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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Dec 02. 2020

돌아보니, 상처는 최대한 안 받는 게 좋은 거

출장 이후 두바이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였습니다. 뭔가 많이 꽁해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기대한 만큼 일이 잘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날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기분이 참 안 좋아서 친구들과 단체 카톡방에서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비행기에 타서는 모두 다 잊어버리고 싶어서 살짝 서비스로 제공되는 알코올 음료도 마신 것 같습니다.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진동이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느껴본 그 어떤 때보다 심한 진동이었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며 벨트를 꼭 매고 착석해달라고 가이드가 나오고, 승무원들도 제자리로 돌아가 자리를 잡는 것이 보였습니다. 식사시간이었는지 간식이었는지는 잠결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떤 자리에서는 와인잔에 와인이 솟아올라 분위기기가 더욱 공포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끔찍한 fluctuation이었습니다. 다행히 난기류 구간을 넘기고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중동지역을 다녀오면 공항에서 메르스 증상을 검열하는 간단한 프로세스로 체온을 측정합니다. 그때 저는 체온이 정상을 넘어가 잠시 출입의 제한을 받았었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고 나니 정상체온으로 돌아와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집으로 가는 길이 길~었던 비행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전에 없이 비행기 타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체가 흔들리면 괜스레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가족여행 때, 여동생 옆자리에 앉아서 비행기를 탄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전에 없이 비행기에서 무서워하는 제가 조금 안쓰러웠나 봅니다. 무섭다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런 게 트라우마라고 하지.
그래서 웬만하면 상처 받지 않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아.

트라우마라... 상처라... 동생의 말이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그 상처 모르고 순수 무결점으로 사는 게 낫다는 말도 참으로 공감이 갔습니다. 어렸을 때는 순진 무구하고 고생도 안 해본 것이 경험이 적은 것 같아 단점인 줄 알고 극복하고 싶은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어갈수록 웬만하면 상처 받지 않고, 아프고 힘든 것을 많이 경험하지 않고 순탄한 것이 최고의 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그저 상처를 받지 않고 트라우마를 겪지 않는 것이 좋지만,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잊어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기억으로 안 좋은 기억을 지울 수 있도록 새로운 추억으로 덮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혹시나 비행기에서 BTS멤버가 옆자리에 탄다는 기발한 상상이 현실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것만 꿈꾸는 삶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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