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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Jan 10. 2021

완전히 검거나 완전히 흰 '선명한' 인생은 없습니다

<프로이트의 의자>_정도언_숨겨진 나를 들여다보기

일을 할 때는 성격이 급하고, 확실한 것이 유리했습니다. 성격이 급하면, 나 스스로를 잘 채찍질하고, 다른 사람도 닦달해서 빠른 결과물을 상사에게 가져갈 수가 있었습니다. 성격도 '모'아니면 '도'인 것이 명확해서 일이 될 것과 아닌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될성부른 일은 판을 키우고, 안될 일은 에너지를 쏟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니 성과를 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사람 관계나 연애로 옮기니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미적지근한 관계지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을 듯 길게 이어가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닐 것 같은 관계는 제가 먼저 끊어버리고 저의 자존감을 보호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숨겨진 나를 들여다보기'에서는 그런 저의 인간관계에서의 수동적 성향이 방어기제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인정받지 못해서 내가 거부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관계를 끊어냄으로써 저의 자존심을 지켰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읽은 프로이트의 의자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저의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웠던 마음을 가진 한때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말이 저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여러 가지 색을 띱니다. 관계 맺음에서 경험하는 이미지를 나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 지원과 비난, 인정과 무시처럼 중간색이 없는 검은색과 흰색의 두 가지로만 저장한다면 삶이 답답해집니다. 항상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틀에서는 잘못하면 자신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온통 신경이 쏠려버리게 됩니다.
완전히 검거나 완전히 흰 '선명한' 인생은 없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중간인 여러 채도의 회색들이 필요합니다. 통합되지 않고 대립된 상태로 저장된 선명한 이미지들만 마음에 지니고 있으면 세상이  온통 갈등 구조로 보여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내 마음이 언제나 싸움터라고 생각된다면 자신이 세상을 몇 가지 색으로 구분하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정신분석이 우리를 치유하는 방법입니다.

어렸을 때 보다 지금이 더 좋은 이유는 충분히 많습니다. 우선 제 자신이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어 좋습니다. 무엇이든 칼같이 깔끔하게 끊어져야 하고, 정확하고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합니다. 선명하지 않아도 희미하지만 그 존재를 이어가는 것도 그만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려 합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프로이트의 이론도 이 책을 통해서라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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