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연휴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구정이 지나고 나니 진짜 새해가 밝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 슬슬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옷장! 옷장을 열어 매와 같은 눈으로 스캔을 시작합니다.
이제 유행이 지나 입지 못 하는 옷도 보이고요. 너무 닳아서 입을 수 없는 옷도 몇 개 있네요. 그중 처리하기에는 아깝고 입기에는 어깨 뽕이 매우 심하게 들어가서 부담스러운 봄 셔츠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재질도 괜찮고 옷 상태도 좋아서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네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저의 뇌리를 스친 단어가 있으니 바로 '리폼'! 이 옷으로 딸의 여름 원피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고로 저는 중학교 가정 시간에 바느질을 해 본 이후로 셔츠 단추 다는 정도 외에는 바느질을 해 본 경험이 없어요. 물론 집에 미싱도 없고요. 미알못(미싱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ㅎㅎ 그래도 자신감을 가지고 손바느질로 리폼에 도전해 보겠어요~!
대략적인 디자인과 재단을 위해 아이에게 직접 입혀볼게요. 팔 부분을 반팔 소매로 만들면 나머지 부분은 손을 굳이 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목도 차이나 스타일로 올라오는 거라 그대로 입히면 될 것 같죠? 제가 리폼 대상을 잘 골랐네요.
팔은 원하는 길이보다 조금 길게 잘랐어요. 자연스럽게 롤~업 하는 스타일로 만들면 이쁠 것 같아서요. 아, 재단한 팔 부분은 아이가 미술할 때 쓸 팔 토시로 만들어야겠어요! 완전 굿 아이디어죠? 버리는 부분 없이 재활용할 생각에 더욱 빨리 작업하고 싶어지네요.
준비물은 아이 셔츠 원피스와 팔 토시로 리폼할 저의 헌 옷과 실, 바늘, 가위, 고무줄입니다. 정말 간단하네요. ㅎㅎ
이제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시작할게요. 바늘 색은 셔츠 색에 묻혀 티가 잘 안날 은색으로 선택했어요. 바느질 모양이 보이게 하는 것(스티치)도 방법이겠지만 앞에서 말했든 바느질에 자신이 없으니 최대한 바느질 한 티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아이 원피스 팔 부분은 감침질(천의 양 끝이나 옷의 단에서 꺾어진 곳을 튼튼하게 꿰매는 방법)로 처리했어요.
참고로 셔츠 팔 부분 감침질을 할 때는 영상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이후 팔 토시 만들 때의 모습이랍니다.
감침질 한 팔 부분은 앞서 계획했듯 두 번 접어주니 매우 자연스럽네요. ㅎㅎ 재단하고 바느질까지 걸린 시간은 17분50초 정도? 간단하죠?
아이에게 입혀봤더니 정말 그럴듯하네요. 마치 시중에 파는 옷을 사 입힌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원피스가 완성됐습니다.
아이도 엄마가 만들어 준 옷이라서 그런지 입고 나서 기분이 좋아 보여요. 저에게 부담스럽던 어깨 뽕이었는데 아이는 이 뽕이 공주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ㅎㅎ
이제 셔츠 팔 부분을 이용해 팔 토시를 만들어 볼게요. 셔츠의 팔목 부분에 있는 빨간 리본을 위쪽으로 가게 해서 리본으로 팔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하고, 그 반대쪽에 고무줄을 넣을 계획이에요. 원래 셔츠의 디자인처럼 팔목에 리본이 있으면 아이가 토시를 착용했을 때 불편할 것 같아서 말이죠.
고무줄 넣는 곳은 단단하게 박음질(가장 튼튼한 손바느질로 옷이 터지지 않도록 촘촘히 꿰매는 방법)로 해볼게요.
팔 토시 고무줄 넣는 게 살짝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요. 예전 엄마들이 내복 등에 고무줄이 터졌을 때 응급처치했던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기억나죠? 고무줄에 옷핀을 꿴 후 옷 핀을 쭉쭉쭉 밀어 넣어 양쪽을 묶으면 돼요! 이렇게 15분 정도 만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팔토시도 만들어졌습니다~!
완성된 팔 토시를 보더니 아이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들고 와 직접 하고 그림을 기리는데요. 꽤 그럴듯해 보이지 않나요? 제가 이 나이에 입기엔 부담스러웠던 빨간 리본이 아이에게는 사랑스럽게 잘 어울리네요. ^^
옷깃(카라) 있는 셔츠는 옷깃을 없애고 둥근 라운드 모양으로 만들어야 해서 제가 한 방법보다는 조금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요! 제가 조만간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
추가로 리폼 하기에도 어려운 옷들은 그냥 버리지 마시고요. 기부해 보세요! (☞관련기사 봄맞이 옷장 다이어트 결심!..'기부까지 한방에')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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