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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Nov 11. 2020

기업에서 부서이동 시 꼭 하는 것, 레퍼런스 체크

10년 차 회사원 '아는언니'의 업무일지

지난날 제가 해외 영업 업무를 하다가 상품기획으로 옮기려고 할 때였습니다. 면접을 볼 때 까지는 저 혼자만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옮길 팀의 팀장님과 좋은 이야기가 오가고 나면 그다음의 문제는 내가 옮길 수 있는 날자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받아줄 팀에서 나를 끌어줘야 하고, 현재 내가 소속된 팀에서 나를 놓아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옮길 날자를 잡는 것도 일입니다. 보통은 해당팀에서 사람에 많이 치이고 일에 지쳤을 터이므로, 옮기는 순간을 눈앞에 둔 시점에 하던 일을 대충하고 혹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대판 소리라도 지르면서 싸우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나와버리고 싶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요? 모두들 마음 한편에 그렇게 내키는 대로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상사가 저에게 다가와 이야기했습니다. "아는언니! 레퍼런스 체크라는 게 있어. 옮길 팀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이나, 일을 어떤 스타일로 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하는 걸 꼭 해. 잊지 마"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제 멋대로 깽판 치고  팀을 옮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 상사는 꿰뚫어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회사의 친한 동생이 팀을 옮기고 싶고 소속 팀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도 그녀와 같이 해외 영업에서 업무를 할 때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옆 부서 마케팅팀 책임님이 저에게 레퍼런스 체크가 들어왔습니다. 힘든 마음을 저에게 털어놓은 동생이 자신의 팀에 오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친구가 옮길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그 친구 어떤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예전에 들었던 레퍼런스 체크가 저를 통해 제 지인의 평판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제 지인의 장점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단점은 같이 일은 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정도로 언급했습니다.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한편, 동생에게는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한 책임님에 대해 함께 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제가 그와 함께 일 할 때 힘들었던 점을 알려주고, 동생이 주의해서 그와 잘 맞춰서 일하라고 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그 일할 때 까다롭고 까탈스러움이 그가 그 자리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을 거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한쪽에서는 저에게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하여 저는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고, 다른 쪽으로는 제 지인인 동생이 옮길 부서에 잘 적응하도록 주의점을 알려준 것입니다.


요즘 회사일이 쳇바퀴처럼 돌아가서 지루하던 차에 내가 당사자가 아닌, 타인의 업무 이동을 지켜보고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 것은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미가 크지 않은 나날들에는 소소한 저만의 재미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회사의 사람들과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늘의 좋은 일은 힘들어하는 회사 동생이 그녀가 원하는 팀에 잘 안착하도록 제 나름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한 가지 목표 달성을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도 기업에서 직무 이동 시 레퍼런스 체크를 한다는 것에 대해 꼭 잊지 말고, 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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