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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Dec 13. 2020

"후회한 순간이 있었어?"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

<치료의 선물>에서 본 나의 감정 회피 심리 분석

저는 오랫동안 누군가와의 감정 혹은 갈등을 제대로 직면하지 않고 피하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제대로 감정을 맞닥뜨려 터뜨리고 봉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회피했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주말특근으로 회사에서 야근을 할 때 코로나 이전이라 여의도 불꽃 축제를 야근하는 창밖으로만 봐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팡팡팡' 소리를 내며 화려한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던 날, 저는 일하던 손을 잠시 쉬고 창가에 붙어서 불꽃을 구경했었습니다. 그때 제 옆에서 함께 구경하던 직장동료가 저는 꽤 맘에 들어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같이 식사할 것도 제안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와 꽤 친해져 메신저로 연락하다가 "그럼 12/31일에 볼까요?" 하고 만남을 제안받았는데, 그 순간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저는 오히려 한발 물러섰습니다. 갑자기 회사 동료로 매일 얼굴 보는 그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잘되건 혹은 안되기도 전에 지래 짐작 불편해질 상황을 상상하며 그의 제안을 회피했습니다.


얼마 전 본 <하트 시그널>의 박지연-천인우 커플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 공간에서 남녀가 한 달 동안 합숙하며, 로맨스를 그려가는 과정을 담을 인기 있는 예능프로입니다. 초반에 서로 강한 호감을 느꼈던 남녀가 결국 커플이 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상황에서 용기 내어 서로 대화를 한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남자 출연자가 "한 달 동안 후회한 순간이 있었어?"라고 물었고, 여자 출연자는 망설이다 말했습니다. 남자 출연자가 마음에 들었지만 너무 급속도로 감정이 달아오르는 것이 걱정되어 그 마음을 숨겼고, 그것이 서로 인연이 꼬이게 된 순간이지 않을까 하고 용기 내서 솔직히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하트시그널>의 한장면

금주에 2번째로 읽은 <치료의 선물_>에서는 그런 제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 상담 상황이 예시로 나와있었습니다. 치료자와 상담자 이야기를 하며 문제 상황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상담자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자신이 유리한 것을 이야기하거나, 부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두리뭉실하게 모 아니면 도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지양하고 효과적으로 상담하는 방법에 대한 팁을 공유합니다.

일반적인 피드백은 삼가고, 대신 구체적이고 분명한 피드백을 제공하라. 환자가 자신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일반적인 질문에 단순히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것을 피하고, 그 대신 그 질문을 다시 정리해서 내담자에게 친밀감을 갖게 하는 부분과 거리감을 갖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함으로써 대답의 효용성을 높여라.
'부분'을 사용하는 것은 치료의 많은 단계에서 부딪히는 부인과 저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며, 종종 양가감정을 탐색하기 위한 정중하고 온화한 방법이기도 하다. 나아가 모호함을 참지 못하고 매사를 흑백 논리로 보는 경향이 있는 환자에게는 중간적인 회색 부분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
P113 '부분'을 이용하여 피드백에 대한 수용도를 높여라

제 내면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그것을 회피했던 순간은 늘 인생의 후회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에 없이 용기를 낸 상황에서 늘 멋있고 당당하게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또한 크나큰 용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후회로 남는 순간은 '인연이 거기까지였다. 내가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라고 지금은 합리화하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그 용기를 낼 수 있고,  최대한 그런 후회를 줄이기 위해 조금씩 더 저는 저 자신이 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맞닥뜨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서해안 일몰을 보며 새해 소망을 빌었습니다.

최근 서해안 일몰을 보며 나름의 2020년 연말을 조용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았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올해를 주마등처럼 떠올리며 2021년에 이루고자 하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저는 2020년 코로나 상황 속에 혼란스럽고 힘든 일도 스쳐 지나갔지만,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좋았었습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표현이 약하고 회피하고 상처 받을까 늘 두려웠던 제자신을 조금씩 변화시켜갔던 것이 마음에 들었던 해였습니다. 그래서 새해의 소원도 다음과 같이 빌었습니다.

2020년 올해의 저처럼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표현하고,
모 아니면 도로 끊어내거나 회피하지 말고,
문제 상황을 늘 곁에 두고 애정 하며 하나씩 풀어가는
2021년 새해가 되었으면 해


딱 맞게도 바로 다음 상담 예시에서 그런 저에게 또 뼈 때리는 예시를 읽게 되었습니다. 40대 싱글여성인 내담자는 늘 밝고 매력적이나 어딘가 모르게 애인과 오래 만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그것을 콤플렉스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밝기만 했던 그녀가 상담에서 울며 속내를 속 시원하게 드러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두렵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껴 걱정된다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입니다. 치료자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드러낸 것으로 충분히 그녀와 소통을 느꼈고, 그런 식으로 자신을 어떤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드러내라고 조언합니다.

내 사무실에 들어올 때 당신이 밝고 즐거워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실제의 당신과는 거리감을 느낍니다. 이런 때에 당신이 보이는 발랄함은 무척 매력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당신에게 다가갈 수 없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답니다. 오늘은 달랐어요. 오늘 난 당신과 정말로 통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P116 피드백 : 무쇠는 식었을 때 두드려라

그녀의 상담내역은 저에게도 일맥상통하게 느끼는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늘 밝고 유쾌하고 유능한 것처럼 제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좋은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모습으로 포장한 누군가를 볼 때 저는 오히려 제가 그를 불편해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꾸미고 연출한 것이라며, 오히려 부담스럽움을 풍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단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말하기 어려웠던 실수담을 들었을 때 인간적인 친밀함을 느끼는 과정을 경험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제 삶의 가장 중요하고 큰 고민은 늘 인간관계였습니다. 연인과의 관계 혹은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늘 갈등이 생기면 저는 마음 깊이 고민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또 막상 그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읽은 <치료의 선물> "'부분'을 이용하여 피드백에 대한 수용을 높여라", "무쇠는 식었을 때 두드려라" 두 챕터를 통해 정확한 교훈을 얻어갑니다.


내 내면의 감정에 솔직하라

그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용기 있게 표현하라

갈등을 회피하지 말고 맞닥뜨리고 대화로 풀어가라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실행한다면, 어렵게만 느꼈던 인간관계의 고민들도, 좀 더 성숙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파를 앞둔, 코로나가 창궐 한 일요일 내내 따뜻한 침대에서 얻은 교훈은 제 마음에 콕 세겨있으니, 이제 하루빨리 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품으며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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