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땅 사기 전에 건축가를 만나세요.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내가 좋아하는 '건축탐구 집'에 출연하는 박현근 건축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땅 사기 전에 건축가부터 만나러 오는 건축주가 정말 현명한 거예요. 저는 같이 땅 사러 가서 몇천만 원 깎아준 적도 있어요."


지나가듯 한 말이었지만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건축에 문외한 일반인이 땅의 가치를 측정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어느 땅을 구매할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답은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결국, 박현근 건축가의 조언을 따라서 건축사무소에 문의하기로 결정했다.


땅 사기 전에 건축가에게 물어보자.

내가 후보지로 생각하는 땅은 세 곳이었다. 첫 번째 땅은 북쪽과 동쪽 도로를 접한 코너 땅으로 북쪽에 잘 조경된 공원을 마주한 땅이었다. 크기도 75평 정도로 세 곳 중에 가장 컸다. 두 번째 땅은 북향 땅으로 별다른 장점은 없지만 급매로 나와서 가장 저렴했다. 크기는 70평이었다. 마지막 땅은 남쪽과 서쪽의 도로를 접한 코너 땅이었다. 크기는 67평으로 후보지 중에 가장 작았지만, 남향이라는 희소성 때문인지 가격은 두 번째 땅보다 5천만 원이나 비쌌다.


식집사인 아내에게는 땅에 햇빛이 잘 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만 생각하면 세 번째 남서향 코너 땅을 사야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땅은 공원뷰가 매력적이었고, 두 번째 땅은 가격이 좋았다. 우리의 이런 고민을 메일에 잘 정리해서 건축가에게 보냈다. 글은 최대한 정중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건축 상담도 아니고 토지 상담이라니 진짜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이틀 후에 장문의 답장을 받았다. 내가 보낸 개별 필지에 건축했을 때의 장단점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내 조건에 가장 잘 맞는 땅은 아무래도 남서향 코너 땅이라고 알려주었다. 여러 번 직접 가서 둘러보며 생각도 해보고 느껴보며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함께 해주었다. 추가로 궁금한 점은 전화 통화로 답변해주기도 했다. 무료로 이런 고급 조언을 해주다니 통화 중에 몇 번이나 감사인사를 드렸다.


그 뒤로 두 번 더 후보지를 보러 갔다. 맑은 날에 가서 보니 첫 번째 땅에는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았다. 후보에서 제외했다. 두 번째 땅은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금방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 애정이 가는 땅이 아니었기에 아쉽기보다는 후련했다. 결국, 우리는 건축가의 조언대로 세 번째 남서향 코너 땅을 샀다.


땅을 사기 전에 다른 시간대에 여러 번 가보는 것이 좋다.

토지 매매 계약을 하는 날 부동산에서 토지 주인과 그 따님에게 땅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공인중개사인데, 이 땅이 정말 좋은 땅이야. 처음 GH에서 분양할 때, 좋은 땅만 골라서 딸이랑 7필지나 청약했다니까. 그중에 이거 하나 된 거야."


"고생하셨네요. 힘들게 산 땅인데 파셔서 서운하시겠어요?"라고 내가 물었다.


"원래 집 지으려고 했는데, 딸이 일산에서 일하게 돼서 이사하게 됐어. 막상 팔려고 하니까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고."


이야기를 해보니 토지 주인도 따님도 모두 좋은 분이신 것 같았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30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었다.


토지 계약하고 나서 토지 매매에 대해 조언을 해준 건축가에게 건축 상담을 받으러 갔다. 땅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내 땅이 되었으면, 이제 정을 주세요."


맞는 말이다. 어쩌면 평생을 함께하게 될 수도 있는 땅이다. 이제 가족처럼 정을 주어야 할 때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이제 나에게는 내 땅이 그렇다.


어느 지역의 어느 땅을 살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면 건축가에게 연락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느 건축가에게 연락할지 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전원속의 내집' 같은 잡지를 펴고, 내가 사려고 하는 땅이 속한 지역에 단독주택을 지어본 건축가를 찾으면 된다. 무료로 귀중한 조언을 얻을 기회를 놓치지 말자.


마지막으로 최준석 건축가님 조언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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