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현실적인 건축가 선정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일주일간 세 곳의 건축사사무소, 한 곳의 하우징 업체와 건축 상담을 했다. 누구와 집짓기 작업을 함께해야 할지 아내와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제외된 곳은 하우징 업체였다. 설계와 감리비가 저렴해서 가격면에서 장점이 있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설계에 반영할 수 없어서 제외했다. 하우징 업체의 집 구조는 아파트와 비슷했다.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아서, 우리의 필요를 반영하고 싶어서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아파트와 비슷한 범용적인 집을 짓는다는 것은 모순이었다.


우리를 위한 집을 짓고 싶었기에 건축가와 작업하기로 했다.

세 곳의 건축사사무소 중에 한 곳을 고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세 곳 모두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한 건축사사무소의 특징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A건축사사무소

용인에 위치. 경험 많은 남성 건축가 두 분이 운영. 집과 가까워서 방문하기 좋음.


- B건축사사무소

서울에 위치. 소장님이 다수의 방송에 출연. 인원이 꽤 많고, 다수의 단독주택 설계.


- C건축사사무소

서울에 위치. 젊은 여성 건축가 두 분이 운영. 가장 최근에 작업한 단독주택이 마음에 듦.


A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아내가 찾은 건축사사무소이다. 우연히 건축가 분이 쓴 에세이를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건축가 자신이 가족들을 위한 단독주택을 지은 경험이 있고, 지금도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건축가 스스로가 걱정이 많은 편이라서 감리를 꼼꼼하게 한다는 것도 믿음이 갔다.


B는 내가 오랫동안 주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된 건축사사무소이다. 소장님이 작업한 단독주택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건물도 많았고, 단독주택 집짓기 관련 책에서도 추천이 많았다. 사무소에 직원도 많고 경험도 많아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C는 '전원속의 내집'이라는 잡지를 보고 찾아낸 건축사사무소이다. 집짓기를 결정하고 아내와 잡지 몇 년 치를 훑어보았다. 다양한 단독주택들 중에서 우리 마음에 드는 집을 설계한 사무소였다. 젊은 여성 건축가 두 분이 운영하셔서 아내와 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아내가 가지고 있기에 이 부분은 꽤 중요했다.


A와 B는 하우징 업체 사장님이 추천한 곳이기도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하우징 업체는 시공사 일도 겸하고 있었다. 상담을 마치며 나중에 시공사로 선정할 수도 있으니 건축가를 추천해 주실 수 있냐고 물었다. 사장님이 추천해 준 두 곳이 A와 B 사무소였다. 이때 우리는 이미 A와 상담을 마치고, B에 상담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서 기꺼웠다.


C는 건축 상담이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여성 건축가 두 분과 아내의 말이 잘 통했고, 젊어서인지 의욕도 넘쳐 보였다. 상담을 가장 정성스레 준비해 준 곳이기도 했다.


상담한 건축사사무소 모두 마음에 드니 고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정성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으니 현실적인 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주는 집을 지으며 건축사사무소에 설계비와 감리비를 지불해야 한다. 설계비는 말 그대로 건축주의 의도가 반영된 설계도면을 작성해 주는 비용이다. 감리비는 시공사가 설계도면대로 집을 짓고 있는지를 확인해 주는 비용이다.


설계비와 감리비를 포함한 가격에서 셋 중에 B가 가장 저렴했다. 소장님 말로는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서 설계비를 달리 받는데, 우리집이 50평 정도의 소규모 건물이라서 가장 낮은 설계비를 적용했다고 한다. 처음 상담 예약했을 때는 방송에 많이 나오고 가장 유명해서 설계비가 비쌀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우리에게는 고마울 따름이었고, 결국 B 건축사사무소와 계약하게 되었다.


아내와 나에게 단독주택 집짓기는 인생에 다시 올지 모를 비현실적인 로망이다. 하지만, 과정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곳 투성이다. 현실이라는 계단을 조금씩 밟고 올라서다 보면, 비현실로 가득 찬 우리집의 다락에 언젠가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날에는 창문을 넘어 별이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집짓기는 현실을 반영해서 비현실로 나아가는 과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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