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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Nov 18. 2020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씁쓸한 회사원의 점심식사

점심시간은 직장인에게 제일 소중한 것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일에 관련된 정보를 나눌 수도 있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기분전환을 하여 오후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밥 먹고 간단히 산책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오늘 점심은 동기 오빠와 여자 동기 셋이 함께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우리가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회사원의 정년이 60세 까지라고 해도 실제로 그 나이까지 다닐 수 있을까 의심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보다 밑이던 후배의 지시를 들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팀장이 되지 못한 책임급 그저 실력 있는 후배에게 밀리고 윗 상사에게 치이며 시간 때우기처럼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예전 사원 시절에는 저에게 그런 상황이 오면 회사를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존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밥벌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나이가 되면서, 만약 저에게 그런 상황이 오면, 그냥 최대한 성격 죽이고 회사를 다녀야지 하고 생각하는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다 해도 정년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40대 중반만 되어도 내가 지금처럼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점점 '라떼는 말이야...' 하는 꼰대로 변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겠죠. 동기 오빠는 주식 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 동기는 5살이나 어린 연하 남편이 든든한 밥벌이를 해올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은 저는 조금 불안해졌습니다.


'회사를 안 다니면 무얼 할까?'라며 즐겁자고 시작한 대화가 암울한 현실을 일깨우는 대화가 되어 조금은 씁쓸한 점심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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