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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Feb 10. 2020

신종 코로나도 못 멈춘 선행학습 "뒤쳐지는게 더 무서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코로나) 우려로 주말에도 길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사람들의 활동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바로 '학원가'인데요. 대형 학원들이 몰려있는 유명 학원가에는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로 북적입니다.


◇신종코로나 걱정에도 영어·수학 학원 포기 못해


유명 인터넷 맘카페나 입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며칠 전부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나"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걱정 때문인데요. 


댓글을 살펴보니 '2월 한 달간은 학원에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는 의견과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챙겨 학원을 가게 한다'는 의견으로 나뉩니다. 수적으로는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는 의견이 더 많고요. 특히 '피아노와 미술, 태권도와 같은 예체능 학원은 보내지 않고 영어와 수학 학원 등은 마스크를 쓰고 가게 한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수학과 영어에 대한 사교육 비중이 월등히 높습니다.

실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원장 A 씨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2월 한 달간 학원 등록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우리 학원뿐만 아니라 동네 학원 전체에 수강생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학원가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평소와 같이 학생들이 많은 모습인데요.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겁니다.  


유명 수학 전문 대형 학원 교사 B 씨는 "대부분(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수시로 바르면서 수업에 참여한다"며 "신종코로나 때문에 수업에 빠지는 아이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고 전했습니다. 

◇3월 개강 정규학기 모집 시작..'레벨테스트' 인기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명 학원가에선 현재 겨울방학 특강이 한창입니다. 학생들은 겨울방학 특강 동안에 새 학년도의 1년치 내용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예비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겨울특강 동안 5학년 학습 과정을 마치는 거죠. 이어 3월 정규학기부터는 5학년 심화문제를 다루면서 6학년 학습을 시작합니다. 이미 짜인 선행 학습 스케줄로 인해 웬만한 감염병이 돌아도 학원을 빠질 수 없다는 겁니다. 


한 수학 대형 학원에서 만난 초등학생 C 군은 "수업에 빠지면 나중에 진도를 따라가기 너무 어려워서 하루라도 빠질 수 없다"며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레벨테스트'도 아이들이 학원가에 몰리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레벨테스트는 학원생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기 위해 현재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요. 

2012~2014년 10개 학원의 수학 최대 선행 평균 연수(출처=사교육걱정없는세상 자료 캡쳐)


학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2월 중순부터 3월 개강 정규반 모집을 시작합니다. 최근엔 엄마들 사이에서 소규모 정예 수업이 인기인 만큼 재빨리 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인기 학원의 문턱을 넘기 매우 어렵습니다.


신청서와 함께 필요한 것이 바로 '레벨테스트'인데요. 레벨테스트를 통과해 상급반에 배정돼야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 등 입시 준비에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레벨테스트 경쟁도 더 심해졌습니다. 학원의 최상급반 입성을 위한 레벨테스트 과외까지 생겨났을 정도죠. 상급반에 올라갈수록 선행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상급반을 고집하는 이유인데요.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 D 씨는 "기초반에서 상급반으로 올라가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레벨테스트 결과 상급반에 들어가기 부족한 수준이라면 과외 등을 통해 더 공부해서 재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수학 전문 대형 학원 관계자는 "요즘 초등학생도 선행학습은 기본"이라면서 "레벨테스트를 보기 위해 방문한 학생들 대부분이 실제 학년보다 기본 1년 이상 앞선 수준의 시험을 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 "과도한 선행 '수포자∙영포자' 만들 수도"


학원을 찾는 연령대가 낮아진 이유는 정부가 교육 환경의 대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시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2025년에는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될 예정인데요. 


입시 제도가 확 바뀌는 만큼 부모와 학생들이 불안감은 커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이 가능한 학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선행과 심화학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지난 2014년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행학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열린교육학회의 '인문계 고등학생의 선행학습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 등을 따졌을 때 선행학습의 효과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수학에 관한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에 의존하면 수학 과목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이 과정에서 흥미를 잃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어린 나이에 수학 포기자(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또 연구진은 선행학습이 비교적 단순한 문제를 출제하는 내신 성적에는 어느 정도 효과적일 수 있으나 고난도 문제가 섞여 있는 수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눈으로 다른 사람이 푸는 과정을 보기만 하고 다 배웠다고 착각하는 '구경학습'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형 어학원 부원장 E 씨는 "유치원, 초등 저학년에게 너무 일찍 과도하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어린 연령의 아이라면 주입식 교육보다는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습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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