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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Nov 19. 2019

[좌충우돌 난임일기]82년생 김지영? 김지영도 부럽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출처=출처=롯데컬처웍스)


#24. 육아, 누군가에게는 꿈


'82년생 김지영'. 이 영화를 볼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 육아하는 친구들이 '공감 100% 영화'라고 자기들끼리 극찬하기에 지레짐작으로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영화가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돼 뒤늦게 영화관을 찾았다. 혼자 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친구가 있어 덜컥 따라나선 것이다. 친구는 인공수정 세 번과 시험관시술 한 번을 했으나 아직 아이를 만나지 못했고 나는 시험관시술을 세 번 했지만 아직 엄마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인 영화 속 주인공에게는 감정 이입을 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지만 누군가의 엄마인 주인공에게는 공감을 하지 못했다.


"육아하면 정말 저렇게 될까? 난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육아 때문에 저렇게 우울해진다면 나 진심으로 조금은 우울해지고 싶어."


출산과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친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 얘기를 나눴다. 내 품에 폭 안겨 오는 아이, 내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 그런 아이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이에게 아빠 소리를 처음 듣는 남편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런 상상을 펼치다 보니 주인공의 삶이 불행해 보이지 않고 그저 부러웠다.


평범하게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애를 안 키워봤으니까 저런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종종 "애 낳으면 좋을 거 같지? 안 겪어봐서 그래. 어디 한번 낳아봐라"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그럴 때마다 쿵 하고 내려앉는 마음을 주인공은 절대 모를 거다.


경력 단절과 육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영화 속 주인공은 "어떤 때는 어딘가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든다"면서 "출구를 찾느라 헤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구는커녕 나는 아직 입구조차 못 찾은 건 아닐까? 언젠가 주인공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영화를 본 뒷맛이 쓰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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