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파트 청약 포기, 집을 짓자!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열심히 청약을 넣었다. 결과는 연전연패였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단 하나의 청약에도 당첨되지 못했다. 5년 동안 내가 올린 유일한 성과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예비순번 284번이었다. 열 채도 채 배정되지 않는 생애최초 청약에 284번째 대기자라니...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솔직히 사람 놀리는 건가 싶어서 화도 났다.


청약.PNG


가을이 유난히 짧던 2024년 말 아파트 청약을 포기했다. 아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사는 가점 낮은 나에게 청약의 허들은 너무 높았다. 그리고 이제는 현실을 인정할 때였다.


5년의 도전 끝에 아파트 청약을 포기했다. 아쉽지는 않았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




5년 동안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틈틈이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매물을 보기도 했고, 집짓기 관련 서적을 읽고, 단독주택용지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는 단독주택이 가장 잘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주로 둘러본 아파트는 테라스나 옥상이 딸린 탑층 매물이었다. 마당처럼 사용할 외부 공간이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너무 좁았다. 콘크리트 바닥이라 식물을 심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의 구조가 아파트와 똑같았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 없었다. 타운하우스도 같은 이유로 선택에서 배제했다. 주택이라기보다는 2층 또는 3층으로 구성 된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우리의 결론은 단독주택이었다. 특히, 아내에게는 단독주택이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는 아파트 베란다에 백여 개의 크고 작은 화분을 키우고 있다. 마당이 있다면 화분을 넘어서 나무도 심을 수 있고 작은 텃밭도 가꿀 수 있다. 아내만의 정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468016901_913336880772370_2193940332479447284_n.jpg
가드닝2.PNG
가드닝.PNG
식집사 아내의 소중한 화분들


침실을 따로 쓰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코를 심하게 고는 나 때문에 아내는 수면의 질이 좋지 못했다. 우리를 위한 집을 짓는다면 내 침실과 아내의 침실을 가능한 멀리 떨어뜨리고 싶었다. 아내는 소리에 민감해서 층간소음에도 고통받고 있었는데, 단독주택이라면 이 문제도 사라질 것이었다. 주차 스트레스와도 작별이었다.


집짓기를 결심하기 전에 많은 책을 읽었다. 그중에 'EBS 건축탐구 집'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집짓기 전에 가족구성원 모두가 확실히 동의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은 결국 가족 모두가 사는 공간이다. 가족구성원 일부의 욕심으로 결정했다가는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다. 다행히 아내와 나는 모두 집을 짓고 싶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고민해서 한 결정이었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말처럼 '나를 닮은 집'을 짓고 싶었다.




집짓기를 마음먹었으니 집 지을 토지부터 찾아야 했다. 수도권 외곽의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에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내와 나의 인생경험 상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좋으나 싫으나 서울과 경기도의 콘크리트 정글에서만 살아온 사람이었고, 아내도 어릴 때 빼고는 쭉 수도권 아파트에서 살았다.


우리가 가장 원했던 토지는 지금 살고 있는 용인 동백지구 내의 땅이었다. 집 뒤로 산과 등산로가 있고, 집 앞에는 작고 호젓한 호수공원이 있다. 그리고, 집 가까이에 언제든지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도보로 5~10분이면 마트가 있고, 조금만 더 가면 지하철역과 큰 대학병원도 있다. 우리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동백지구에는 더 이상 집짓기 좋은 땅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매물로 나와있는 필지 하나도 위치가 좋지 않았고 희소성 때문인지 가격이 비쌌다.


동백지구는 포기하고 다른 지역의 비슷한 조건을 갖춘 땅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땅을 찾아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10년 전만 해도 다리품 파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2024년에는 더 좋은 방법이 많이 있었다.


2024년 말 싸고 좋은 아파트는 품절 상태였지만,
단독주택용지 매물은 넘쳐나고 있었다.



keyword
이전 02화1. 전세살이만 10년, 어느덧 마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