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는 루미나리에와 쇼핑몰에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들으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시작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의 노엘(Noël·크리스마스) 분위기는 그보다 조금 일찍 크리스마스 마켓과 함께 찾아온다.
프랑스어로 '막셰 드 노엘(Marché de Noël·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불리는 이 시장은 11월 말이면 벌써 각 도시에서 사람의 왕래가 가장 많은 광장에 터를 잡고 영업을 시작한다. 텅 비었던 광장에 빼곡하게 샬레(Chalet·나무로 된 오두막. 노점들은 막셰 드 노엘의 상징인 이 오두막 안에 좌판을 차린다)가 지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12월이 되기도 전에 이미 노엘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하고 설레기 시작한다.
낮보다는 밤에 더 활기를 띠는 이 장터의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길을 잡아 끄는 곳은 입구에 위치한 향긋한 뱅쇼(Vin Chaud·뜨겁게 데운 달콤한 와인)와 따뜻한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이다. 추운 몸을 따듯하게 녹여줄 뱅쇼 한 잔을 들고 본격적으로 시장 구경을 시작해보자. 샬레마다 겨울 분위기가 나는 온갖 품목을 갖추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표는 노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품들과 노엘 한정 먹을거리들이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손으로 깎아 만든 지역 특산 공예품이나 알록달록한 간식거리들에 오래 머무는 반면, 현지 주민들은 아기 예수 탄생이 수 놓아진 바닥깔개나 금색과 붉은색이 섞인 식기류 등 노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품에 더 집중한다. 이곳에서 하나하나 고른 문고리 장식이나 테이블보가 12월 한 달 내내 집안의 연말 분위기를 만들 것이므로 고르는 눈빛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또 가족과 보낼 노엘 저녁식사에 내놓을 와인이나 케이크도 이곳의 주요 쇼핑 항목이다.
광장 한 켠에는 도시 규모에 따라 작게는 회전목마부터 크게는 대 관람차까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들도 설치된다. 막셰 드 노엘은 단순한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나와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밤 나들이 또한 제공한다. 술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상점이 해가지면 문을 닫는 프랑스에서는 12월 밤 동안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막셰다. 1570년에 시장이 세워져 지금껏 45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에게 이 크리스마스 장터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노엘 저녁식사나 선물 교환만큼 중요한 연말 문화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프랑스 내 거의 모든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시에서 주관해 12월 한 달 내내 이 시장이 유지되도록 한다. 각 지역의 크리스마스 마켓 위치와 기간을 안내하는 사이트(noel.org)가 있으니 12월 중 프랑스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참조하는 게 좋겠다.
리옹=김지수 객원기자 kkotp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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