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또 미뤄졌습니다. 이로써 개학일은 오는 3월23일로 총 3주 늦춰진 건데요. 이 소식에 외벌이와 맞벌이를 막론하고 부모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개학일이 추가로 미뤄질 수도 있어 더 큰 문젭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교육 분야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당초 9일에서 23일로 2주 추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고 있어 교육부의 이같은 방침에 수긍하지만, 각각의 사정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부모들 입장에선 난감할 뿐입니다.
미취학 아동 셋을 키우고 있는 최유미(39세) 씨는 "회사를 다니지 않아 아이들을 가정에서 보육할 수 있는 건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바깥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생활하려니 우울증이 몰려오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김선미(45세) 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온 동네가 난리"라면서 "휴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웃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도 걱정"이고 말했습니다.
맞벌이 가정은 보육 공백으로 우려가 큽니다. 일의 특성과 회사의 사정상 회사를 매일 나가야 하는 부모는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이번 일로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민수(43세) 씨는 "아내와 나 모두 휴가를 낼 수 없다"면서 "생계 때문에 그만 둘 수도 없고 큰 아이에게 둘째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데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경기 성남에 사는 이장우(43세) 씨 역시 "아내가 더 이상은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휴가를 낼 수 없다고 하더라"며 "어제 사직서 얘기를 하는데 아내의 상황이 안타깝고 나 역시 외벌이를 할 생각을 하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개학을 더 연기한다는 소식에 재택근무와 격주근무 등을 하고 있는 대기업 직장이들의 한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워킹맘 최하나(40세) 씨는 "지금 격주 근무를 하고 있는데 회사도 이 시스템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러다 경기가 안 좋아져 직장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엄습해 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에서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 보육 공백이 생기는 가정을 위해 긴급돌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관련기사 코로나19에 '긴급보육·가족돌봄휴가'?..부모들 "직접 해보세요" )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찬혁(39세) 씨는 "학교에서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기관에 보낼 부모가 얼마나 되겠냐"며 "현재 상황에서 개학 연기가 최선이겠지만 그로 인해 따라오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조금 더 고민한 후 결정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산 휴가 후 복귀를 앞둔 주선아(34세) 씨는 "알아보니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더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아이가 어려서 불안한 마음에 육아휴직까지 쓰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김지영 기자 jy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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