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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Dec 06. 2020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힘

<치료의 선물>을 읽고 (1)

트라우마에 대해 최근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떤 안 좋은 기억이 영향을 미쳐 비슷한 상황을 감지하게 되면 지레 겁먹고 두려워하는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되죠. 저 같은 경우에는 비행기에서 겪었던 turbulence를 겪은 것이 비행기를 탈 때마다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전에 없이 두려운 상태가 되곤 합니다. 또한 사람 관계나 사랑에 다쳤던 사람도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상황, 관계에서 받은 상처에서 극복하지 못하고 늘 그 단계에 머물러있거나, 새로운 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워합니다.


이번 달 마담에서 읽을 책은 <치료의 선물>_ 저자 Irvin Yalom입니다. 이 책은 얄롬이 저자로 정신과를 찾는 의사와 환자의 상담내역이 담겨있습니다. 우선 서문에서 치료자와 내담자를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함께하는 동반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환자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당기고 그를 환자가 깊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게 소통하면서 치유하는 것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아무리 돈을 받고 치료하는 의사라 해도 의사는 한 명이지만 환자는 여러 명이기에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은 의사에게도 참 힘겨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을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떤 때 깊은 감동을 받고 상처를 치유받았던가요? 저는 삼 남매 중 첫째 딸이 인데, 아직도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습니다. (철이 없어 죄송합니다.;;) 학창 시절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한번 혼내고 마는 선생님이 기억이 남나요? 제자와 싸우고 끝까지 물고 뜯으면서라도 이해시키고 갈등을 풀고 문제를 알려주던 선생님이 기억에 남죠. 그만큼 애정과 열정으로 학생을 대해주었으니까요. 성인이 되어서도 삶의 문제는 끊임없지만, 이 문제를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담론(심리학 독서모임)을 만나 사소한 제 마음속의 문제라도 학인 분들이 들어주시고, 심리학 책을 읽고 문제 상황을 이해해가며 치유해가는 것이지요.


<치료의 선물> 첫 주에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_여기(Now and Here)'에 집중한 치료방법입니다.




지금-여기란 치료시간에 일어나는 즉각적인 사건을 말한다. 즉, 여기(here), 이 상담실, 이 관계, 나와 당신 사이에서, 지금(now), 이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일컫는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비 역사주의적 접근이고 내담자의 과거나 외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덜 강조하는 접근이다.


지금-여기를 이용하는 이론적 근거는 다음 가정에 근거한다 1) 대인관계의 중요성 2) 치료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점



이 방법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힌 내담자의 모습이 현재의 치료자와의 관계를 맺는대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한 내담자는 어린 시절 성적인 학대를 받아, 결혼 후 남편과의 성생활을 유지할 때도 지속적으로 그때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방문한 치료자와의 상담시간에도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고, 대화에 있어 본인 이야기만 할 뿐 치료자에게는 관심이 없어 벽을 느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치료자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만으로 내담자는 상대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게 되고 그녀의 문제를 고칠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를 돌아봐도 과거의 상처 때문에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닫아버리거나, 혼자 소심하게 상처 받은 것을 상대에게 다시 소심하게 대하는 것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조금만 저에게 다가와도 헤를 끼칠 까 봐 밀어내고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마담을 통해 꾸준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면서 최근에는 상처를 덮고 과거의 일들을 과거로 묻어버릴 줄 아는 회복력이 조금 늘은 것 같습니다. 즉 there가 here에 큰 영향을 미쳐 here를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회피해버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용기 낼 줄 아는 제가 되어간다는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 Now and Here에 집중할 수 있는 힘, there에 머물러 있지 않는 힘, Here and Now를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힘, 12월에는 그 힘을 <치료의 선물>을 통해 더욱 키워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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