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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Nov 24. 2020

달래면서 일하기

10년 차 회사원 '아는언니'의 업무일지

오늘 재택근무를 했는데, 정말 일이 많았습니다. 관련된 유관부서에서 계속 자신들이 유리한 입장을 주장하며 그들의 의견만 내세웠습니다. 각각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관철시키기 위해 때로는 공손하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때로는 격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오전에 매우 지쳤습니다.


게다가 담당자인 저 혼자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팀장님과의 의사결정 하에 진행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재택근무의 단점을 여실히 느끼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늘 바쁜 우리 팀장님과 통화하기가 힘들어서 전화를 했지만 계속 회의에 들어가 있고 해서 그의 가이드를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팀장님께 계속 문자로 상황을 공유하고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겨우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팀장님과 통화가 가능했습니다. 물론 제가 점심시간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중요한 업무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 간임에도 불구하고 통화를 감행했습니다. 팀장님은 막 이전 회의가 끝나고 나온 지 15분도 채 안되었지만, 제 급한 마음을 아셨는지 바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업무 이야기를 하기 전에,

"팀장님, 많이 바쁘셨죠? 점심은 드셨어요? 에휴, 고생이 너무 많으세요"

라는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팀장님의 목소리에서 살짝 미소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후 바로 본론에 들어가 현황과 의사결정 필요사항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팀장님, 제가 직접 유관부서 팀장께 메일을 써야 할까요?"

라고 말하니 팀장님께서는,

"아니야. 내가 할게."

라고 말씀하시곤 바로 메일을 써주셨습니다.

그렇게 가이드와 유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의 큰 틀을 팀장님께서 진행해주시고 나니 다음은 제가 사사로운 일들을 팔로 업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실 오전에 거쳐 너무 많은 유관부서의 질문과 클레임을 받다 보니, 내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을 받는 느낌이라 서운하고 속상했습니다. 스트레스로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고, 이 나이에도 주책맞게 일 때문에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살짝 누그러뜨리고 (물론 점심으로 매운 떡볶이를 먹어서 살짝 누그러지긴 한 것 같습니다.) 팀장님께서 오죽 바쁘고 이슈가 많으셨을까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으로 한마디 건네고 시작한 것이 일을 조금 술술 풀리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택근무에서 퇴근하고 나니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서러웠던 마음도 몰려왔습니다 그런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 산책을 하러 나섰습니다. 한 시간을 집 근처 공원을 걷고, 한 시간을 필라테스를 하고, 운동 끝나고 나서도 또다시 한 시간을 걸어 동네의 제가 좋아하는 베이커리에 가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을 샀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에 행복이 몰려오는 것입니다.


오늘의 제가 한 일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서러웠던 감정을 잘 다스리고 클레임 하는 유관부서에서 상황을 공유하여 설명하고, 팀장님과 신뢰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수정사항을 잘 반영하여 전체 공유 메일을 잘 보내고, 무사히 일을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제 자신이 매우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저도 스스로 저를 달래고 오늘의 수고를 저에게 칭찬해주고 나니 하루의 마무리가 참 좋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잘하지는 못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클레임 하는 상대를)(바쁜 상사를)(부족하다고 자책하는 자신을) 달래면서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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