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스마트폰 전쟁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둘째 아이는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키패드로 자음과 모음을 합쳐 글을 만들면 다른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가르친 게 화근이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초등 고학년을 둔 선배맘으로서 약간의 조언(?)을 하자면 저학년에게 스마트폰보다 키즈폰이 더 적합하다.
◇키즈폰vs스마트폰..맞벌이의 고민
우리 집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보다 휴대폰을 빨리 가진 편이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둘째 아이는 6살에 키즈폰을 사줬다. 맞벌이 부부인 나와 남편이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였다. (일하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줄 수 없어 틈틈이 전화 통화라도 해야겠다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키즈폰은 전화, 메시지, 위치추적 등 꼭 필요한 기능만 갖췄다. 요즘은 카메라 기능을 가진 키즈폰도 있다. 반면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인 인터넷과 유튜브를 할 수 없어 안심이 된다. 일반 통신 요금에 비해 키즈폰 통신 요금은 매우 저렴하기까지 하다. 둘째 아이가 아무리 떼를 쓰며 성화를 부려도 스마트폰이 아닌 키즈폰을 사준 이유다.
물론 아주 가끔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목걸이 또는 시계 형태의 키즈폰은 스피커로만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 종종 위치 추적의 오차가 크다는 점, AS 서비스 등 사용하다 보면 불편한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첫째 아이가 기기에 매달리지 않는 것도 날 고민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웃프게도(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 학교와 학원의 바쁜 스케줄 탓에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에 빠질 시간이 없다.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검색하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카톡으로 만날 약속을 정하는 것도 그다지 나빠 보이진 않는다. 아마도 이런 게 스마트폰의 순기능일 거다.
◇초등생 절반 이상 스마트폰 보유..의존증 증가
실제로 이런 순기능 덕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초등학생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초등학교 저학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게임, 메신저, 방송∙동영상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스마트폰 게임 이용률은 31.2%로 가장 많았고 메신저 18.9%, 방송∙동영상 15.9%로 뒤를 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게임 이용률은 38.3%, 메신저는 17.9%, 방송∙동영상은 1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7세 아동∙청소년의 5.8%가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27.9%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 중독 증상이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많은 부모가 여러 장점에도 스마트폰을 어린 자녀에게 사주고 싶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일 거다.
◇선배맘 "스마트폰, 절제 가능한 시기에 추천"
"OO엄마, OO이 쓰는 키즈폰 어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지, 키즈폰을 사줘야 할지 고민이네"
초등학교 입학 시즌을 앞두고 이 고민에 빠진 학부모들이 많다. 며칠 전 내게도 둘째 아이와 동갑내기 딸을 둔 지인이 도움을 청해왔다.
나는 선배맘 입장에서 키즈폰과 스마트폰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초등생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준 지인들의 사례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지인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진 스마트폰을 사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아이가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을 땐 학교에 비치된 공중전화로 수신자 부담전화(콜렉트콜)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전업주부로 아이가 학원 등 일정을 소화하는 시간에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점도 당장 스마트폰이 없어도 되는 이유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지인은 스마트폰 사준 것을 너무나 후회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아이가 집뿐만 아니라 길을 걸어 다니면서까지 스마트폰만 쳐다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고민 끝에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잘만 이용하면 학습을 할 때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푸는 활력소가 될 것에는 공감한다. 다만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한 번 무언가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둘째 아이의 성향상 스마트폰 사용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 고민 끝에 나온 내 결론이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하고 아이가 이를 지킬 수 있는 때가 올 때까진 스마트폰 전쟁은 계속될 것 같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그 시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계속 고민해봐도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휴대폰이 필요하다면 키즈폰 또는 피처폰이면 충분하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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