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 일출 보기 대장정
며칠 전부터 일출 보는 것을 연습했습니다. 왠지 2021년 1월 1일, 그날 하루아침에 딱 일찍 일어나 질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해를 볼 수 있는 포인트 장소도 적절한 곳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서, 자주 가던 산책코스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곳도 두루두루 시험 삼아 가보았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자기 전에 알람을 7:00시로 맞춰 놓고 잠들었습니다. 일출 시간이 7:45분이라 인터넷에 뜨기 때문이죠. 하지만 늘 알람을 끄고 잠들었습니다. 그래도 기특한 건 7:30분에는 일어나가 밖으로 나갔다는 거죠. 7:30이면 바깥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운동복을 갖춰 입고 춥지 않게 몇 겹씩 입은 옷 위로 롱 패딩을 입고 모자 쓰고 장갑을 끼고 나갑니다. 대중교통이나 차로 이동하던 곳을 제 두 발로 직접 걸어서 이동합니다. 그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선유도 공원의 선유로입니다. 사실 양화대교를 수없이 많이 건넜지만 선유도 안으로 들어간 것은 한두 번으로 손에 꼽게 기억합니다. 날이 좋은 날 출사 하는 대표적인 출사 포인트지만 제 발에 잘 익지 않아서 안 갔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일출이 보기 좋다는 글을 최근에 블로그에서 읽고, 마음먹고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제가 그동안 몰라서 그렇지 한강과 멀리 풍경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1월 1일에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찜해놓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며칠은 그렇게 아침산책도 하고 일찍 일어날 준비를 해보지만, 영하 10도를 찍는 한파가 몰아치던 날에는 오버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2월 31일 마지막 날에 답답함은 참지 못하고 밤에 늘 제가 산책로로 좋아하는 양화대교를 걸어서 걷다가 정말 야경이 이쁜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그래, 내일 아침 일출은 여기서 봐야겠다.' 남들이 좋다고 한 곳이 아닌, 제가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낸 뷰포인트를 발견하고는 '유래카!'를 외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월 1일 아침 7시 알람이 울리지만 습관처럼 또 끄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7시 반입니다. '안돼!!!' 마음속으로 고함을 지르며 입고 운동복이고 뭐고 차려입을 것 없이, 자고 일어난 그대로 롱 패딩만 걸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아.... 안돼...' 하고 하며 동쪽 하늘을 봤는데 달이 떠있습니다. 며칠 밤동안 동그란 노랗다 못해 오렌지빛으로 은은한 광채를 뿜던 풍요로운 달이 새초롬한 하늘색을 띠고 새벽하늘에 걸려있습니다.
일출 명소로 찜해둔 곳까지 걸어가려면 20-30분은 걸릴 것 같아, 일출을 놓칠 것 같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고 걸었습니다. 가는 길에 서쪽 하늘이 보일 때마다 해가 얼마나 붉은빛으로 물들었는지 확인하며 바쁘게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걸으면서, 하늘을 보면서, 걸으면서, 뛰면서... 왠지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2021년에도 잘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 말 그 무엇에도 주눅 들지 마.
넌 참 잘하고 있어.
마음속으로 외치던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눈앞에 양화대교가 보였습니다. 뛰어서 도착한 순간 너무 아름다운 해가 보였습니다. 바다에서 고개를 내미는 순간은 조금 지났지만, 제가 10년을 넘게 일하고 있는, 매일매일 출근하는 여의도의 빌딩 사이로 해가 떠오르면서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걸어가는 내내 아름다운 일출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젯밤 찜 콩해두었던 포인트에서도 보고, 선유로에서도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갇혀있는 게 힘들 때, 좋아하던 분이 제게 말해주었었습니다.
일출을 보면 살아갈 힘이 생겨.
그래서 종종 보러 가.
그 말이 너무 좋아서 올해 일출을 꼭 보기로 다짐하고 며칠 전부터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내내 못해낸 것을 오늘 아침에도 또 못할 것 같아서, 지래 포기하고 이곳까지 오지 않았으면, 지금의 이 기분을 못 느꼈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도록 행복했습니다.
2021년 새날의 첫 일출을 본 것이 좋았다기보다, 이 날을 위해 조금씩 준비하면서 느꼈던 소소한 저만의 행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오늘 아침의' 제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말을 해준 좋은 사람을 알았던 것'도 좋았습니다.
2020년이 조금은 쉽지 않은 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행복을 많이 찾을 수 있어서 어느 해보다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20년엔 일몰과 달을 여유롭게 많이 보았었습니다. 코로나로 공장의 매연이 줄면서 하늘이 이쁜 날이 참 많아서 수없이 많이 이쁜 하늘을 담아두었던 것도 나름 좋았습니다. 코로나로 고립돼 지내면 답답할까 봐 시간을 내주어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일몰도 보여준 지인도 있었고, 일출을 보면 살아갈 힘을 얻는다던 지인도 있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해낸 제가 있어서 오늘 하루도 기쁘게 보냅니다. 21년도 매일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