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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Feb 12. 2021

30대 미혼 여성이 일과 삶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방법

<아들러의 인간 이해> 일반론 7장.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읽고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에게 진 적이 없었습니다. 국영수과 뿐 아니라 음악, 미술 심지어 체육까지 잘하는 소위 말해 엄친딸이었습니다. 중학생 때, 남녀 공학이었는데, 친하다고 생각한 남자 친구가 100m 달리기 하는 저에게 '쟤 다리 좀 봐...'라고 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달리다가 그의 손가락질을 보고 살짝 위축됐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친구는 여자는 여리고 부족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 여자아이가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_ 여성의 열등함에 대한 선입견 P99


어쨌든 성장하면서 저는 늘 여성성과  남성성을 고루 갖춘, 양성이 균형되게 발달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일할 때는 여장부처럼 일하고 취미 생활로는 요리, 제빵, 네일 아트 등 여성적인 활동들을 했습니다. 일부러 여성성도 키워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제 내면에서 우러러 나오는 성향이 기본적으로 여성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편안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회사에서 원하는 저의 모습과 가정에서 원하는 저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기대가 다른 것이 특히 힘이 들 때는 각각의 장소에서 다른 모습의 저를 원할 때였습니다.

일하는 회사에서 저에게 여성적인 것을 들먹일 때면 저를 공격한다고 느껴졌습니다. '결혼은 해야지?' '여자가 고분고분하고 이뻐야지!' 하는 시선을 노골적으로 내비칠 때 왠지 모르게 수치스럽고 작아짐을 느꼈습니다.

집에서도 저는 무의식 중에 여성성을 강요당합니다. 딸이 일하는 여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아빠에게 저도 모르게 일할 때처럼 단호하고 차갑게 말할 때면, 저를 '사납고 공격적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일하고 돌아온 저에게 엄마는 '설거지를 돕길 바라고' '늘 주변을 흐트럼 없이 깨끗하게 정돈하길' 기대합니다.


남성이 갖고 있는 지배력은 여성의 정신적 발달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고, 그 결과 여성들은 자신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여성의 정신 발달은 낮은 지위로 인해 매우 심한 열등감을 갖게 되는 사람들과 동일한 방식과 전제조건 하에서 전개된다. 여성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다는 잘못된 편견은 여성의 정신 발달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추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아이가 균형을 이루는 것은 그들의 성격발달이나 지능, 특권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류가 또 다른 오류를 낳는 것처럼 다른 상황으로 발전된다. 그런 특권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여성을 매우 좋아한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여성에게 유리한 의무의 면제나 예의 바름, 여성이 누리는 사치 등이다. 그것을 여성을 매우 존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결국에는 여성의 이상형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서, 원래는 남성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한 여성은 그것을 '여성의 미덕은 남성의 좋은 발명품'이라고 과장되게 표현했다.
(중략)
그러므로 여자아이가 정신적으로 발달하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주목해야 하며 그녀에게 남성과의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여성의 삶이 우리 문화의 여러 문제와 우리의 공동생활과 완전한 화해를 이룬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_여성 역할로부터의 탈출 P100


집안에서는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여자'로, 집 밖에서 일할 때는 '당당하고 거침없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모든 것을 잘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잔소리를 하고 실망하고 나잇값을 못한다는 식으로 비난할 때면 저는 한없이 죄책감이 들고 작아집니다. 왜 나에게 완벽하길 바랄까, 왜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지 못할까, 서운한 마음에 눈물을 훔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일하는 사위에게, 남동생에게는 집안일을 요구하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에 화가 납니다. 그냥 집에 가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는 삼십 대 여성을 '고집 세고 기가 세며 자기 주관이 뚜렷해 다루기 힘든 사람'이라고 여겨 무조건 누르려고만 하는 시대착오적인 남성우월주의 아저씨들이 그득합니다. 제가 20대~30대를 보내며 한 것이라고는 열정을 다해 보낸 회사생활인데, 정작 회사가 여자에게 주는 것은 인정과 격려가 아닌, 좁은 입지뿐인 것 같아서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못난 꼰대 아저씨들이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미성숙한 어린 꼬마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 제 속마음입니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내아이로서는 자신의 남성성을 자각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고, 자신들이 남자이고 그렇기 때문에 특권을 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들은 남들보다 우월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우월감을 나타내기 위해 주변 여자들에게 그들이 보여 주는 저항에 따라 고집이나 사나운 분노를 보이면서, 아니면 교활한 책략을 써서 온갖 폭군 짓을 하게 된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_오늘날 문화에서 남성의 우월적 위치 P96


즐겁고 싶은데 사실은 매우 부정적이고 회의적으로 현실이 인식될 때 제 스스로 참으로 괴롭습니다. 단, 한 가지 그런 잡소리들에 제 마음이 이끌려 인정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것입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무덤덤함만이 저를 지키는 방법이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반대하는 투쟁에서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적극적으로 '남성적인'방향으로 발전하는 유형이다. 에너지가 넘치며 야심적이고 승리를 향해 노력한다. 남자 형제나 남자 동료를 능가하려고 하고, 남성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알려진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며, 모든 종류의 운동과 그 비슷한 것을 선호한다. 종종 그들은 사랑이나 결혼 관계까지도 거부한다. 그들이 혹시 그런 관계에 빠지더라도 그 관계 안에서 다른 배우자에 비해 지배적인 위치에 서려고 해 그 관계가 위협받게 된다. 그들은 집안 살림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심한 혐오감을 드러내는데,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무기력한 행동을 보임으로써 간접적인 혐오를 드러내 집안일에는 전혀 무능하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_여성 역할로부터의 탈출 P100


그런 저에게 최근에 힘이 되는 유튜브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곽정은 씨의 思생활>에서 '20년 차로 일하는 여자로서의 조언'이 담긴 영상이었습니다.  그녀의 다른 영상들을 보아도 비혼의 커리어우먼이 할 수 있는 많은 고민과 현실 조언이 와 닿아서 진심으로 감탄하며 듣고 합니다. 그녀는 남자나 결혼이 여성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늘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자신이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일'이 얼마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면서 그 일에서 승부를 보는 여성이 되라고 뼈 때리는 조언을 합니다. '억대 연봉으로 몸값을 올린 꿀팁'에 대한 곽정은 씨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회사에서 예쁨 받는 것, 좋은 관계에 집착하지 말라고 합니다.

회사를 사랑하지 말라. 회사를 나오면 아무 소용없다. 관계 지향적인 것에 신경 쓰는 것은 의미 없다. 진짜 대우받는 것은 연봉이다. 업무에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나를 채우는 기회로 만들어라. 보도자료 정리를 하던 신입 기자 시절 잡일에서 사소한 일에서 귀한 것을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스킬과 능력을 성장시켜준다는 확신으로 일했다. 눈에 띄는 일은 아니지만 다른 일을 맡았을 때 도움을 줄 성장점을 찾기 위해 일을 악어처럼 붙들고, 내 손을 떠났을 때는 완벽해지도록 해야 한다. 한 일을 문서화할 것. 그것을 기본으로 연봉협상을 할 때 나의 자신감으로 만들어라.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해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연봉협상 때, 당당해진다.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자기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살벌한 연봉협상 앞에서 착하지도, 웃으려 하지도, 친절하지도 말 것.

둘째, 일을 분배할 때 남들이 안 하려고 하는 일을 하라고 합니다.

평범한 업무는 평범하게 끝난다. 남들이 안 하려는 일을 할 때 일 스펙트럼의 확장이 된다. 기자 시절 섹스 칼럼 거부하던 분위기에서 편견에 도전하는 글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전했다. 그 결과 유일하게 연애실용서를 써낸 기자 출신의 작가가 됨. 남들이 원하는 거 욕심내고, 남들이 꺼려하는 것도 욕심내라. 조직이 바뀔 때, 안 해본 업무를 한 사람에게 주목한다. 남들이 못하는 경험을 해보라.

셋째, 아웃할 타이밍을 알라고 합니다.

회사는 여자한테 친절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렵게 위로 올라가도 남자든 여자든 목숨줄이 위태로운 건 사실이다. 어느 수준까지 올려주지만 결국은 버티지 못할 상황으로 몰고 간다. 여자이기 때문에 버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나와야 한다. 내 이름을 걸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조직이 나를 밀어내기 전 내가 핫할 때 내발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와야 한다. 불붙은 추진력으로 그 에너지로 내 이름을 걸고 큰 성장을 할 수 있다.


초반에 저의 상황을 비관하여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한 살 더 먹고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낼 수 있나...'부정적이었는데, 이 영상을 보면서 그래도 다시 힘을 얻습니다. 시대를 리드하는 여성이라면 그에 따른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 단계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 지금까지 그랬듯 무던히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습니다. 제 삶의 중심이 일이었다면 30대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회사를 편하게 다니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시 치열했던 때를 돌이키며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기라는 걸 알고 정면 돌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것을 마음에 세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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