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파트보다 소중한 나의 작은 땅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구입할 토지를 결정하고 등기하기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토지 매매에는 숨어있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선 세금이 참 많이 붙었다. 취득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를 더해서 4.6%의 세금을 내야 했다. 토지 중개수수료도 피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부가가치세까지 더해 토지 가격의 0.99%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토지 등기를 위해 법무사 비용이 부가가치세 포함해서 65만 원 정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토지를 구입하려면 땅값의 약 5.7%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했다.


가계약, 계약, 잔금, 그리고 등기를 처리하며 비용을 지불할 때마다 큰돈이 나가고 속이 쓰렸다. 지불한 비용 중에 조금이라도 줄인 것은 법무사비용이 유일했다. 두 명의 법무사에게 견적을 받아 비교하고 교통비 등의 필요 없는 비용에 대해 정중하게 의문을 표시했다. 다행히 법무사가 쉽게 수긍하고 11만 원 정도 비용을 깎아줬다. 내가 지불한 전체 비용에 비해 아주 적은 액수였지만 조금이라도 지출액수를 줄인 것이 좋았다. 내 마음속의 아주 작은 승리였다.


토지 매매에는 세금을 비롯한 추가 비용이 약 5.7%나 필요하다.
속이 쓰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등기 완료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비로소 67평짜리 작은 땅은 내 소유가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내 땅이 생기다니!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즐겁고 기쁘기도 했지만 드디어 집짓기의 한 챕터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아내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가스레인지랑 불판 가지고 가서 고기 구워 먹고 올까?"


"연기 날 텐데... 그래도 될까?" 내가 웃으며 아내에게 반문했다.


"자기 집 마당에서 요리하는 거랑 똑같을 텐데, 당연히 괜찮지!"


처음에는 농담이었지만 정말 해보려고 계획도 했다. 하지만, 급격히 추워진 날씨 때문에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우리의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역세권도 아니고 풍경이 좋은 곳도 아닌 사방이 다른 주택으로 둘러싸일 작디작은 67평 땅.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놓고 무시할 사람도 많을 거다. 여기 사느니 도심지의 아파트 살겠다고 말이다. 돈도 안 되는 단독주택 짓는다고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 되었다. 마치 신분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어려서부터 외곽지역에 살아서인지 잘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나도 친구와 얽힌 씁쓸한 기억이 하나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작은 모임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 중에 한 명이 어느 지역에 사는지를 넘어서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별다른 비밀도 아니었기에 용인 동백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고 알려줬다. 대답을 들은 친구에게서 나에 대한 은근한 무시가 느껴졌다. 내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씁쓸하기도 하고 조금 슬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궁금한 게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라니 말이다.


세상과 내 주변의 시선에 순응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걱정이 많을 뿐이지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누가 바보라고 생각하든 누가 비웃든 상관없다. 나는 그저 나와 가족에게 맞춰진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아파트를 버리고 집짓기로 결정하며 나는 이미 조금 삐딱한 길로 들어섰다. 나에 대한 자신감으로 넘치던 이십 대의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아파트보다 소중한 나의 작은 땅. 이 땅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기대된다.


집을 짓는다는 건 남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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