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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Oct 31. 2020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춤을 추는 것은 나를 관리하는 일이라 좋습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구부정한 허리를 똑바로 펼 생각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내가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하면 더 매력적이란 것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뱃살을 관리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마다 침대와 어렵게 작별을 고하며 필라테스를 하지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소심했을 것입니다. 필라테스를 할 때, 몸매가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고 하기보다는, 살을 감추기 위해 펑퍼짐한 상비되어 있는 운동복을 입고 했을 것 같습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홍대에 자주 갈 일이 없으니, 계절이 바뀌고 코로나가 계속돼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고, 핼러윈이 돌아오고 파티는 무르익는다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때로는 내가 기대 없이 두려운 마음으로 들어간 바에서도, 충분히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을 것이란 걸 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약속하지 않아도 춤을 좋아하는 반가운 얼굴들은 늘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여자는 이쁘기만 하면 사랑받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춤을 추고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흠뻑 빠질 줄 안다면 그냥 이쁜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춤을 추면서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 분위기를 환하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만 잘난 줄 알고 바라본 그간의 나보다, 그 분위기에 어울릴 줄 알고 미련 없이 과거의 못난 나와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떨쳐버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춤을 추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춤을 추지 않은 시간을 알차게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춤도 즐기고 제 삶의 다른 부분도 꽉꽉 채워서 빛나게 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직 일 년 밖에 춤을 추지 않았지만 열거하게 된 장점이 이렇게나 많으니 춤에 빠진 저를 어쩌면 좋을까요. 저와 친한 언니는 벌써 춤을 춘지 십 년이 되는 경력자입니다. 언니는 저를 볼 때마다 제가 귀여운 듯 웃습니다. 제가 너무 웃기데요. 춤에 흠뻑 빠져서 기분 좋게 춤추고 돌아오는 저의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 웃기다고 합니다. 춤 이야기만 하면 표정이 바뀌고 눈에서 빛이 나는 제가 웃기다고 합니다. 뭘 잘 모르다 보니 유명한 인스(인플루언서. 영향력 있는 사람) 이름을 헷갈려서 잘못 부르는 게 웃기다고 웃습니다. 또 뭘 모르니 유명한 사람이 제게 춤을 신청해도 잘 몰라서 춤을 안출 때 또 웃기다고 웃습니다. 물론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아직은 경력이 짧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오늘 <부지런한 사랑>이라는 이슬아 작가의 신간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하고 이걸 책으로 엮었습니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춤 이야기를 책으로 낼 수 있을까? 그 책을 낸다면 목차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어줄 독자들이 있을까 상상에 빠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춤, 그리고 글쓰기를 어떻게 꾸준히 해갈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꼭 책이 아니더라도 어떤 콘텐츠 결과물로 엮어가면 좋을지 생각에 빠졌습니다. 답은 당장 바로 나오지 않더라고 제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이 좋아하는 일들을 접목해서 누구보다 매력 있게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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