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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Nov 17. 2020

똑 부러지게 상사를 이해시키는 방법

10년 차 회사원 '아는언니'의 업무일지

회사에서 누군가의 간절한 업무 고민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자기 일 생각하고 해결하기 바쁘기 때문이겠죠. 둘째는 타인의 업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에게 오늘 하루는 간절한 업무 고민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연간 목표를 짜는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로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팀장님의 말을 고지 곧대로 듣기에는 불 보듯 의미 없는 고생을 하는 것인데,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할 '논리 정연한 근거'를 들이밀지 못하겠는 것입니다. 팀장님의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논리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주어야 하고, 이를 설득해야 하며, 저만의 논리와 그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일이 떨어지고 나서 머리가 이미 아프기 시작합니다. 점심시간을 맞아 여의도 공원을 걸으면서 이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합니다. 우선 팀장님께 제 논리를 말했으나 팀장님은 이해가 되지 않는 다고 하십니다. 저는 (속으로만 구시렁구시렁 하며)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 '엑셀 노가다'를 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 역시 그가 원하는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고민하다가 시간이 너무 가버려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할까 봐, 똑똑하긴 하지만, 너무 로직이 명확해 심지어 로봇 같은 선배에게 고민을 상담합니다. 제 이야기를 듣더니, " 로직은 맞지만,  만으로는 팀장님 설득이 안돼. 숫자로 보여줘야 ." 그러더니, 간단히 보여줄 수 있는 팁을 살짝 설명해줍니다. '역시 일 잘하는 사람은 다르네.' 선배의 팁에 살짝 감동하며, 저는 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선배의 조언을 바탕으로 만들고 메일에 표로 붙였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근거와 현상이 같이 보이도록 다시 표를 수정하여 메일로 송부하고, 팀장님께 전화를 하여 설명드립니다. 그러고 나니 팀장님이 이해를 하십니다. 저는 지난번 일 잘하는 담당님께 배운 것처럼, "설명드린 논리를 바탕으로 담당자의 의견은 이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마무리하였습니다.


만일 성공의 비결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시각을 이해하고
여러분의 관점은 물론 상대방의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능력이다.
데일 카네기_인간관계론 p117


이렇게 과제 하나는 해결했으나, 집에 와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또 다른 과제가 저를 찜찜하게 괴롭힙니다. 유관부서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제 논리를 근거로 보낸 메일에 그를 설득할 좀 더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 논리를 이해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제 논리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집에 와서까지 일생각을 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하지만, 연간 목표를 한번 세우면, 일 년 내내 담당자에게 꼬리가 붙어 그들을 괴롭히니, 합리적으로 잘 세우고 싶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가 이해했다면, 타인을 이해시키기도 쉬운데, 저도 확신을 갖지 못한 채로 남이 저절로 이해해주기를 바란 게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일찍 출근하여 이 모든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경험으로 똑 부러지게 일하는 방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사를 설득시키려면, 나름의 명확한 논리를 나 혼자 이해하는 방식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숫자로/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상사를 설득시키려면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내가 이해했다고 해서 상대가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말라. 설명은 친절하고 자세할수록 좋다.




'오늘은 일 좀 했다~'며 당당하게 퇴근했지만, 돌아오니 아직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심정적 만족하는 포인트는 '아직은 제가 모르는 것을 고민할 때 함께 고민해주는 선배, 동료들이 있어 다행이다.'라는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는 따뜻함입니다. 그리고, 배울 점이 있는 선배,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것이지요. 하지만, 역시나 직장인은 성과를 명확히 내어야 인정받는 법, 심적 만족이 아닌 똑 부러지는 내일의 일처리를 위해 오늘은 이만 노트북을 닫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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