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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Oct 20. 2020

춤을 배우기 시작하며 촉촉해진 나를 느낀다

10년 차 회사원 '아는언니'의 일곱 번째 딴짓일지

저는 춤을 워낙 좋아했었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꽤 오랫동안 춤과 관련된 activity들을 해왔습니다. 살사를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된 2019년 5월 저는 어느새 제법 살세라(살사를 추는 여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달 남짓된 이 시점에 조금 춤을 흉내나마 낸다는 칭찬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는데, 이렇게 이야기 들을 수 있는 것은 실로 제가 오랫동안 춤을 굉장히 좋아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춤에 급속도로 빠져든 데에는 아마도 요즘 앓고 있는 골칫거리 일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같은 회사에 10년을 넘게 일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어느덧 회사 11년 차를 보내고 있습니다. 10년 차가 되면 좀 수월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연륜이 쌓인 만큼 고민과 갈등도 덜할 줄 았았는데, 요즘도 퇴근하고 집에 갈 때면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게 아직도 애송이구나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그 복잡한 고민과 생각들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저는 더욱더 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내 삶의 중심이 일이었다면,
삼십 대 중반을 넘기는 지금에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그동안 많은 취미활동을 해왔지만, 그 취미활동은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돌파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 등을 위해 일의 텐션을 조절하겠다고요. 저는 어쩌면 춤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춤이 매우 유혹적이어서 위험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는 이 두려운 감정에 대한 해답을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찾았습니다.


단순히 애착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애착을 초월하는 것. 애착에는 항상 잃거나 거부당할 위험도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나아갈 때 거기에는 항상 그가 당신을 떠날 위험이 존재한다. 누구든지 믿어보라. 상처 입을지 모른다 해도. 누구에게든 의존해보라. 상대가 실망시킬지 모른다 해도. 애착의 대가는 고통이다. 고통을 감내하려고 않은다면 그런 사람은 많은 것들이 부족한 채로 살아야만 할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저는 지금 제 인생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10년째 일을 하며 힘든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분명히 성장했고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배우고 있고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기쁩니다. 그래서 저의 자존감에 뿌리 깊은 기본은 형성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고, 그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그림도, 음악도, 춤도 경험하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한 것 같습니다. 특히 춤을 배우고 나서는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행복해서 가끔 눈물이 납니다. 이유도 모르는 채로 떨어지는 눈물의 순간에 저는 제 가슴이 매우 촉촉해져 있구나 느낍니다. 감정이 메마른 것이 아니라, 너무나 촉촉해서 미세한 순간까지 생의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예전의 윤종신의 인터뷰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능 방송을 활발히 하면서도 음악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방송 활동하며 바쁘게 지내다 보면 오히려 음악적인 감성이 더 살아난다고 했다.
“내 속의 정서는 늘 변함이 없어요. 오히려 많이 웃길수록 밤에 더욱 허탈하고 허전한 마음이 생겨요. 또 방송만 하다 보니 음악 하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고…, 음악에 대한 갈구가 더 커졌어요.”
가수이자 예능인인 윤종신 인터뷰 중


11년 차 회사원이면서, 춤을 막 배우기 시작한 행복한 여자로서 앞으로도 저는 제 인생의 발란스를 맞추고 저 자신의 행복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머리 아파하지 말고 관심을 돌릴 줄 아는 지혜로운 여인이 되려고 합니다. 갈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세련되게 표현하고 지혜롭게 해결하는 연륜을 갖춘 여인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춤에서 텐션이 중요하듯 힘을 줘야 할 때, 그렇게 않을 때를 구분하여 갈등을 표현하고  다시 봉합할 줄 아는 여자가 되려고 합니다. 춤은 아마도, 그냥 마냥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제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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