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걱정인형에게는 나라땅이 어울려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집짓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집 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집짓기에 많은 허들이 있지만 문제 있는 토지를 고르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건축시공을 시작도 못하거나, 집을 다 짓고 나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책에서든 유튜브 영상에서든 토지 잘못 골랐다가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치게 많다.


예를 들자면, 알고 보니 내가 산 토지의 진입로가 남의 땅이었다는 이야기. 이렇게 되면 집을 지어도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진입로는 문제가 없는데, 토지 기반이 약해서 보강공사를 하느라 큰돈이 들어갔다는 이야기. 전원주택 지으려고 토지를 샀는데, 지하수가 안 나와서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도시가스가 안 들어와서 난방비 폭탄 맞았다는 이야기. 잘못 산 땅으로 고생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나는 걱정을 사서 달고 사는 걱정인형 같은 사람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온갖 일들을 미리부터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받고는 한다. 이런 나에게 토지 관련 문제 사례는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왔다. 어떻게 하면 문제없는 토지를 구입할까 고민하며 책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쉽게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나라에서 조성한 단독주택용지, 즉 '나라땅'을 사는 것이다. 토지에 인접한 도로는 모두 국유지라서 진입로 문제는 전혀 없다. 평탄화도 다 해두어서 추가 토목공사도 필요 없다. 상하수도에 우수관로까지 다 연결되어 있어서 물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수관로 덕분에 정화조 매립 비용도 들지 않는다. 전기지중화도 다 되어 있어서 마을에 전봇대도 없다. 저렴한 도시가스도 쓸 수 있다. 심지어 도시의 일부로 계획한 땅이기에 주변에 상업지구와 공원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물론, 나라땅에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LH나 GH 등의 공기업이 신도시의 일부로 조성한 토지라서 전원주택 같은 풍경은 기대할 수 없다. 단독주택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도심지에 위치해 있기에 땅값도 다른 전원주택단지 토지보다 비싼 편이다.


토지로 속 썩이고 싶지 않다면
나라에서 조성한 나라땅을 사자.


2024년에는 다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서울은 과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고, 전문가들은 슈퍼사이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독주택 시장은 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몇 년 사이에 거의 2배가 돼버린 건축비 때문에 집을 지으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단독주택용지 매물은 넘쳐나고 있었고, 급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진 예산은 많지 않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많았다. 첫째,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멀지 않은 경기 동남부에 위치할 것. 둘째, 교통과 상업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을 것. 셋째, 집 근처에 호수공원 또는 등산로 같은 자연이 위치할 것. 마지막으로, 우리의 예산 안에서 살 수 있을 것. 그리고, 걱정인형인 나를 위해 최초에 나라에서 분양한 토지여야 했다.


이 기준으로 찾아보니 화성시 동탄에 우리의 조건에 부합하는 토지가 있었다. 신도시이니 인프라는 당연히 좋았고, 동탄호수공원이 도보로 10~15분 거리였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한두 달 지켜보다가 4억 4천만 원에 급매로 나온 땅이 있어서 부동산에 연락하고 토지를 보러 갔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GH에서 최초 분양한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인중개사는 급매로 나온 땅 이외에도 몇 필지를 더 소개해주었다. 그중에 한 필지는 작은 공원을 마주 보고 있는 코너 토지였는데, 급매로 나온 땅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급매로 나온 땅은 북향에 양쪽으로 끼인 집이어서 막상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땅을 살지 정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와 고민을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깨끗이 결정이 되지 않을 때는 다시 가보는 것이 가장 좋다. 아내와 햇볕 좋은 날 다시 가보기로 했다. 전에 갔을 때는 날이 흐려서 잘 몰랐는데, 맑은 날에 갔더니 땅에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았다. 코너 땅이어도 북동향은 어쩔 수 없지 싶었다. 근처 토지 매물 중에 남향 코너 땅을 다시 찾아보았다.


my_land.jpg 건축사사무소에서 만들어 준 우리 땅 모형


67평으로 조금 좁기는 했지만, 남쪽과 서쪽으로 도로를 접해서 햇볕이 잘 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식집사로 많은 식물을 기르고 있는 아내에게 햇볕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최초분양가보다 10% 정도 비싸기는 했지만, 4억 9천만 원으로 절대가격도 우리의 예산 범위에 들어왔다.


모든 요소가 마음에 들었지만, 집 한 번 사본적 없는 내가 토지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평생에 가장 비싸게 산 물건이 기껏해야 준중형 국산차인 나에게 4~5억 하는 토지는 현실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결정해야 했다. 마흔을 넘어서까지 무주택자로 남아있고 싶지는 않았다. 결혼 후, 10년 동안 전셋집만 전전하게 한 아내에게도 미안했다.


며칠 고민하다가 이 토지를 사기로 했다. 집짓기라는 즐거운 고난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토지를 사는 순간,
집짓기라는 즐거운 고난에 발을 내딛게 된다.


나라땅 분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


1. 내 집 어디 - https://wherehome.lh.or.kr/lhmap.do

LH가 운영하는 토지 정보 웹사이트. 현재 LH가 분양 중인 전국의 땅을 지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 LH청약플러스 - https://apply.lh.or.kr/lhapply/apply/wt/wrtanc/selectWrtancList.do?mi=1062

LH가 진행하는 아파트, 토지 등의 분양, 임대 공고를 게시하는 웹사이트. 토지 항목에서 단독주택용지 분양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3. 경기주택도시공사 토지분양시스템 - https://buy.gh.or.kr/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토지 분양 웹사이트. GH가 분양하는 경기도 내의 토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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