이 정말 놀라웠다. 솔직히 양탄자가 생각보다 너무 크고 두꺼웠으며, 조명을 받을 때는 와이어가 잘 보였다. 하지만 극장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관객들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이 정말 대단했다. 나라면 겁에 질려 음정이 덜덜 떨렸을 것이다. 특히 지니와 자파를 연기한 배우들의 실력이 대단했다.

이후로 뮤지컬에 관심이 생겨 한국에서 레 미제라블, 베르사유의 장미, 마타하리 등을 보러 다녔다.


image03.jpg 공연이 끝난 후 사진 촬영이 허락된 무대 사진


뉴욕 여행의 이틀째, 나는 자유의 여신상, 록펠러 센터, MoMA 미술관, 브로드웨이를 방문하며 오랫동안 꿈꿔온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전 06화MoMA 미술관_나는 멈추었고, 그녀는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